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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 - 가지산🍆 & 운문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3. 4.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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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3월 31일 매우 늦은 밤,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는 두 번째 영알 산행을 나선다.
    이번에도 알레버스를 타고!!

    그런데 2주 전 월요일, 알레버스 예약하는 그 시간에 딱 일이 있어서 세명 중 그 누구도 예약을 못했다.
    다들 포기하려는데 난 포기할 수 없었다.
    계획을 세웠으면 어떻게든 집요하게 그것을 해내야만 하는 나는 오래전에 세운 계획대로 이번에 가지/운문산을 가고 다다음주에 고헌/천황/재약산을 가서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의 대장정을 끝내야 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시간만 나면 알레버스 페이지를 들여다봤고 처음에는 제일 뒷자리, 취소되는 좌석을 하나씩, 하나씩 잡아 세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취소 마감기한이 다가오는 즈음 편안한 앞쪽자리로 세 자리를 다시 예약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포기하지 않는 손가락

    그리하여 다시 찾은 금요일 밤 11시의 사당역은 지난번보다 더 난리였다.
    버스가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었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며 내가 타야 할 버스를 찾는데....없다.
    거의 끝까지 갔을 때 알레버스에서 톡이 왔다.
    버스는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있다고.
    버스가 너무 많아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게 된듯하다.

    한적한 주차장에 유유히 서있는 버스에 몸을 싣고 눈을 감았다 뜨니 가지산의 들머리인 석남터널 입구였다.

    손전등의 빛을 받은 목련나무의 커다란 꽃망울이 아주아주 하얗게 빛을 냈다.
    오늘 헤드랜턴을 깜박한 나에게는 M님이 예비로 준비해 온 손전등이 주어졌는데 손전등의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어마어마한 밝음 덕분에 좁은 곳만 비추는 헤드랜턴을 하고 발밑만 보고 걸어야 하는 야간산행이 아닌 멀리 보고 여유 있게 걸을 수 있었다.

    조금 무겁고
    손전등을 든 손이 자유롭지 못해 조금 불편했지만, 목디스크 유발 자세를 굳이 하지 않아도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어 정말 좋았고 더불어 밝고 또 밝은 손전등에 가지산의 모든 길이 핀조명을 받은 연극무대처럼 극적으로 빛났다.

    작년의 가지산은 간월산-신불산-영축산행을 마치고 어쩐지 운동량이 부족한 것 같아 점심을 먹은 이후의 두 번째 산행이어서 가지산을 오르는 첫걸음부터 힘겨웠고 괜히 오기 부렸다는 후회로 가득 찬 걸음걸음이었다.
    체력이 부치니 주변 풍경도 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비슷한 속도로 산행을 하는 산객들의 시야도 모두 밝혀주는 손전등을 들고 가지산을 오르자니 어두운 밤임에도 이렇게 예쁠일인가~ 싶을 만큼 매 걸음이 감동이었다

    잠시 전등을 끄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의 별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우리는 거의 마지막으로 출발을 해서 우리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
    출발 전 버스에 올라탔던 알레버스 관계자님이
    - 빠른 분들은 가지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중봉에서는 일출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라고 해서 우리는 늘 느리게 가니 중봉에서 일출을 보겠거니 했다.
    이제는 알레버스가 얼마나 여유 있게 시간을 주는지 알기 때문에 딱히 급할일도 없었다

    빼곡히 가지를 뻗은 나무들 사이로 말로 형언하기 힘든 오색찬연 한 빛깔로 물들어가며 밝아지는 하늘이 보였고, 마치 그림자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나뭇가지들이 자기주장을 가지고 움직일 것 만 같았다.

    하늘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우린 여전한 어둠 속에서 중봉에 도착했다.

    - 어라? 우리 정상 가서 일출 보겠는데요?
    등린이, 산린이의 친구 알레버스는 역시나 가지산까지의 산행시간 역시 매우 넉넉하게 잡아 안내해 준 거였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시야가 확 트이며 해가 떠오르기 직전, 다채로운 색의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에서 한참 사진을 찍고, 당신이 찍으신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 하시는 산객 한분께 돌고래 리액션으로 기쁨을 드린 후😝😝 다시 정상을 향한 걸음을 계속했다.

    떠올랐다.
    둥근 해가.
    반짝.

    모든 사람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서서 두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마저도 장관이었다.

    가지산 정상-블랙야크100대명산, 영남알스프 인증

    꽤 바람이 차가웠음에도 떠나기 힘들었던 가지산 정상.
    가지산이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니!
    작년엔 전혀 안 보이던 것들이 눈으로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태백산맥 못지않게 높고 큰 산들이 한 겹 한 겹 벽을 쌓아 장관을 연출했다

    운문산까지 2시간 20분.
    안내표지도 예뻤지만 뒤로 보이는 작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운문산으로 가는 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낙타의 혹같이 너무 귀엽잖아!!

    여기야, 여기! 여기 서봐요!
    은화원정대원 한 명씩 사진을 찍어주고 내 사진도 한 장 부탁해 본다.
    영남알프스 환종주 코스의 산들의 유명세에 가려진 게 분명하다.
    가지산, 운문산은 환종주 코스처럼 아기자기하고 목가적인 아름다움 대신 호쾌하고 위엄 있는 산세로 나를 압도했다.

    산등성이

    라는 명사를 시각화한다면 딱 이거다 싶을 만한-저 밑에서부터 가파르게 뻗어올라 장벽처럼 땅을 가르고 하늘을 가르는 산맥의 등 부분이 걷는 내내 눈을 사로잡았다.

    다소곳이 모은 두 손과 힘껏 그러모은 두 다리가 내가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보여주는,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아찔한 낭떠러지와 화려한 산맥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에서도 감격의 탄사를 연발하며 잠시 머물렀다.

    바람이 자는 곳을 찾아 잠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곳에서 바라보는 절경이 우리의 흥을 돋웠다.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나 예뻤고

    든든한 산맥들이 우리를 지켜주었다.
    예쁘고 편한 능선이 끝나자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됐다.
    좀 많이 가파름 주의!!!

    그리고 아랫재 도착!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이 쉬고 아침까지 먹었음에도 8시 20분경이었다.
    원래 가지산만 가겠다고 선언했던 올리브언니는 버스 출발시각까지 6시간이나 남아있자 어쩔 수 없이(!!!!) 운문산도 올라야 했다.

    나의 큰 그림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처음, 언니는 은화는 관심 없었는데 영남알프스에 가보고 싶어 흔쾌히 나와 동행하였고 그 아름다움에 반했으나 체력이 안되니 가지산만 가겠다고 했었다. 은화는 정말 욕심 없다며.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이(?), 어쩌다 보니(!) 언니도 은화가 코앞!

    본인은 늘 체력이 모자라고 거북이라고 주장하는 올리브 언니는 운문산 깔딱 고개 직전까지만 해도 오늘의 가지운문산행이 오서산 보다 쉽다고 했다!!!

    아랫재에서 운문산 올라가는 길은 초반에는 딱히 힘들지 않다. 그렇다고 가지산만큼 예쁜 길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주변 산세가 워낙 압도적이고 산아래 펼쳐지는 마을이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워서 조망이 터지는 곳만 나오면 쉬이 발길을 옮길 수가 없었다.

    길이 점점 가팔라지고 커다란 돌들이 바닥에 나타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아랫재에서 운문산 가는 길은 1.5km 내내 쭉 오르막만 나오지만 초반에는 조금 완만했던 길이 정상으로 갈수록 자비 없이 가팔라졌다.

    그리고 정상 직전 파란 하늘을 뒤로한 초원 같은 길이 나타났는데 저 멀리 정상을 향해 끝없이 놓인 계단이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꽤나 험했던지라 계단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계단은 언제나 옳지! 언제나 은혜롭지!

    정상에 오르기 전 다시 한번 식사(?) 시간을 가졌다.
    참, 자주, 많이 먹는 우리!
    오늘도 M님이 싸 온 호두크림치즈곶감말이는 내 영혼까지도 치유해 주는 맛이었고, 오서산에서 임뀨의 식탁을 보고 반해 구매한 올리브 언니와 나의 식탁은 기똥차게 합체되어 "문명인의 식탁"을 구현해 주었다.

    산에서 누리는 엄청난 호사!!!

    날이 점점 더워졌고 뙤약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등산로여서 잠시 식사했던 거의 유일한 그늘이었던 이곳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엄청 여유 있었다.

    정상까지 나 있는 계단.
    뒤로 보이는 마을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정말 고즈넉하고 예뻤다.

    계단이 끝나고도 돌산의 황량한 길을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올라야 정상이 나타난다.
    짠!!! 쉬고 먹고 사진 찍고 즐기며 올라왔음에도 10시. 매우 여유 있는 시간에 운문산에 도착했다.

    운문산-블랙야크 100플러스, 영남알프스 인증!

    등산로가 편하고 예쁘진 않았지만 높은 곳에서 마주한 풍경 하나는 정말 빼어난 운문산!
    가지산은 힘들었던 기억뿐이었고 운문산은 단 한 번도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산이었기에 기대는 전혀 없이 은화를 타고자 하는 물욕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찾은 산이었는데 두 산 모두 어찌나 아름다운지, 어찌나 웅장한지, 어찌나 위대하고 포근하던지 오늘하루도 끝없이 돌고래 리액션과 탄성이 끊이지 않는 산행을 해야 했다.

    운문산 장상에서! 오늘도 애착산동무 "미우"와 함께!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 다시 아랫재로 가야 한다.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았는데 내려갈 때는 더 만만치 않았다. 하도 많이 넘어지다 보니 하산에 공포가 생긴 나에게는 많이 어려운 길이었다.
    그래서 더듬더듬 느릿느릿 발 디딜 곳을 찾으며 하산했다.
    아랫재에서 상양마을까지 1.8km를 내려가야 한다. 아랫재부터의 길은 매우 완만한 길이었다.
    오늘 산을 오르는 내내 부지런한 진달래를 보고,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은 햇살을 느끼며 봄이 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아랫재부터의 길은 완연한 봄이었다.

    이제 막 꽃망울이 맺힌 나무에서 꽃망울을 화려하게 터뜨린 꽃무리까지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는 나무와 녹음이 짙어지는 잎새들까지
    봄을 걸었다.
    봄의 시간을 함께 걸었다.

    그리고 상양마을 도착!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영남알프스를 걷게 해 준 고마운 이곳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작게나마 이바지하자고 셋다 굳은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상양마을에서 얼음골 사과를 구매했다.
    맛보고 가라며 커다란 사과를 반으로 뚝 쪼개 큰 조각을 건네주셨는데, 한입 먹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해!!
    사과 자체도 워낙 맛있었는데 산행 후 사과라니, 안 사고는 못 배길 여건이다.

    그리고 출발 전부터 알레버스의 안내에서 이곳 사과가 맛있다는 글을 보고 무조건 사과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과일덕후였다.

    사과를 사고 버스를 타야 하는 주차장 인근 카페에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일찍 도착한다면 이곳에서 쉬어도 좋다며 역시나 알레버스에서 알려준 까페, 산내랑.

    아무것도 아닌 그냥 시골동네 풍경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사방을 둘러보면 소소한 풍경에 반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오늘의 점심은 내 맘에 쏙 드는 것들로만 채워주신 감사한 산동무들!
    지난번 영남알프스 은화원정대 1차 산행에서도 셋이 수다화력을 폭발시키며 신나게 걷다가 알바를 매우 심하게 했었는데 오늘도 까페에서 수다력이 폭발하여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맘에 쏙 드는 까페에서 산행의 훈장 같은 음식을 나누며 쉬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러가던지 눈 깜박하니 버스시간이 코앞이더라~의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버스시간 20분 전에 알람을 맞추고 흥겨움의 무아지경에 빠져보자며 결심했고 아쉽고 또 아쉬운 까페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버스에 올랐다.

    오늘도 우리를 태운 버스는 버스 전용차로를 씽씽 달려 6시 10분에 우리를 사당역에 데려다주었다.
    버스 찬양! 버스 만세!

    🎯영남알프스 가지산, 그리고 운문산🎯
    ✔️ 산행시간 : 8시간 40분
    ✔️ 산행거리 : 18.40km
    ✔️ 산행코스 : 석남터널 입구 - 중봉 - 가지산 - 아랫재 - 운문산 - 아랫재 - 상양마을 - 얼음골폭포관광농원 앞
    ✔️ 왜!!! 가지산, 운문산이 엄청 웅장하고 예쁘다는 얘기 아무도 안 해줬어요?? 정말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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