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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 달리기_포레스트런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5. 17. 16:10반응형
첫 마라톤이라고 쓰자니 마라톤은 아닌 것 같다.
달리기 대회??
여튼 처음으로 공식으로 개최된 뛰뛰잔치에 다녀왔다.
참가비는 100% 나무 심는 데 기부되어 상업적 마라톤은 나가고 싶지 않은 나의 니즈에 맞아떨어진 대회였다.
실은 포레스트런 이전에 마찬가지로 참가비 전액이 기부되는 키움런을 신청했었는데 굿즈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ㅠㅠ
저런 걸 주면 집에서도 입기 싫으니 버려야하잖아.
그럼 지구에 쓰레기 하나 얹는 꼴 되잖아.
라는 마음에 신청했다가 취소했던 키움런.포레스트런 개최소식을 듣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굿즈가 세상 맘에 든다!!
특히나 산에서 쓰면 아주 잘 어울릴 초록초록 모자가 완전 취향저격!흰 티셔츠도 청바지에 받쳐 입고 다니기에 무리 없이 깔끔하다!
좋았어! 포레스트런이다. 가즈아!!!
라고 가열차게 다짐했는데 신청은 역시나 전쟁이었다.
마라톤 정보를 전해준 오픈카톡방은 신청 못한 이들의 좌절로 난리였다.
난, 다행히도, 매우 운이 좋게도, 성공했다!
아무것도 뜨지 않던 흰 화면을 견딘 결과 결제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정신없어서 뭘 선택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티셔츠 사이즈도 그룹도 제대로 잘 선택했더라.
작년 한참 달리기 할 때였다면 1시간 안쪽으로 들어오는 그룹을 선택했을 텐데 올해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페이스가 돌아오지 않아 한 시간 완주를 목표로 하는 그룹을 선택했다.올해 야외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5분 안쪽으로 들어오는 페이스가 거의 없었고 너무 숨이 가쁘고 힘들어 10킬로는 엄두도 못 냈었다.
그래서 실은 10km PB인 5분 45초 페이스를 넘어서는 기록은 꿈도 못 꾸고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던 상황이었다.
달리기 끝날 때쯤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동생에게 부탁을 했으나 주말에 이게 웬 민폐인가 싶어 그냥 됐다고 했지.
난 파워당당 혼자 가겠어.
첫 대회, 익숙한 홀로!드디어 굿즈 도착!!!
참가비 3만 원 전액 기부에 이 굿즈라니! 혜자혜자 완죤 극강혜자!게다가 너무 귀여운 식물도 받았다.
식집사님인 엄마에게 보내 양육을 부탁할 예정이다.
우리 PT쌤은 내가 첫 달리기 대회 나간다고 했더니 특별히 목요일 PT는 하체에 피로를 주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해 주셨고 토요일 달리기 이후 마사지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정말 넘나 좋은 울 PT쌤!
(선릉에서 PT 하실 분, 내돈내산으로 20회 마친 산치광이 운동병자가 적극 추천합니다. 키네틱 스튜디오😍)
굿즈까지 받았고 드디어 대회 당일이 됐다.
5시 반에 일어나 바나나를 두 개 먹었다. 5km 아침 달리기는 공복으로 종종 뛰었지만 10km 공복은 엄두가 안 났다.
그렇다고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먹는 것도 아닐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에너지바, 바나나, 씨리얼 등을 추천하더라.
그래서 내 선택은 바나나 두 개. 혹시나 싶어 준비했던 에너지바는 바나나를 두 개 먹으니 딱히 땡기지 않아 패스.
6시 반, 7시 도착을 목표로 출발했다.
그리고 6시 50분...
배번과 기록칩을 집에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내가 미쳐!!!
증말!!!!!
부지런 떤다고 부산스러웠으면서 정작 중요한 걸 못 챙겼다.
대회 시작은 8시부터이니 늦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첫 대회이니 만큼 처음 시작부터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망했지 뭐.
다시 집으로 돌아가 배번과 기록칩을 챙겼다.
그리고 7시 40분. 행사장소인 여의도 공원에 도착했다.처음이라 모든 게 어리바리했지만 뭔가 매우 내공 있어 보이는 분을 딱 찾아내 그분을 따라가니 짐 맡기는 곳이 나온다.
럭키밤비!
짐을 맡기고 나니 방송소리가 들린다.
가장 빠른 A그룹이 8시에 출발하고 이후 5분 단위로 다른 그룹들이 출발한다고.C그룹을 찾아 인파 사이에 자리 잡았다.
PT쌤 말로는 혼자 온 사람이 많을 거라더니...
혼자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모나 세상에나!!
대부분이 러닝크루였고 크루가 아니어도 둘 혹은 셋씩 함께 왔더라.
함께 엄청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나도, 임선생에게 내년에 함께 참여하자고 카톡을 날렸다.B그룹까지 출발했고 이제 우리 그룹만 남았다.
B그룹이 출발한 빈자리를 채우며 앞으로 이동한다.
대회 진행자가 둠칫둠칫 흥을 한껏 끌어올리려 했지만 다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ㅋㅋㅋㅋㅋ
아.. 이런 거였어!??
난 다 같이 열성적으로 소리 지르고 카운트하는 줄 알았잖아.드디어 C그룹이 출발했다.
저기유. 지는유. 이 코스를 보고 당연히 내내 평지일 줄 알았슈.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막이 나오더니 곧이어 오르막이 나왔다.
하아... 나 죽어.....
그리고 또 오르막...
5km 반환점을 지나고 나서 가장 긴 오르막이 나왔다.
옆에서 뛰는 사람들이 점점 걷기 시작했다.
- 이 오르막 언제 끝나?? ㅠㅠ
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10km 대회니 모두 달려서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걷는 사람이 많아 힘들었다 ㅠㅠ
함께 달리면 대회뽕이라던가 잘 달리는 사람 버프를 받아 나도 잘 달릴 줄 알았는데 내 몸은 여전히 힘에 부쳐 잘 달리는 사람을 쫓아갈 엄두는 낼 수 없었고 달리기를 멈추고 걸어가는 사람들만 눈에 별이 박히듯 들어왔다.
나도 걸을까?
나도 걷고 싶다.
걸으면 어때 완주만 하면 되지.
크나큰 유혹이 밀려들어 힘겨웠던 나의 첫 공식 달리기!!가는 길에 한번 반환점 돌아오는 길에 한번, 총 두개의 음수대를 지나게 된다.
나.. 달리면서 물 마시는 거 첨이잖아.
그래서 굳이 목이 마르지 않았음에도 두 번의 음수대에서 모두 물을 마셨다.
그런데 티비에서 보던 것처럼 달리면서 물 마시는 건 못하겠대~~~
달리면서 마시려니 얼굴로 물이 쏟아져 결국 잠시 멈춰 마시고 다시 달렸다.
달리기 대회는 처음이라 할 수 있는 건 다 경험해 보고 싶었던 런린이3킬로를 남기고 조금 속도를 내어 볼까 했다.
그런데 거의 다 와서 격한 오르막이 나오는 바람에 의지가 사라져 버렸다.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던 마지막 오르막.
굉장히 느려졌음에도 걷지않고 달렸다.
그게 내 달리기 스타일이니까.
그게 내 운동 스타일이니까.
느리더라도 꾸준히.
잘 못하더라도 꾸준히.그리고 마침재 FINISH!
대회 나와서 잘 달리는 사람들에게 감화받는 건 마지막 500m에는 해당되는 거였네.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와 평지가 나오고 피니쉬라인이 보이자 모두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보폭을 늘려 달렸다.
9km 넘도록, 잘 달리는 사람보다는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더 잘 들어와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렸었는데 마지막 몇백 미터를 남기고 "대회란 이런 거구나"를 느꼈달까 ㅎㅎㅎ사진 한 장 부탁드릴 분을 발견했다.
감사한 분 덕분에 인증샷 건졌고요.공원으로 들어오니 파뤼파뤼!!
건강한 에너지가 넘친다.
흥겨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이 맛에 대회 참가하는구나!!!기록 사진 찍으려 해도 줄이 엄청나고 홍보를 나온 브랜드들의 부스 체험을 하려 해도 줄이 어마어마하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짐을 찾았다.
그래도 아쉬우니 셀피 한 장은 남겨보자.나.. 첫 참가였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3년 연속 참가자라며 리유저블컵을 받아가라는 문자를 받았다.문자 보내주셨으니 또, 받아가야지요!
초심자의 행운으로 주신 걸로 알고 내년 대회도 꼭 참가하겠슴돠!박정민 배우가 보낸 커피차는 대회 취지에 맞게 개인컵이 있어야 음료를 제공해 줬다.
이런 커피차를 보내는 배우도 멋지고 개인컵을 들고 음료를 받아가는 참가자들도 멋지다!피니쉬 라인을 밟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로 도착한 오늘의 기록.
요즘 5km 달리기도 벅차고, 내내 6분 초과 페이스로 달렸던 터라 완주만 해도 어디냐는 생각이었는데, 5km 달리기 페이스와 비슷하게 10km를 기어이 달려냈다.
작년 가을즈음이 참 기록이 좋았는데.
몸은 정직하다.
안 하면 도루묵이다.
발전하는 건 느리고 되돌아가는 건 순식간이다.
곧 더워지면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기록 신경 쓰지 말고 우직하게 달려봐야겠다.간식 봉투에 들어있었던 녀석들.
운동하고 기념품 한아름 챙긴 것 같아 뿌듯하고요.
오늘 달리기와 너무 찰떡같았던 나의 양말 사진도 기념으로 남겨본다.런 포레스트 런, 포레스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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