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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쭈의 등산일기] 계방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2. 1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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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방산.
    겨울이면 산쟁이들이 다 찾아간다는
    눈꽃산행의 성지.

    첫 겨울의 눈꽃을 일찌감치 포기한 나에게
    계방산은 그냥 이번 주말에도 딱히 할게 없으니 찾아간 산일 뿐이었다

    강원도까지 내려가는 내내
    곧 지구가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이 뿌옇고 뿌연 하늘을 보며
    오늘은 망했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침 먹으러 들른 양평 휴게소에는 난생 처음보는 인파로 혼이 쑥 빠졌다.
    코로나 이후로 인파가 많은 곳에 가면 얼떨떨하고 무섭고 이상하고 뭐 그렇다.

    양평 휴게소 최애메뉴, 돈까스와 막국수로 배를 든든히 채운다.
    돼지🐷들에게 파워당당파게 추천할 수 있는 메뉴라 생각없이 올리브 언니에게도 추천했으나
    소식가인 언니는 절반을 겨우 먹었다.
    늘 돼지롭게 먹는 나는 천천히 꼭꼭 씹어 접시를 깨끗히 비웠다 ㅋ

    다른 차량의 일행들이 늦어준 덕분에(?) 거의 처음으로 산행가는 날 아침을 느긋하게 눈치 안보며 내 속도로 먹은것 같다 ㅋ

    여섯명이 차 두대로 움직인터라 들머리 날머리를 달리 하기로 했다.
    운두령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
    강원도로 넘어오면서 하늘이 좀 맑아졌지만..
    미세먼지는 여전하여 저 먼 곳은 뿌옇기만 했다.
    그래도 가까운 하늘이 파랗게 빛나며 열일해준 덕분에
    상콤하고 상쾌하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계단을 좀 올랐을 뿐인데 평지같은 능선길이 쭉이어져
    - 이 산 뭐야. 개꿀!!!
    하며 신이났다.

    하지만 길은 곧 눈길이 되어 미끄덩 미끄덩
    바로 아이젠을 착용했고
    눈길이 사라진다 싶으면
    똥밭이 연상되는 진흙밭이 이어졌다.
    언젠가 내가 똥밭을 밟게되는 날이 온다면 분명 오늘의 그것과 같을 것이라 화..확신이 들 정도였다.
    저기다가 응가 냄새만 더하면 딱이겠어.


    게다가 곧이어 경사도가 어마어마한 깔딱고개"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깔딱고개가 아니고 깔딱고개들 ㅋㅋㅋ

    여기도 경사도가 장난 아니었는데.. 사진찍는 솜씨하고는🙄 췟

    올겨울 알아낸 내가 좋아하는 색.
    흰 눈과, 초록빛, 그리고 창백한 나무의 색.

    오늘 원없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상고대가 있다는 것은 춥다는 의미니까
    춥찔이한테는 이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오늘 날씨는 봄!
    봄날씨같은 따스함 속에서 시리도록 예쁜 눈을 눈에 한가득 담을 수 있었다.

    예쁘다 예뻐! 눈이 정말 지긋지긋한데 예쁜거 좋아하는 얼빠는 눈 앞에서 헤벌쭉😳😳

    요기가 아마 1942봉이었을까?
    어디가 어딘지 정보가 없...;
    너무 열심히 오르기만한 오늘의 산행 ㅋ

    깔딱고개들을 넘어와 정상인줄 알고 마주한 곳에서
    -정상 아니에요!
    라고 알려주신 산객님 덕분에 바로 시무룩해졌다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으아아아아아아아!
    신남의 함성이 절로 나왔다

    눈내린 산이 검은 돌들과 어우러져 웅장한 느낌을 주던 설산만 보다가
    보슬보슬 부들부들한 강아지 같은 느낌의 설산을 처음 봤다(아마도.. 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검은빛이 좀 누그러져 그런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ㅋ)

    어린이들~ 엄마 어디가쪄여? ㅋ 알록달록 귀여운 올리브언니와 허니양

    어마어마한 인파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조금 벗어나 우리도 자리를 잡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정상까지 가면서 저... 인파들과의 진빠지는 부딪힘이 계속됐다.
    약.. 40여명이 함께온 산악회였는데
    (아니.. 이게 왜 가능한거야? 왜왜왜!!!)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웠고
    어마어마하게 느렸으며
    엄청난 길막파워를 과시하셨다.

    허니양과 나는 무서운 산악회 인원들을 한명씩 뒤로하며 그 인파의 선두로 나올 수 있었지만 남은 일행들은 기나긴 행렬과 시끌벅적함에 파묻혀 정상에 도착했을때는... 넋이 나간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정상석 사진을 찍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의 끝에 섰는데..
    놀랍게도.
    너무도 놀랍게도.
    우리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도 그(!) 산악회 사람들이었다.
    대체...몇명이 온거야!!!
    맙.소.사.

    계방산 정상. 블랙야크 100대명산 서른여섯번째 인증

    정상석 사진찍으려고 기다리다가
    내가 정상석 될 뻔했다.
    그렇게 힘겹게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

    대인원이 우리가 하산하는 길로 함께 하산하는 듯해
    정말 미친듯이 내려가는데에만 매달렸다.
    다시는 그 인파에 섞여들어가기 싫다는 공포가
    산토끼를 눈밭과 진흙밭에서 헐떡이게 만들었다.

    다들 한마음으로 숨돌릴 시간 시진찍을 시간을 포기하고
    정신없이 발길을 옮기는데만 집중했던 서글픈 우리의 하산.

    그렇게 내려가던 와중에도 폭신하게 내려앉은 눈밭은 예뻤다.

    아이젠이 피곤하지 않을만큼 쌓인 보드라운 눈과
    아이젠이 피곤하지 않게 질퍽하게 쌓인 진흙덕분에🤣🤣
    그럭저럭 빠른 하산을 감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먼지가 폴폴 날리던 매우 가파른 마른흙길을 내려올때는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아이젠이 고마울 정도였다.
    이거 어쩐지 4계절 전천후 아이템 느낌.

    뷰가 훨씬 예쁘다고 해, 원점회귀가 아닌 코스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멀리보아야 예쁜 뷰라서 미세먼지가 좀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눈밭이 너무나 예뻤으니 되었다.

    🎯계방산 오르기🎯
    ✔ 산행거리 : 9.1km(트랭글기준)
    ✔ 산행시간 : 4시간 30분(간식시간 & 기다림 50분)
    ✔ 산행코스 : 운두령주차장 - 1492봉 - 계방산정상 - 아랫삼거리 주차장
    ✔ 주차 : 운두령 주차장 / 아랫삼거리 주차장에 한대씩. 주차비 무료
    ✔ 길다랗게 늘어진 산세가 너무 예뻐 연두의 계절에도 찾아가고 싶다

    왼쪽 코스로 올라가 가운데 코스로 내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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