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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별
    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1. 11. 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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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당시의 나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만난 사람들을 챙길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그들과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생때같은 나의 사람들도 떼어내고 있던 상황에서 누군가를 받아낼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죽은듯 살던 나의 손을 잡아 물위로 끌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주고
    살뜰히 챙기고 보듬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는 우리가 참 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세상 끝난것처럼 고민이 많던 시절을 함께했고
    아마도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를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재미를 함께 즐겼다.

    졸업을 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각자의 생업으로 바빠지면서 매주 며칠씩 얼굴을 보던때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게되었지만
    그래도 힘들면 언니들 생각이 먼저났고
    언니들에게 전화해서 왕창 울어버리곤 했다.

    그렇게 고마운 언니들이라
    당연히 그녀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의 주인공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S언니로부터 부고를 전해들었을때
    믿기지 않았고 믿을수 없었고 믿기 싫었다.
    언니가 그분을 만나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연애를 했으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까지...그 긴세월을 함께하듯 살아왔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한 생명이 나의 소중한 사람 곁에서 떠났다는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아니, 언니는 이것을 어찌 견뎌낼지...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하며 출근을 했고
    퇴근하자마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N언니 J오빠와 함께 동기들이 오고 또 떠날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울 아빠 돌아가셨을때,
    언니가 톡으로.. 그리고 얼굴을 맞대고 손을 잡고 많은 말들을 해줬던것 같은데
    나는 언니 얼굴을 보기도 전에 서러운 울음이 터져
    언니를 끌어안고 언니의 마른 등을 쓸며
    울음을 토해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아내와 아직 많이 어린 아이를 두고 너무 급작스럽게 떠난 망자의 슬픔이...
    시끌벅적, 빈틈 없이 사람으로 들어찬 장례식장을 창백하고 서글프게 맴돌았다.

    아내와 장성한 자식을 두고 가면서도 걱정에 또 걱정을 하며 조금이라도 더 우리 곁에 머물고자 했던 아빠의 인내와 고통의 시간 겹쳐져
    그분의 슬픔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조만간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 그래. 이모들이 와서 우리 s랑 놀아줘
    힘없이 말하는 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얼마전 모친상을 치른 동기오빠가
    아빠를 잃은 슬픔이 안정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를 조심스레 물었을때
    내 삶 곳곳에 아빠가 너무 많아 여전히 아빠가 그립고 생각할때마다 눈물이 울컥 나온다고 했었다.
    나의 모든것에 아빠의 흔적이 있어 아빠가 그립고
    세상의 모든 죽음에 아빠가 있어 아직도 너무 슬프다.

    언니에게도 E오빠가 그렇게 남아,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아이의 모습에 그의 모습이 너무 많아
    앞으로도 쭉 두고두고 힘들고 슬프겠지만
    그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켜주겠다고...
    부르면 언제든 손을 내밀어 달려가겠다고
    빈소를 나오며 언니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다짐처럼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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