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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소백산의 가을(211019)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10. 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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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 저도 산에 한번 데리고 가주세요!
    -그래 J야~ 나도 소백산 너무 가보고 싶다!!!!!
    이런 대화가 오갔던 모든것이 뜨겁던 지난 8월.

    소백산을 다녀온 이후 점심을 먹다가 나의 소백찬양에 깊게 감화를 받은... 것은 아니고!!
    여튼 아주아주 먼옛날에 산다람쥐였던 실장님과 최근 급 산에 관심이 많아진 후배님, 그리고 나의 동기까지 4명의 소백원정대가 결성되었다.

    사람없는 산에 가보고 싶다셔서 평일 하루 휴가를 내기로 했던 것이 오늘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소백산에 오를 준비를 하겠다던 동무들 중 한명은 하루전날, 자신이 없다며 소백행을 포기했고 남은 세명이 소백산으로 출발했다.

    -등산은 처음이라...
    정도의 찐찐 산신생아님들은 정말 오랜만인지라
    약12km의 산행을 함께 한다는 것에대한 감이 그들도 나도 전혀 없었다.

    외려 나의 산동무들이 대체 초보자를 소백산에 데려가서 어쩌려 그러냐구, 고생을 사서 한다고 걱정을 왕창 보태주었다.
    그래서 어의곡-천동계곡이던 코스를 좀더 짧게 어의곡 원점회귀로 수정하였고, 체력외의 것들에 대해 몇번이고 신신당부를 했다(체력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일 ㅠㅠ)
    -스틱을 반드시 챙기고
    -간단한 점심 준비
    -한파 수준의 추위가 예상되니 보온성있는 옷을 여러벌 준비해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장갑, 핫팩, 뜨거운물 챙기시고
    -비 예보가 있으니 우비도 챙길것

    여러번 크로스체크를 하며 준비를 했고
    실제로 출발할때는 좀 과한것 아닌가 했던 준비한 물품들을 정말 아낌없이 다 유용하게 사용했다.

    등산화 역시 새로 준비해야 했던 분들이라 내가 샀던 캠프라인 산티아고를 추천했고
    모두들 그레이로 대동단결. 취향보소! ㅋㅋㅋ

    그런데 후배가 내신발을 보더니
    -선배님은 브라운이잖아요!!
    란다.
    내꺼 그레이거덩!!!
    하며 두분의 신발과 비교해보니
    왐마! 내 신발 언제 브라운 됐음?

    캠프라인 산티아고, 셋다 그레이임!!

    싸늘해진 공기 말고는 지난 여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 나의 소백. 단풍이 들기 전 푸르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500미터즈음 갔을까.
    -산에 가고 싶다고 했던 과거의 저를 소환해서 그 입을 틀어막고 싶네요

    후배님의 과거의 나에 대한 원망이 시작됐다 ㅋㅋㅋ
    두분다 느리지만 잘 따라온다고 생각했는데, 땀 범벅에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 ㅋ
    그래도 몇달을 묵혀왔던 소백산이기에 중도포기란 없다.
    (라기 보다는.. 중도포기를 말하는 자가 투뿔 한우를 배부를 때까지 쏘기로 했기때문에 올라가야만 했음 ㅋㅋㅋ)

    포기를 말하는 자, 한우의 응징이 있으리!🐂🐮


    나역시 산꼬맹이인지라 그분들 페이스에 맞추다가는 몸이 퍼질것 같아 내 속도에 맞게 호로록 올라가 기다리기를 반복하는 것을 택했다.
    땀이 전혀 나지 않아 땀뻘뻘 흘리며 올라오는 두분께 어쩐지 미안했달까;;;;

    1/4정도 올랐는데 비가 오락가락 했다.
    나무가 막아주어 우비 없이 오를 수 있었는데 비로봉을 2킬로 앞두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준비해온 우비를 꺼내 입었다.
    비가 쏟아지다 말다를 반복해서 그나마 산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간만에 외출한 노란우비소년😎

    예전에 소백산 왔을때 점심을 먹었던 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우박이 쏟아졌다.
    하늘에서 굵은 소금이 쏟아지듯 후드득후드득 얼음결정이 떨어졌다.
    밥먹으면서 맞기에 비보다는 우박이 훨 낫더라...

    하산하시는 분들과 잠시 눈이 마주쳐
    -선생님, 위에 비 많이오나요?
    여쭸더니
    -엄청 추워요. 어휴 이렇게 추울수가 있나~ 싸락눈도 내리네요
    하시며 몸을 잔뜩 움츠리고 발길을 재촉하셨다.

    눈?
    우리 셋이 올해 첫눈 맞는겁니꽈?


    밥을 먹은 자리에서 어의곡 삼거리까지는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막이라 산동무들을 으쌰으쌰 격려해가며 이동했다.
    어의곡 삼거리 근처에 도달했을무렵 해가났다.
    비와 우박이 두터운 구름과 함께 물러나고 해가 수줍게 옅은 구름사이로 나타났다.

    나의 소백이를 우비입은 너덜너덜한 꼴로 맞이할 수 없지 ㅋ
    칼바람 부는 어의곡삼거리에 나가기 전 우비를 벗고
    가지고 온 옷을 모두 껴입자고 했다.
    장갑을 끼고 모자를 썼다.

    능선길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지난여름에 시작됐던 공사가 모두 끝나고 새로운 길과 울타리가 생겼다.
    새로 깔린 길이 가을색을 잔뜩 얹어놓은 능선과 잘 어우러져 풍요로운 황금빛 가을의 소백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피엘라벤 켑트라우저 개시!! 생각보다 엄청 편함😻

    힘들게 올라와 소백의 능선을 마주한 두 산동무들의 감탄이 추위마저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 맛에 함께 산에 오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백산에 산다는 전설의 노란곰. 겨울을 대비해 뱃살이 두둑해졌음🐻🐻

    하산하는 사람들마다 우리를 보고 너무 춥다고 진저리를 쳤었는데 준비를 단디 하고온 우리는 큰 추위를 느끼지 않고 오롯이 소백이를 느낄 수 있었다.
    (special thanks to 춥찔이 산린이가 산린이들을 리딩한다고 준비를 위한 조언을 해주신 대장님)

    어의곡 능선길을 걷는동안 잠시 걷힌 하늘덕에 지난번의 곰탕과는 또다른 능선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강한 바람에 풀과 함께 누워있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풀이 누웠다. 나무도 누웠다.소백산의 칼바람과 함께 사는 법

    함께간 두분은 능선멍을 하며 몇시간이고 있을 분들이었지만 이미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던지라 비로봉으로의 발걸음을 서둘렀다.

    우리만 있었던 비로봉.
    어쩐지 외롭고 황량한 느낌마저 들던 비로봉.
    칼바람은 덤이요 ㅋ

    후딱 정상석과의 사진을 찍고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상 올라온지 몇분이나 됐다고, 우리가 올라왔던 방향을 까먹어 파워당당하게 연화봉 쪽으로 걸어가려던 나색히. 국가대표 방향치.
    (연화봉에서 구조될뻔...;;)

    다행히 실장님께 뒷덜미를 잡혀 어의곡 주차장쪽으로 방향을 바로잡고 하산을 시작했다.
    한시간 반이면 내려가지 않을까 했던 하산이 2시간 반 가량이 걸렸다.
    올라올때까지는 씩씩하던 두분이 하산길에 다리가 풀려 마리오네트가 하산하듯 다리가 휘청휘청 춤을 추었다지

    스틱이 없었다면 무사히 마치지 못했을 산행이었다.
    산초보들과 산에 갈때는 "스틱"을 필수품으로 지정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두분은 스틱에 몸을 의지해 겨우겨우 하산을 마쳤다.

    석양이 내려앉은 어의곡 주차장에 세명다 무사히 도착했다.

    찐찐 산린이들-무려 회사 동료들...을 모시고 내가 리딩을 해 산에가는거라 진짜 긴장도 많이하고 걱정도 엄청했었다.
    하지만 바리바리 싸온 마음 가득한 간식과 음식은 산린이가 아닌 산신급이었고, 걱정이 무색하게 두분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산행을 마쳤다.

    소백을 마주한 그들의 감동이 나의 감동과 맞닿아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지난번 소백산행을 함께했던 산동무들이 소백산에 간다고 하니 찜닭 또먹는거냐며 너무 좋겠다고 했던 내맘속의 소백산 일뜽맛집 가마골 쉼터는 하필 매주 화요일 휴무 ㅠㅜ
    그래서 찾아낸 단양의 계절그리기.
    (이름이 맘에 들었던게 젤 큰 선택사유 ㅋㅋㅋ)

    황태가 들어간 두부전골이 깔끔하고 시원하게 맛있었다.

    🎯산린이들과 함께 소백산 오르기🎯
    ✔ 산행시간 : 6시간 40분(휴식 1시간 10분 포함)
    ✔ 산행거리 : 11km
    ✔ 코스 : 어의곡주차장-비로봉, 원점회귀
    ✔ 평지 10km 걷는것에 대한 감도 없었던 산린이들과 산길 10km를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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