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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 여행일기] Fjord(피오르 또는 피오르드)
    내가 있던 그곳 2023. 9. 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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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이 끝났다.
    세 번의 트레킹 중 한 번은 날씨가  안 좋거나 비를 만난다는데 우리는 운 좋게 꽤나 좋은 날씨로 세 번의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제는 본격 노르웨이 여행인가!

    출발 전 숙소에서 본 호수 뷰. 구름이 점점 짙어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실은.. 트레킹이 끝났으니 여행은 개별 스케줄로 하고 싶었다.
    준비하기 전부터 굴뚝같이 들었던 생각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일정을 굳이 같이 해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그 둘(!) 때문에 어쩐지 말을 꺼내지 못한 바보 같던 나.
     
    그래도 소심한 반항의 일환으로 플람바나는 타지 않고 유람선만 타기로 했다.
    숙소에서 FLAM 역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는 내내 비가 내렸고 FLAM역 역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원래 나는 다른 일행이 기차를 타는 동안 FLAM역 근처에 있다는 공원에 올라 FLAM을 내려다볼까 생각했었는데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 머릿속에 있던 모든 선택지를 지우고 일행과 헤어지자마자 역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여행 중 최고로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을 맞았다

    뜨거운 라떼를 시키고 일기를 쓸 겸 티스토리 앱을 열었다.
    첫 번째 노르웨이 트레킹 일기를 마무리했다.
    까페안은 조용했고 창밖으로 비 내리는 풍경은 평화 그 자체였다.
    WIFI가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처음에는 아마 안될 거라고 하던 직원이 나중에 찾아와서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QR코드를 보여줬다.
    QR코드로 와이파이 연결해 보긴 또 처음!
     
    그리하여 여행 최고의 행복한 시간을 3시간 정도 보내고 일행을 다시 만났다.
    실은 일행들이 돌아오기 전에 점심도 먹고 싶어서 그들의 기차가 도착할 즈음 점심을 미리 주문했고 내가 한창 음식을 먹고 있을 때 그들이 도착했다.

    세상 푸짐한 나의 점심. 강남 물가와 비슷했다.

    난 이 여행을 하면서 "인간의 사회화"를 아주 적나라하고 혹은 절박하게 체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명을 제외한 나를 포함한 세 명은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간에 화기애매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와중에 그 한 명은 정말 제멋대로여서

    사회화가 되지 않은 인간은 저렇구나. 정제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을 마주한 느낌

    이었다.
     
    준비하는 기간에 가장 마지막에 예매한 것이 피오르드 크루즈였다.
    다들 느긋하게 예매할 생각도 안 하고 있고 미리 사이트를 찾아 추이를 보고 있던 나는 좋은 시간대의 표가 매진되고 있어 일행들에게 얼른 일정을 확정하자고 매우 조심스럽게 예의 바르게 구걸하다시피 해 구매했던 티켓.

    점심을 먹고 나오자 구름이 낮게깔린 신비로운  풍경이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역의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나를 태우고 어디로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차와 그 뒤를 떠받친 멋진 산, 그리고 구름과 비가 막 갠 축축한 하늘의 조화가 마법세계의 느낌을 자아내던 풍경에 내적 흥이 폭발했다.

    흥이란 것이 폭발한다. 내적댄스 둠칫둠칫

    FLAM역에서 GUDVANGEN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플람에서 구드방엔까지 굳이 유람선을 왕복으로 탈 이유가 없어서 주차를 했던 FLAM 역에서 GUDVANGEN까지 버스로 가고 구드방엔에서 플람까지 유람선을 타고 피오르의 절경을 보기로 한 것.
    버스에서 내리자 구름이 몽실몽실 깔려있지만 햇살이 반짝 빛나는 맑은 날씨가 우리를 반겼다.

    배타러 가자!!


    이게 웬일!
    나는 정말 날씨요정인가~

    지난번 노르웨이 여행 시 플람바나를 타고 일행들과 엄청 즐겁고 신났던 기억은 있는데 유람선의 기억이 없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너무 추워서 실내에만 머물렀던 것 같다.

    그때는 노르웨이 여름날씨가 어떤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여름이니까~~~~~~~~~하며 여행을 왔던 터라 다들 노르웨이 여름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었다.
    그러니 추웠을 것이다.
    사정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금세 뒷걸음질 쳤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에 민감해야 하는 산사람이 된 지금
    가볍고 성능 좋은 방한의류를 잔뜩 가진 나, 전혀 문제없지!
    걱정 1도 없지!
     

    배가 출발하고 20여분 동안은 햇살이 엄청 뜨거웠다.
    눈 부신 햇살 속에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색을 오롯이 느끼고 싶던 나는 선글라스를 뺐다 꼈다하며 피오르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칼바람이 불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갔다.

    지난번에도 실내에서만 있었는데 이번엔 그럴 수 없지
    라는 생각으로 내내 밖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내 구름이 몰려왔다
    날이 흐려졌다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불구불한 피오르의 멋짐은 폭발했고
    우리 배가 지나는 모든 길을 둘러싼 웅장하고 높은 산에서 셀 수 없이 흘러내리는 폭포들이 매 순간 감동을 더해주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폭포를 보긴 처음이다.

    노르웨이 폭포들은 산꼭대기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대부분이다.
    노르웨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깨달은 자연의 신비였다.
    운전을 하며 이동하다 보면 산 꼭대기의 만년설을 보게 되고 거기서부터 폭포가 시작되어 물줄기가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지구의 신비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감동 감격 벅참 희열 숙연 등등 많은 감정이 뒤섞여 바라보게 되던 노르웨이의 폭포

    두 시간여의 탑승시간 내내 머릿속을 비우고 시각에만 의존했다.
    남은 날들 우리의 노르웨이 여행이 어디로 굴러가든, 오늘 밤 또 누군가 성질을 버럭 내든 말든, 본인말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삐지건 말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행복했다.
    자연이 주는 치유란 이런 것이다.
     

    플람바나도 그렇지만 피오르 유람선도 한번 타면 두 번은 안타도 될 것 같다.
    노르웨이를 여행한다면 피오르는 이동 중에 볼 수 있는 기회가 꽤 많아서
    피오르 집중투어 유람선은 한 번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노르웨이를 찾는다면 플람바나 산악열차도 피오르 유람선도 타지 않을 나.
    그렇다면?
    트레킹만 하겠다. 트레킹만 하고 싶다.
     
    신비하고 장엄하고 웅장하고 이(異) 세계 같은 노르웨이의 자연을 내 두 발로 오롯이 느끼며 이곳저곳을 걸을 것이다.
     
    o Flam-Gudvangen 셔틀버스 : 130NOK
    o Gudvangen-Flam 피오르 유람선 : 585NOK
    o 유람선 예약사이트 : https://www.norwaysbest.com/things-to-do/fjords/fjord-cruise-naeroyfj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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