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등산일기] 내장산 일주(?)_20221029
    등산일기 Hiker_deer 2022. 10. 30. 20:00
    반응형

    두 번째 내장산.
    어휴~ 내장산 마저도 두 번째야.
    이 기세면 조만간 처음 가는 산 찾는 게 더 힘들겠어

    올해 초, 쌓인 눈을 밟으며 어렵게 올랐던 서래봉에서 바라본 내장산의 산세에 반해 꼭 다시 한번 오자, 다음에 오면 저 봉우리들을 다 지나 보자-
    며 나누었던 이야기가 너무 오래지 않은 가을, 실현되었다.

    매주 원정 산행을 다니며 확실하게 배운 것 하나는 출발은 빠르게! 그리하여 오늘도 오전 5시 사당역 출발.
    사당역까지 가는 택시를 아주 오래 걸려서 겨우 한대 잡아탔다.
    그런데 택시기사님, 내 복장을 보더니
    - 등산 가나 봐요~
    로 시작해서 당신 이야기,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아들 이야기, 울산에서 경찰 한다는 사촌 조카가 땅 사서 집 지은 이야기까지....
    누가 보면 수십 년간 말 못 하는 벌을 받다가 어제 풀려난 것처럼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쏟아냈고
    난.. 이미 택시에서 종주를 뛰고 난 것처럼 진이 빠져버렸다. 내가 이래서 혼자 택시 타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미 나를 떠나버리려는 넋을 억지로 꾸역꾸역 잡아 정신을 다잡고 일행을 만나 출발했지만 계속 몸도 마음도 늘어지고 가라앉았다. 다음엔 차라리 걸어가야지

    눈을 감고 있다 잠시 눈을 떴는데 차창밖으로 어둠과 함께 짙게 내려앉은 안개가 보였다.
    오늘 날씨 망했나 봐~라는 생각이 잠시 들다가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올 초 주차했던 서래탐방지원센터는 이미 만차,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무료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를 세우고 탐방지원센터에 다시 가니, 어라!!!!!!!
    이곳도 탐방로 예약을 해야 한단다.

    다행히 앞선 산객들이 이름과 인원 등등을 기입하고 올라가셔서 우리도 같이 이름을 적었다.
    -오늘은 520명 예약이 다 안찬 거예요?
    여쭈니, 취소한 사람들이 있어 그 인원만큼 현장 접수를 받는 것이라 했다.
    천만다행이다. 휴~~~~ 대장님만 따라다니다 보니 너무 쉽게 생각 없이 산을 다니나 보다. 앞으로는 산에 대해 검색도 하고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젓가락 하나 얹어놓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오전 8시 50분, 서래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들머리 부근에서 조금 일찍 왔나 보다~라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지만 지난주 지리산을 걸으며 가야산과 지리산행 만으로도 올해 단풍산행은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단풍은 그만하면 되었다~ 며 마음을 다독였다. 서래 삼거리까지 오르는 동안은 딱히 뷰도 없고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다.
    뒤로 호수가 보이긴 하는데... 오늘은 뿌연 시야 때문에 그나마도... 그냥저냥 큰 감흥이 없었다.

    오르는 내내
    -아니 올해 초에는, 이렇게 가파른 오르막에 눈이 쌓였었는데 대체 어찌 올랐던 거야 ㄷ ㄷ ㄷ
    아이젠을 끼고 엉금엉금 올랐던 내 모습은 기억나는데 이 오르막이 이렇게 가파른 줄은 인식을 못했었다. 그냥 아이젠이 너무 힘들어 다른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듯.

    계단을 오르고 거친 오르막을 오르면 서래 삼거리에 다다른다.

    여기서 불출봉으로 쭉 오를 수도 있고 잠시 왼쪽으로 빠져 서래봉을 다녀올 수 있다.
    - 서래봉 들렀다 갈래, 그냥 갈래?
    묻는 대장님께 기왕 왔으니 서래봉도 가자고 했다
    하필 대자연의 첫날이라 생리통이 좀 심했지만 함께 온 J님은 오늘 내장산이 처음이니 그래도 다 둘러보는 게 좋잖아

    서래봉까지의 400미터는 다 계단이다.
    계단만 쭉 오르면 된다.
    산에서의 계단은 지옥이 아니라 축복이자 천국이다. ㅋㅋ

    겨울에도 멋졌지만 오늘은 더 멋진 것 같은 서래봉에서 보는 내장산의 암봉들.

    쯔기~~ 다 걸어봐야지. 으쌰!
    저 멀리 내장사도 보인다.

    올라갔던 계단을 다시 쭉 내려와 다시 삼거리로 돌아왔다.
    불출봉으로 향한다. 나뭇잎이 색동옷을 갈아입지는 않았지만 바닥에는 낙엽이 쌓여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차분한 색이 단풍과는 또 다른 가을의 매력을 물씬 발산했다.

    쏴아아.. 바람이 불고 빗소리인 듯 소리가 들려온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장관이었다.
    가을엔 또 이런 멋도 있구나.
    감탄하며 산을 오른다.

    불출봉까지 쭈욱 걸어오는 길은 역시나 예쁘다.
    도락산 느낌도, 계룡산 느낌도, 가야산 느낌도, 월악산 느낌도 물씬 나는 돌과 계단이 조화롭고 아름답다.

    뿌연 시야 덕분에 내장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사진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즐기기엔 충분했다. 아직인가 싶었던 단풍은 산에 오르니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있었다. 내장산 하면 늘 새빨간 단풍의 사진을 보았던 것 같은데 다른 산과 비슷한 색감이라 좀 의아하긴 했지만 내장산도 완연한 가을이었다.

    불출봉에서 바라본 우리가 가야할 능선들

    불출봉에서 다음 봉우리인 망해봉까지는 좁은 숲길이다.
    팔까지 자란 산죽이 계속 몸을 스쳤다.
    까치봉 전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어서 나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길이 매우 좁아서 뒤에서 앞서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마주오는 사람들까지 좀 번잡스러웠다.

    좁은 망해봉에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딱히 정상석이 없으니 여기저기 흩어져 내장산의 가을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오늘의 내장산은 반팔로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오늘 역시 반팔에 얇은 바람막이부터 시작해 패딩조끼에 하드쉘까지 알차게 챙겨 온 나는 시원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얇은 바람막이는 쭉 입고 산행했던 지난주 지리산보다 더 더워서 바람막이도 넣어버렸다.

    내장산을 가득 채운 산객들 대부분은 긴팔 이너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올랐다.
    오우... 나도 이제 짬바라는 것이 생긴 것인가

    망해봉에서 연지봉으로 또다시 좁은 숲길을 걸었다.
    내장산은 흙산인 듯 돌산인 듯 흙길과 돌길이 꽤 많아서 아직 산꼬맹이에 돌찔이인 내 눈에 얘는 돌산인 것 같기도 해~ 느낌이었다.
    오르고 내려야 하는 돌이 많고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서 속도가 느려졌다.
    쫄보는 늘, 돌길은 열 번 두드려본다😇😇😇 동무들은 저 앞으로 나아가고 내가 돌에서 헤매는 동안 우리 사이에 다른 산객들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으니 딱히 무섭지도 않고 걱정되지도 않았다.
    어차피 좁은 외길이니 그들을 추월하며 앞으로 나가기에도 무리가 있어 편한 마음으로 내 속도대로 산행을 계속했다. 혼산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어쩐지 혼산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슬쩍 들었다.

    헬기장 느낌의 연지봉을 지나 오솔길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해가 안 드는 곳을 찾아들어갔더니 금세 추위가 느껴졌다. 차가운 손끝으로 샌드위치를 꼭 잡고 조금씩 뜯어먹었다.
    뜨거워도 햇빛 아래가 나았겠어.
    앞으로 남은 산행에서는 햇살 아래서 식사를 해야겠다고 기록을 남긴다.

    식사를 마치고 까치봉으로 가는 길.
    가을의 나뭇잎이 참으로 예쁘고,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정말 따뜻한 가을의 풍경.

    까치봉까지의 길은 하산길인 듯 내리막이 계속되다 까치봉 근처에서 가파른 오르막이 나온다. 둘 다 길지는 않아서 힘에 부치는 코스는 아니다.

    우리 코스의 마지막 봉우리인 신선봉으로! 고고고

    까치봉에서 신선봉까지는 진짜 돌산인 듯 가파른 돌길이다. 단풍축제 기간이라 관광하듯 찾은 산객들도 많았는데
    - 여기 왜 이래!!
    곤혹스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돌길을 난간을 꼭 붙들고 조심스레 내려서면 날카롭고 좁은 돌길이 나타난다.
    역시나 난간을 조심스레 잡고 이동해야 한다.
    길이 좁은데 사람이 참 많아서...
    나름 흥겨웠다.
    잔치인 듯 축체인 듯

    오랜만에 이렇게 사람이 북적이는 산을 찾았다.
    사람 사이에서 금세 진이 빠지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사람이 주는 에너지도 굉장히 잘 받는 터라 내장산의 산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나름 즐거웠다.

    신선봉까지의 길도 까치봉과 마찬가지로 내리막이 이어지다 신선봉까지 쭉 치고 올라가야 했다.
    좁은 길에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가면 그만이다.

    거대 꾹꾹이와 다녀온 내장산 신선봉🤣🤣🤣 블랙야크 쉰세번째인증

    신선봉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매우 길었다.
    지리산 정상석에서 줄 설 생각도 못하고 부랴부랴 내려와야 했던 기억이 나서 여기서는 꼭 사진을 찍고 싶었다(하찮은 보상심리 ㅋ).
    이제 하산이다.

    하산길이 참 예뻤다. 올랐던 길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가을색이 내려앉은 길이었다.

    하산길의 경사로는 짧은 편이다.
    짧은 내리막을 내려오면 내장사까지 산책로를 걷게 된다.
    길도 다리도 참 예쁘다.

    산 윗부분에 단풍이 더 짙을 줄 알았는데 내장사에 가까워질수록 단풍의 색이 더 진해졌다.

    가까이의 푸른 나무들 뒤로 보이는 붉게 물든 단풍은 유니콘 같고 봉황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도 도착한 내장사는 단풍축제가 한창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기도 처음이다.
    난.. 산사람인데 산이 아닌 곳에서 사진을 찍자니 어쩐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내장사 입구에서 경내 셔틀버스를 탔다(인당 1,000원)
    약 2.5km 정도의 길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이 2.5km의 길이 정말 예쁘다. 단풍이 절정이다. 단풍철에 또 이 코스로 오게 된다면 그냥 이 길도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보고 싶다.

    내장사 매표소에서 우리가 주차를 한 서래탐방지원센터까지 약 3.5km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단풍축제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각하여 택시를 탈 수 없었고 버스는 탑승을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서 걷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걷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요.
    씩씩하게 성큼성큼 걸어 원점회귀.
    산행을 마쳤다.

    🎯내장산 오르기🎯
    ✔️산행거리 : 14.5km (애플 워치 기준)
    ✔️산행시간 : 6시간 45분
    ✔️산행코스 : 서래탐방지원센터 - (서래봉) - 불출봉 - 망해봉 - 연지봉 - 까치봉 - 신선봉 - 금선계곡 - 내장사 - (셔틀버스) - 매표소
    ✔️내장사 셔틀버스 1,000원 / 매표소에서 서래탐방지원센터까지 3.5km를 더 걸어가야 함 🤣
    ✔️시야가 깨끗했으면 오늘도 저세상 돌고래를 소환했을 텐데.. 묵묵히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서래봉-불출봉-망해봉까지는 예쁜데 그 이후의 봉우리들은... 그냥 길이 있으니 간다~정도의 느낌 ㅋ


    ➕) 애플워치와 하이킹하기

    6시간 45분의 하이킹을 마친 애플워치 7 배터리.
    갤럭시워치 4는 이정의 산행을 하면 배터리가 10~15%정도 남는다.
    이렇게나 많이 차이가 날일인가 싶은데.. 지금까지 가야산, 지리산종주, 내장산행을 해본 결과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
    이정도면 지리산종주 정도는 중간에 배터리 충전 없이도 충분히 할만하다.
    워치때문에 폰을 아이폰으로 바꿔야겠다,
    혹은 워치를 가민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고민하고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구매한 것이었는데
    아주 흡족하다

    300x25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