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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생활] 시선
    독서생활 2025. 12. 1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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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강남구전자도서관

    3월의 마치_정한아


    늙는다.
    나이가 든다.

    아주아주 힘겹고 빈곤한 젊은 시절을 보낸 나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일종의 보상이었다.
    나이와 함께 따라온 돈이 마련해 준 삶의 풍요, 수치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여유.
    힘든 시절을 이겨낸 내게 한 살 한 살 늘어가는 나이는 상이자 위로였다.

    하지면 점점 할 줄 아는 게 없어지는 엄마를 보며 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미래의 모습이 저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었다.
    게다가 천둥같이 으스대고 벼락같이 호통치던, 은퇴한 선배들의 노화를 목도하면서
    점점 걱정이 많아지고 두려움이 켜켜이 쌓여갔다.

    이마치의 현재에 이르기 위해, 지난하고 헷갈리는 이마치의 과거를 함께 걸어야 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함께한 시점이 이마치의 현재가 아니었음을.
    인생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자기 보호기재의 하나로 망각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어 괴롭고, 알게 되어도 괴롭다면 결국 앎을 택한다고 한다.

    나는 나이가 들며 관심을 조절하는 법을 깨달았다.
    아주아주 힘겨운 시절을 보내며 본능적으로 터득한 생존법이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타인에게 무관심해 보인다.
    업무 중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생기더라도 퇴근하면 그 일에 관심을 끄는 법을 안다. 아니 그 방법을 알지는 못한다. 자동으로 관심이 꺼진다.
    그래서 나는 살아있다.

    이마치도 결국 구멍을 방치하기로 했다.
    숭숭 구멍이 뚫린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끝끝내 행복하였음을,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받아들였음을.

    사지육신 정신이 온전한 늙음 말고
    그 이후의 늙음에 대해 두려움에 정복당하지 않으려고.. 지금부터 무얼 준비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던 내게 이마치의 메시지가 전해져 오려한다.


    시선으로부터_정세랑


    일독을 권한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쓸 때 내가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일독을 권한다.

    읽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다.
    읽고 싶은 책들이 다 대여중인 강남구전자도서관에서 관심책장에 넣어두었던 바로 대여할 수 있는 책이었다.
    대여를 하고 나서도 3월의 마치를 먼저 읽었다.
    그러다 책 표지에 있는 글을 발견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얼마 전 은중과 상연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만의 시대였다.
    그때는 야만인지도 모르고 그냥 견디고 살아낸 내가 맞이한 21세기 역시 또 야만의 시대였다. 그리고 그때는 그것이 야만인줄 알았지만 견뎠다.
    20세기를 살아내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는 21세기의 사랑이 어떤지 문득 궁금해졌다.

    망설인 끝에 펼친 책장에서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문체와 깊이 있으면서도 유쾌한 철학에 감동하고 감탄했다.
    매 장마다 시작되는 시선의 글과 말은 서른한 번의 장을 마주할 때마다 떨리고 설렜으며 또 눈물이 났다.
    매 장을 여는 시선에서부터 그 장을 채우는 시선까지. 시선의 조각을 가지고 있는 강인한 사람들의 소탈하고 어쩌면 허술하기도 한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와 철학을, 그리고 소중히 아껴야 할 작은 것들의 가치,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의 통찰을 담고 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의 시선에서부터.
    그리고 시선으로부터.

    다시 읽고 싶다.
    소장하고 싶다.
    따뜻하고 간결하며 힘 있고 품위 있는 글을.
    그리고 꼭 일독을 권한다.


    +) 너 같이 많이 읽는 애는 언젠가 쓰게 된다.-시선으로부터, 난정에게.
    너 같이 많이 읽는 애가 되기위해 독서 편식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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