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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두번째 선운산(11/8)등산일기 Hiker_deer 2025. 11. 9. 23:29반응형
좋았어! 같은 산을 몇 번씩 가는지 세보는 데 까지 세보자
오늘은 원래 알레버스 타고 가야산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다. 단풍도 시들시들이다.
흐린 날씨에 단풍도 완연하지 않은 가을, 힘들게 오르는 산에 가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운동할 거면 청광종주 하면 되니까.
그래서 모임에 올라온 선운산을 택했다.
참 오랜만에 M형님의 산행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차 3대, 무려 11명의 산행이었지만 확실하게 잘 아는 한 명만 있다면 대인원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날씨도 흐리고, 선운산의 단풍도 아직 한창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난, 선운산의 가장 예쁜 모습을 3년 전에 보고 왔다.
덜 예뻐도 아쉬울 것 없는 산행이었다.
소풍 가듯 나들이 가듯 나섰다.
https://jinnia.tistory.com/m/792[등산일기] 인생 최고의 단풍-선운산
사자바위, 투구바위. 돌 타기 좋아하는 산동무들이 선운산에 돌을 타러 가자고 했다. 돌찔이는 몇 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겨우 따라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상앨범 산에 나온 선운산
jinnia.tistory.com
해도 뜨지 않은 토요일 이른 아침.

나를 양재까지 태워갈 버스가 왔고

어머나! 조조할인이라니!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살포시 웃음이 나왔다.
양재에서 출발한 차량은 큰 정체 없이 고창에 도착했다.
우리 차는 3명. 서로 안면이 없는 사람들.
운전자 형님이 대화를 이어가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죄송하다. "낯가린다"는 것은 내게 여전히 조금은 이기적인 성향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한껏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엄청 낯을 가렸다 ㅎㅎㅎ
차량이 엄청났다. 인파도 엄청 날 것이 분명한 선운산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선운사?)

주차장의 붉은 단풍을 보며, 이게 오늘 보는 가장 예쁜 단풍일 것이라고 깔깔대며 웃었는데.. 이것이 불편한 진실일 줄이야.


지난번의 선운산 산책길은 계절이 명확한 색이었다면 오늘은 계절이 모호한 색으로 남아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쁜 색이 나타나면 다들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3년 전 선운산 올 때 입었던 새빨간 아노락을 오늘도 꺼내 입으며 단풍의 붉은색과 내가 구분이 안되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했는데 나보다 붉은색은 없어서 걸어 다니는 단풍처럼 하루 종일 번쩍거리고 다녔다.


오늘 산행의 공지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나섰다가 선운산 안내도 앞에 서고 나서야 암릉코스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저 3년 전 이맘때 그 코스를 가려고 왔다가 입산 금지라 못했었어요.
라며 드디어 그 코스를 가보게 되는 거냐며 혹시나 또 통제 중인 거 아니냐며 와글와글 수다를 떨며 웃었는데
그 일이 일어났지 뭐야.
3년 전과 똑같이!!!!
선운산의 투구바위와 사자바위는 영 못 만날지도 모르겠다.
3년 전에는 목표했던 코스를 가지 못해 다른 산으로 점프를 할까 고민하다가 얼떨결에 선운산을 걸었는데 오늘은 그냥 소풍이다!!!! 하는 마음으로 선운산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저수지 초입에 있는 이 멋들어진 폭포는 무려 인공폭포다.

모터과부화 방지를 위해 10분씩 쉰단다.
별것 아닌데 귀여웠다. 모터를 보면 쓰담쓰담이라도 해주고 싶었어.
저수지 산책로는 어느 곳은 계절의 한 껏 머금었다가 또 어느 길은 계절감 없이 푸르기도 했고 어느 한편에서는 스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걷고 있는 저수지 건너편에 정말 예쁜 꽃무리를 한껏 모아놓은 듯한 단풍 군락을 발견했다.
예쁜 것만 모으고 또 모아서 보여준다면 딱 저런 색이 아닐까?
누군가의 묘지 앞의 나무들이어서 저 집안에서 따로 관리를 한 것이 아닐까라는 수다를 나누며 색감에 심취했다.
(싫어하는 행위긴 하지만) 귀엽고 동글동글한 비숑을 알록달록 염색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저수지 건너편의 오묘한 색감의 가을나무들을 바라보았다.

태양님의 은혜가 없어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그냥 그랬다.
그래도 예쁜 가을을 남겨보겠다고 일행들보다 앞서 뛰어가 여기저기를 다니며 폰을 들이대봤지만 어쩐지 다 맘에 들지 않았던 선운산의 색.
그런 나를 담아 준 일행들의 사진에 남은 내 아노락의 색이 젤 곱군.


투구바위 탐방로 진입에 실패하고 저수지 한 바퀴를 돌고 왔더니 12시였다. 어김없이 배가 고팠다.
등산 모임이 아닌 듯, 소풍 나온 사람들 틈에 어울려 점심을 먹었다.
다들 엄청난 양의 음식을 준비해 와 오랜 시간 식사를 했다.
뭐... 굳이 선운산 안 올라가고 이렇게 놀다가 서울에 올라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2회 차는 이런 게 좋다니까!!
그래도 산이 있으면 올라야 하는 게 산쟁이들의 숙명이니까.
가을행사가 한창인 도솔암에 들렀다 본격 산행을 하기로 했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을 뒤로하고 고즈넉이 자리 잡은 도솔암이 오늘은 북적북적 잔칫집 같았다.

암자 뒤쪽으로 자유롭게 자리 잡은 풀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암자 뒤로 돌아가서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어쩐지 귀찮아서 줌을 당겨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난 게을러진다.
그래도 내 발로 가서 둘러볼껄.
돌아오고 나서야 후회가 된다.
도솔암을 지나 천마봉 가는 등산로로 들어갔다.
이렇게 가파르고 긴 계단을 두 번 오르면 도솔암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이제야 도를 닦듯 말없이 산을 오른다.
어쩌다 보니 선두.
M형님은 늘 후미를 챙기니까 적당히 중간쯤 가야지 했는데 왜 때문에 선두야. 후달리게.
계단을 오르고 올라 도착한 바위에서 도솔암을 내려다본다.
오늘 엄청난 카메라를 들고 온 작가님이 계셨고 그 많은 사람들 중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은 몇 없어서 아주 신나게 모델활동(🤣🤣🤣🤣🤣)을 했다.
작가님도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 했는데 모델들이 다들 시큰둥 하자 나중에는 나에게 여기 서봐라 저기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어쩐지 신났던 나.

조금 더 올라가면 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선운산은 정말 가성비 갑이다.
뭐 얼마나 올라왔다고 이렇게 엄청난 풍경을 보여주고 난리람.
저기 가보라는 말에 신나게 움직였으나..
-앉아도 돼요??? ㅠㅠ
라고 바로 쫄았고 저마저도 걸어가서 앉은 것이 아니고 엉덩이와 두 손 두 발을 모두 이용해 한 엉덩이 두 엉덩이 씩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엉덩이로 이동중 쩝... 모델놀이도 용감해야 하는군!!!
한참 사진을 찍고 천천히 이동했음에도 천마봉에 금세 도착했다.
300미터도 안 되는 귀여운 천마봉이지만 주변의 겹겹이 쌓인 산세가 엄청난 고도에 올라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선운산이 동네 뒷산이면 좋겠다.
대모산이랑 높이도 비슷하니 바꾸고 싶네.

낙조대도 엉금엉금 기어올라본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덜 선명하지만 그럼에도 나무들은 계절을 읽어가며 조금씩 변하고 있었고 그 다채로운 색감이 오늘의 산행에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대장금에 나왔다는 용문굴도 방문했다.
굴이라기보다는 엄청 커다란 고인돌 같은 느낌이었다.
용문굴을 지난 이후에는 조망 터지는 곳이 없는 숲길을 계속 걸었다.
대부분이 초록이었고, 요상한 날씨에 물들지 못하고 나뭇잎을 다 떨군 나무들도 많았다.
그래도 공기는 좋았고, 산길을 평화로웠다.
누군가가 말했다.
- 선운산은 착한 산이네. 그 어느 길도 험하지 않고 다 유순해.
그렇게 유순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운산 산책로에 단풍놀이를 하러 온 것이라 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특히나 우리가 걸어간 길은 우리뿐이었다.
하산이 끝나면 인파가 어마어마한 산책로로 들어선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른 세상 같았다.

시간이 지나 행락객들이 꽤 많이 빠져나간 산책로를 번개같이 걸.. 은 것은 아니고 작가님의 손재간이 우리를 번개처럼 움직이게 만들었네.


선운사에 들렀다.


모과나무가 예쁘다.

선운사는 참 느낌이 좋은 절이다.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산동무들이 있어 즐거웠다.
선운사 입구의 배롱나무를 보라고 가리킨다.
진짜 엄청 멋진 배롱나무라 꽃이 핀 모습을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선운사가 엄청나게 큰 동백나무 군락지임을 알려준다.
동백나무 군락의 규모도 엄청나고 동백나무 하나의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이렇게 나무가 두꺼운 동백나무는 처음 본다.
전설의 흰 여우가 어슬렁어슬렁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깊디 깊은, 울창한 동백나무 숲.
이 엄청난 동백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두 번의 선운산이 모두 같은 시즌이어서 단풍만 보았다.
선운산은 나무의 정령이 깃들어 있음이 분명할 것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배롱나무의 꽃을 보러 와야 하고, 또 붉은 꽃망울을 화사하게 터뜨려 단풍만큼이나 화사하게 붉어질 동백숲도 보러 와야 하는 곳이었다.
세 번째 선운산은 다른 시기에 와야겠다.
산행 끝나고 먹은 장어구이가 끝내주게 맛있었고 타조가 사는 온실카페의 커피도 향긋했다.
그래서 선운산은 또 와야겠다.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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