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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린이의 등산일기] 어쩌다 덕룡산(덕룡산 안가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등산일기 Hiker_deer 2021. 10. 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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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오전까지도... 아주 조금...
    날씨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비예보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온종일 비가 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흐리더라도 공룡을 걸으리라 했던 우리의 계획은 결국 후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기왕 휴가도 내고 렌트까지 했으니 아주아주 먼데로 가고 싶었던 나색히는 아는건 쥐뿔도 없이 해남땅끝종주 지도를 투척했다(무릎꿇고 손들어!!!!)

    지리산 종주 등이 후보로 올라갔으나 어쩌다 보니 우리는 남쪽으로 가고있네.
    "주작덕룡"이라니
    현무랑 백호도 어딘가에 있을것 같고 너무너무 멋지잖아!
    아주 잠시 설렜고 아주 잠시 뿌듯했던 주작덕룡에 대한 단상.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산행이 "아무것도 몰라서 겁없이 신청했고 다녀올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주작덕룡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곳이었다.

    밤새도록 달려 내려가는길.
    -주작덕룡 다 갈꺼니? 작천소령까지만 가자~
    -다 갈래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입을 아주 오도방정으로 가볍게 놀라는 나색히, 호되게 맞아야해!
    (주제파악 못한 돌찔이의 어리석음 ㅠㅠ)
    -그래, 그럼. 두고보자~
    라며 껄껄 웃던 대장님의 속내를 미리 간파했어야했다.

    소석문 주차장 화장실. 요기밖에 없어요.꼭 가셔유~

    4시즈음 소석문 주차장에 도착.
    잠시 눈을 붙이고 출발하기로 했다.
    30여분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M의 낮은 중얼거림.
    -비온다.

    비!!!!
    비????
    비라규??
    비를 피해서 공룡이도 못만나고 여기까지 왔는데 비라규....

    솔직히... 이쯤되니 그냥 산이고 뭐고 다 접고 휴양림가서 쉬면서 남도관광이나 하자 싶기도 했다.
    하아.. 이때 남도관광으로 선회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비가 좀 잦아졌다싶을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5시 20분.
    그리고... 오른지 10여분쯤 되었을까. 진짜 기절할것 같은 돌덩이와 마주하게 된다.

    이 어둠속에서 저런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기어올라갔더니 위는 더 가관이야 ㅠㅠ
    임플란트도 밧줄도 없이 게걸음하듯 큰 암벽을 둘러 지나가야하는데 거기서 1차로 무너졌다(그나마 이 루트가 우회로였는데도... 우회로에서도 덜덜 떠는 돌찔이의 찌질함 😭)
    대장님이 앞서서 시범을 보여주며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말씀하시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니 머리에 입력은 되는데 이해는 되지 않고 올라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진심 포기하고 내려가고싶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그 벽에 찰싹 달라붙어 한참을 안절부절 쩔쩔맸고 결국 발목을 잡고 발 디딤을 잡아주는 대장님 덕분에 어찌어찌 건너갔다.

    일출보러 가자가자!

    그리고 일출을 맞이한다.
    비는 출발할때 약하게 흩뿌리다가 내가 암벽에서 정신줄을 놓을즈음 꽤 많이 내리다가 일출을 보러 올라간 봉우리에서 완전히 그첬다.

    멘탈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줬던 일출😻
    정말 똥그랗게 톡 튀어나오던 오늘의 태양

    그리고는 좀 재밌었지.
    우선 줄이나 임플란트를 잡고, 밟고 몸을 끌어올리는 건 어쩐지 나를 시험하고 이겨내는 기분이라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모든 좌절과 시련은 내리막길에서 찾아왔다.

    주작덕룡 종주를 마치면 약 50여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데를 막 오르락 내리락하는건... 다람쥐나 해야하는거 아닌가유 ㅠㅠ🐿

    암릉산들은 작은 봉우리를 하나하나 오를때마다 늘 그에 보답하는 듯한 선물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다가올 미래따위 1도 예측하지 못하고 신나있는 돌찔이

    우리는 밤 10시즈음 만나서 서울을 떠났는데
    나와 K는 어쩐지 모를 특혜를 받아 운전에서 열외되어 가는 내내 눈이라도 감고 있을 수 있었는데 5시간여를 내려가는 동안 운전을 하거나 조수석에 앉어 내내 운전자를 살피며 살신성인 하던 대장님이 결국 몸이 안좋아졌다.
    밤새 잠을 못잔 것도 있었지만 설악산의 한파에 대비하던 우리가 어찌어찌 남도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남도의 날씨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안했던지라...
    정말 이렇게... 이렇게까지 더울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더위역시 복병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동을 시작할때
    - 너희 먼저 가.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갈께.
    라고 하시는데 차마 대장님 혼자 이동하게 할 수 없어 내가 뒤에 남아서 같이 이동했다.
    내 딴에는 말동무라도 해드려야지 했던거였는데
    그때... 어마어마한 암벽이 나타났고
    돌찔이 한마리가 그 암벽의 밧줄에 매달려서 10분여를 바들바들 떨며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그렇게 팔운동을 열심히 한건 이렇게 암벽에 매달려 있으려고 했던 것 같...;;;;)

    몸도 안좋은 대장님은
    시범을 보였음에도 따라하지 못하는 돌찔이를 어르고 달래고 10분을 함께 안절부절 못하며 컨디션이 더 안좋아지는 악화일로를 걷게됐다.
    (대장님은 생불😭😭😭)

    내가 뒤에 남는게 아니었는데
    도움은 못될망정 적적함이라도 달래드릴까 했다가 민폐만 대박 끼치는 형국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그....
    바닥으로 내리꽂는 절벽같은 돌 위에서 밧줄에 매달려 발을 딛는 곳 마다 비에 젖어 미끌미끌하던 공포와 절망은...
    아마 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호되게 고문을 당한 느낌.

    한명은 너무 힘들고
    한명은 너무 공포에 질려 아무 사진도 남지 못했던 순간
    왜때문에 다행이고요 ㅋㅋㅋㅋ
    굴욕적인 흑역사는 역사의 뒷편으로, 망각의 축복으로 남길!

    10분동안 매달려 있던곳보다 훨씬 수월했던 암릉. 그럼에도 저렇게 뾰족뽀족 날이 서있었다규😩😩

    날이 잔뜩선 바위를 엉금엉금 타고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왜 덕룡산과 주작산을 남도의 공룡능선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어쩐지 둘리엄마의 등🦕 같은 능선

    다시는 안올 것이니 사진이라도 많이 찍겠다고 웃었다.
    아까의 공포에서 벗어나 겨우 웃을 수 있었던 곳.

    결국 오늘의 산행을 작천소령에서 마치기로 했고, 사진의 저곳 이후로는 우회로가 매우 잘 조성되어 있어 조금 속도를 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저것이 끝이여!!! 이제 암벽따위 없어! 끝끝끝!!! 완죤 끝!!!!!

    그리고 조금더 이동하니 주작산의 능선이 보였다.
    주작산과 덕룡산은 백골같이 하얀 암벽들이 매력이었는데
    그 모습이 처연하기도 했고 파르라니 날이서 모두를 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돌아버리게 힘들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꽃을 꽂아봤어🌺🌺
    나같이 돌아버린 진달래가 활짝 폈다. 왜때문에 내가 진 기분이야🙄

    주작산과 덕룡산은 오르라고 있는 산이 아니고 보라고 있는 산이라고.
    보기에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내가 굳이 저 속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돌찔이는 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물론 주작산을 병풍처럼 두른 억새밭이 느닷없이 나타났을땐 정말 감동스럽긴 했다.
    억새로 유명한 산들처럼 억새로만 빽빽히 가득찬 곳이 아니라 다채로운 꽃과 식물들이 억새와 섞여 자연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날카롭게 몰아치고 호되게 고생을 시켜놓고 갑자기 이렇게 부드러워질 일인가.
    어쩐지 약올라 ㅠㅠ 이러는게 어딨어!

    주작산과 본색을 감춘 덕룡산의 능선

    억새가 예쁘게 자리잡은 능선이 너무 감동스럽게 아름다워서 다시오고 싶......
    지는 않아. 아직까지는 ㅋㅋㅋ
    그래도 예뻤다!

    이제 돌 없대!!끝났대!! 쒼나쒼나🤩🤩🤩

    다시오라고 끊임없이 꼬드기는 것 같은 부드러운 능선길을 끝으로 작천소령에서 오늘의 산행이 끝났다.

    시작할 즈음 암릉에 호되게 당했던 내가
    -남들은 주작덕룡 종주를 10시간 정도에 끝낸다고 하는데 우리는 덕룡산만 10시간에 타볼까요? 꺄하하하하하!
    했던 나색히의 입방정대로 우리의 덕룡산행은 10시간을 훌쩍 넘겨 끝낼수 있었다

    덕룡산을 정복하려고 패기있게 내려왔다가 포로로 잡혀 잔뜩 고문당한 애🙄

    🎯덕룡산 오르기🎯
    ✔산행거리 : 약 10km
    - 트랭글 중간에 꺼짐(왜?) 갤럭시 워치 쉬는 시간 중간중간 자동으로 운동이 중단되어 기록이 드문드문;;; 작천소령 도착 즈음 꺼졌던 애플워치에 남은 기록 ㅋ
    ✔산행시간 : 10시간 30분(아주아주 대따대따 많이쉼)
    ✔주차 : 소석문 주차장(무료)
    ✔좋았던점 : 없는것 같아 애써 찾아본다. 그렇게 긴 산행시간 내내 산에 우리 밖에 없었다?? 정도 ㅋㅋ
    ✔소회 : 즐거웠어. 이번생엔 다시는 만나지 말자🤣🤣😚

    +) 암릉이라 레깅스가 편하긴한데...두손 두발에 엉덩까지 다쓰고 온몸을 돌이 치대다보니.... 탄광에서 돌아온 사람 꼴이 됨. 레깅스 찢어질 수 있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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