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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10. 18. 17:13반응형
잠실 쪽 달리기가 오랜만이라...ㅎㅎㅎ
잠시 길을 잃었다.
길치는 증말.... 지 동네에서도 길을 잃는다
양재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잠실 쪽으로 가기까지 오락가락 왔다 갔다. 에효...
오늘 같이 병원 가기로 한 S언니가 조금 늦겠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날이 흐리다.
성내천 지나서 바로 러닝을 종료했다.
여기서부터는 지도를 보고 가야 함.

아산병원 도착.
아빠를 보내드렸던 곳.
장례식장은 참 좋았었다.
생각해 보니 아산병원은 장례식장만 와봤네
아산병원에 입원한 지인은 처음.
그런데... 정말 병원 시스템 살벌하다.
난 걸어서 갔으니 동관의 입구를 바로 찾았는데 버스로 온 S언니는 버스에서 내리니 건물뒤편이었는데 뒤편 출입문은 모두 폐쇄란다.
대중교통 타고 오는 사람도 많을 텐데 뭐 이런데가 다 있냐고 투덜투덜.
언니는 병원 밖에서 고군분투, 나는 병원 안에서 보호자 등록을 한다고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한참 헤맸다.
이대병원은 혜자네 혜자.
이대병원이 순진한 순둥이였네.
겨우겨우 보호자 등록을 마쳤다.
언니의 환자번호는 받았는데 병실호수를 제대로 못 받았다.
언니가 알려준 것은 침대 번호였다.
보호자 등록을 해주시는 분이 처음에 생년월일도 다르도 병실도 호수도 다르다고 나를 의심스럽게 봤지만 이것저것 언니에 대해 묻는 질문을 답변하니 출입증을 내주며 병실은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
언니는 오늘이 생일인데... 신분증 생일과 다르다. 비록 신분증상 정확한 날짜는 모른다 해도, 다르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은 환자는 병실 호수를 알 필요가 없다. 언니의 눈에 보이는 것은 침대번호였으니 그걸 사진 찍어 보내준 것이었다.
S언니가 생각보다 늦게 와서 내가 먼저 올라가겠다고 했다.
함께 갈 생각이었는데 병실은 한 명밖에 못 올라가니 번갈아 가며 올라가자고 했다.
그 사이 N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71 병동 찾는 것도 물어물어 찾아야 했고 병동에 가서는 간호사 선생님께 병실을 물었다.
- 바쁘신데 너무 죄송합니다. 침대 번호만 받았는데 혹시 병실을 알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정말 감동할만한 따스함으로 답변해 주신 간호사 선생님.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병실에 들어갔다.
말갛게 빛나는.... 마른 언니가 보였다.
유독 피부가 하얗고 모공 하나 없는 언니.
지나가다가 시선이 갈 만큼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얼굴에서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야위었다.
언니.....
눈물을 쏟았다.
언니는 또 그 맑은 얼굴로 그간의 이야기를 차분히 해주었다.
- 내가 4기랑 말기의 차이를 어제 듣고 알았어.
코에 산소줄을 낀 언니가 웃었다.
나도 울 수 없어 웃었다.
이야기하는 사이 계속 전화가 왔다.
산소줄 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했었는데 지인들이 줄지어 찾아와 병실에 계속 있기가 힘들었다.
이동용 산소통으로 산소줄을 연결하고 언니와 함께 병원 로비로 내려갔다.
S언니와 언니의 딸.
우리 작은S에게는 아이패드를 주고 셋이 대화를 나눴고 곧 언니의 친구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언니는 S언니부터 시작해 이후로 오는 지인들에게 나에게 했던.... 병세의 진행경과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 언니. 이거 녹음하자. 언니 앞으로 수십 번 수백 번 이 얘기를 해야 할 텐데.. 힘들겠다.
다 같이 웃었다.
N언니가 울지 않으니 아무도 울 수 없었다.
S언니와 준비해온 언니의 생일 케이크를 주섬주섬 꺼냈다.
- 노래도 못 부르고 촛불도 못 붙이지만.. 그래도 N, 너무너무 축하해
S언니의 조용한 목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나중에 S언니에게 톡이 왔다. 우리 그냥 노래 불러줄껄. 박수도 칠껄. 다 해줄껄... 이라고)
언니 지인들이 가져온 먹거리들을 병실에 갖다뒀다. 가기전에 정리를 한번 하고 가야 나중에 언니가 편하게 병실로 갈 수 있겠지.
언니는 친구들이 계속 찾아와 로비에 있기로 했다.
병문안 시스템이 너무 빡빡해서 찾아오는 게 민폐인 것 같았다. 환자와 찾아온 사람, 모두 몸도 마음이 불편한 시스템.
- 퇴원날짜 잡히면 연락해. 아니다. 언니. 내가 월요일에 연락할게. 나랑 같이 퇴원해.
- 미안해서.. 안 그래도 돼. 짐도 없어
- 언니 그때도 짐 없댔는데 짐이 한 보따리였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나랑 같이해.
언니의 친구들이 계속 오고 또 갔다. 나와 S언니는 자리를 양보해 주기로 했다.
언니가 요양병원으로 옮기면 그때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S 언니는 딸과 일정이 있어 바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집까지 뛰어가기로 했다.
배가 고팠다.
오후 1시가 넘었는데 공복상태. 이때까지 뜀박질만 하고 언니들을 만났고 또 뜀박질을 했다.
달리다 보니 귀가 먹먹해졌다.
이건 컨디션 안 좋을 때 등산하면 나타나는 증상이었는데..
이제야 알게 된다.
나는 몸이 안 좋으면 귀로 먼저 나타나는구나.
이렇게 나에 대해 또 하나를 알게된다.
5킬로를 달리려 했는데 결국 3km만 달리고 나머지는 걸었다.
귀도 먹먹하고 마음도 먹먹하고.
갈매기 언니들에게 N언니와 만난 소식을 전하고
동기회장 형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대학원 대표로 S언니와 내가 N언니 병문안을 한 셈이었다.
내가 암에 걸리면 난 항암 안 할 거야.
아빠의 긴 투병을 지켜보며 결심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이 닥친 언니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 울 언니 참 신나게 놀았다. 재밌게 살았다. 그치?
- 응. 나 진짜 잘 놀았다. 그런데.. 더 놀아야 하는데.. 딱 5년만 더 놀고 싶다.300x250'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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