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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210827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8. 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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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인스타에 부쩍 많이 보이던 베틀바위.

    헑. 저게 뭐야!!!
    로 시작해서
    어머! 저긴 가야해!
    로 갈무리 된 마음.

    그래서 무려 이틀 일정으로 올라온 산행공지에 신청댓글을 달았다.
    그냥.. 이런 시국에 1박2일이 웬말이야-
    라는 꼰대같은 걱정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와 취소할까를 몇번이나 고민했지만 엄마를 모시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내가 제대로 답사를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산행은 모든것이 엄마를 위한 답사였다

    이런 생각을 하며 모두가 조심하고 있는 코시국에 이루어진 나의 방종에 대한 죄책감을 좀 희석시켜본다 🙄
    (물론 조심하고 방역지침을 지키고 다녀왔지만 왜때문에 어쩐지 불편한 코시국의 꼰대 한마리😅)

    아침 6시 반 사당역.
    늘 모이던 시간과 장소.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모든게 다 좋았다.
    내가 휴대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겠냐는 물음에 Yes만 하지 않았다면

    신나게 집을 나서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폰을 갖다대며 개찰구를 들어가려고 하니, 아무 소리도 안나 ㅠㅠ 티머니가 안찍혀 ㅠㅠ
    삼성페이 덕분에 지갑과 카드를 안들고 다닌지 오래라
    쓸데없이 부지런하고 쓸모없이 충실하게 업그레이드를 실행하던 몽춍이는 지하철을 4대나 보내버리고 망연자실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찌나 일찍 나왔던지 다행히 칼같이 시간에 맞춰 모임장소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뛰다가 목구멍으로 튀어나온 심장 구경할뻔.
    달리기 열심히 했더니 이럴때 아주 요긴하다 ㅎ

    무릉계곡관리사무소 도착.
    주차비 2천원.

    입장료 1인당 2천원.
    들어가려 하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곰!

    와... 너... 왜이렇게 생겼어.
    이것은 곰인가 개미핥기인가

    다음날 봤던 설악산의 곰과 너무나 비교되던 개미핥기의 탈을 쓴 곰을 뒤로 하고 살랑살랑 쉬엄쉬엄 올라가 멋진 풍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베틀바위로 출발했다.

    그래도 두타산 베틀바위였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다.
    대모산 둘레길 십수차례, 불곡산 둘레길에서도 느낀
    "산"이 들어산 길은 둘레길이라고 포장이 돼있어도 산길이다! 를 잠시 간과한거지.

    가파른 돌계단과 나무계단 길이 1.2km가량 쭉 이어진다.
    그냥저냥 쭉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체력이 울 엄마와 비슷하거나 살짝 안좋을 것 같은 산동무 한명이 있어 엄마와 함께오르는 길을 대략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세상에 산밖에 없는 것 같이 늘어선 강원도의 풍요로운 산세가 오르는 내내 눈앞에 펼쳐진다.
    맑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흐린 날씨에도 감동을 주던 언젠가 부터 내가 참 좋아하게 된 풍경.

    베틀바위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주 잘 정비된 것 같은 깔끔하고 잘 생긴, 나무 계단이 나오는데 한발짝 떼서 올리자 마자
    -어우야~ 이거 뭐야!!
    신인류를 위한 계단인가ㅠㅠ 계단 하나의 높이가 일반계단 2개반 정도의 높이다. 계단을 하나 오를때마다 버둥거리다 보면 서늘한 바람이 내가 목적지에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가 아니라 날씨가 구렸어! 흐렸어!! 비도 올꺼야 ㅠㅠㅠㅠ)

    그리고, 여긴 몇번이고 다시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베틀바위의 뾰족뾰족 날카롭게 솟아오른 기암괴석.
    아바타의 나비족이 어디서 날아오른다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신비하고 웅장하고 영험한 기운을 잔뜩 뿜어내던 베틀바위.

    나도 와쪄요. 베틀바위🙈

    베틀바위에서 살짝 돌아 올라가면 바로 미륵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미 베틀바위에서 감정이 다 털린 우리는 미륵바위는 스르륵 지나 마천루로 고고고!

    마천루 가는길에 12곡 폭포를 만난다.

    어딜가나 정갈하게 쌓여지는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12곡 폭포의 풍경을 만든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더 많은 비가 쏟아지기 전에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또 저 무거운 나무도마를 이고지고 이곳까지 올라온 Y.
    도마치의 물회에 이어 산속에서 황새치의 뱃살을 맛보게 되었다.

    회뿐만 아니라 기름장, 간장, 초장, 고추냉이에 무순까지 완벽한 한상을 차려내더니 정작 본인은 이제 지겨워서 회가 별로라고 먹지 않는다😭
    다행히 H언니가 준비해온 닭강정이 있어 Y는 닭강정을 먹고 나머지 여자 셋이 저 어마어마한 양의 황새치 뱃살을 배불리 먹었다.

    오래 씹고 넘기는게 습관인 내가 황새치 한점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계속 씹고 맛을 보자 H언니가
    그럴시간 없다고 대충 씹어 넘기고 빨리 먹으라며 재촉했다.
    회가 사라지는 속도가 진짜 어마어마 했거든🤣🤣

    이렇게 뱃살이 많을꺼면 참치가 될 껄 그랬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은혜로운 뱃살로 호화로운 점심식사를 마치는 동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별스럽지도 않은 산에서 만나는 비.

    구름이 날아오르는 것 같은 빗속의 산
    팔근육 삽니다. 남는 분들 연락 주세요🙄 세상 빈약해보이는 팔뚝
    돌찔이의 과거는 이제 완전 안뇽~

    맞으라고 내리는 비, 다 맞으며 걷는다.
    어차피 갈아입을 옷도 넉넉하게 준비해온 터라 비를 맞는게 어쩐지 즐거울 정도였다.

    구름속에서 슬쩍슬쩍 보이던 마천루의 웅장한 풍경.

    정말 멋진데!! 울엄마의 감탄사가, 감동의 추임새가 귓가에서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온다면 12곡 폭포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마천루까지 온다면 그 다음날을 걱정해야겠지.
    마천루에 이어 쌍폭포까지 정말 멋있었는데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적어진다는 것이 참 아쉽다.
    자꾸 이런마음에 운동하라고 잔소리하는 무섭고 냉정한 큰딸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참을 머물다 가던 쌍폭포.
    비가 많이왔던지라 수량이 엄청 났고 천둥소리를 내며 물이 쏟아져내렸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정갈해졌다. 머릿속이 차분해졌다. 그냥저냥 좀 그랬던 마음을 그냥 그렇게 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산책로 같이 온화해진 길을 걷는다.
    올해 마지막 입수

    난 늘 사람들 속에서 섞이지 않고 살고 싶었다.
    사람을 좋아해 그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휘둘리지 않고 살고 싶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커다랗게 원을 그려놓고 그 경계에서만 사람을 대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그 원이 이지러져 관계가 밀려 들어오고 경계가 모호해져가고 있어 어수선하던 마음을 물속에 살포시 내려놓아 본다.

    내년이 되면 너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을 다시 미래로 돌려놓는다.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자.

    신선이 놀고가는 무릉계곡
    내가 신선놀음을 할 수 있는 무릉계곡
    바위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에서 무언가 기운이 뿜어져 나와 몸이 정화되는 느낀👍

    빗속이라 아찔하게 비끄러운 순간이 있었지만 고즈넉히 걷기 좋은 길이었다.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고 홀로 조용히 생각에 잠겨도 좋은 길이었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찾아온다면 어떤 모습을 보게될지.
    처음 와보는 베틀바위산성길에 대한 기대감보다 다시 찾게 됐을때의 기대감을 가득안고 흐린날에 대한 아쉬움이 1도 없이 내려왔다.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걸어보기🎯
    ✔ 거리 : 8.95km(트랭글 기준)
    ✔소요시간 : 6시간 15분(쉬는시간 1시간 45분 포함)
    ✔ 주차 :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주차장(주차비 2,000원)
    ✔ 입장료 : 1인당 2,000원
    ✔ 모든 날씨에 찾아와 보길 권함. 작은 빛의 변화에도 구름의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변화하는 아름다움에 반해버릴꺼야. 난 흐리고 비오는 날 와봤으니 다음에는 햇살 가득한 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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