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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구례 오산, 둥주리봉 그리고 섬진강 벚꽃데크길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4.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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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4. 1. 휴가. 월요일!
     
    오전 5시 50분.
    해가 꽤 길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시간은 해가 뜨기 전 어둠이 가득하다.
    부랴부랴 달려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으로 향했다.
    어느 산인지 어떤 산인지 다 제쳐놓고 섬진강 벚꽃데크길을 걷는다는 제목에 홀리듯 신청한 산행이었다.
     
    매우 어색하게 인사를 마치고 렌트한 카니발에 올라탔다.
    3시간 반의 긴 이동.
    차 안은 운전을 해주신 리딩님과 보조운전자로 옆에 계신 분의 조용한 대화 말고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다들 처음 본 사이이니 할 말이 없었다;;;
    뽀와 나도 조용한 차 안에서 조용히.... 눈만 꿈벅이며 앉아있었다.

    창밖으로는 꽃잔치가 열렸다

    나는 요즘 누군가와 살갑게 대화를 나눌 기분이 아니다.
    기분에 좌지우지되어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이 되지 말자고 결심을 해봐도 그때뿐이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지옥 같은 하루를 꼭꼭 씹어 없애버릴수록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이러다 죽겠어.
    죽느니 다 관두자.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해 다른 생각을 하기엔 버거운 나날들.
     
    이 모든 원흉을 뒤로하고 따스한 봄날을 즐기러 갈 수 있다는 것, 지옥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일까?
     
    사성암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에서 사성암까지 가파른, 매우 가파른 길을 오르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서 내려도, 바로 오르막!!

    걸어가도 되지만, 버스비쯤 플렉스 할 수 있잖아유~
    몸이 쏠리는 느낌이 확연한 경사로를 올라 사성암 앞에 내리니 이보다 가치로운 소비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갈곳! 오산 정상은 500m

    암자에는 "월요일"인 것을 감안했을 때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평일에 일하는 개미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으니 베짱이의 미래를 살 나샛기, 더 이상 개미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지어다.
    공사 중인지 거대한 크레인이 있어 절벽 위의 암자 사진을 멋지게 담아낼 수는 없어 아쉬웠지만 절도 있게 절벽을 차지한 암자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이루어진다는 그곳에 도착하여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나중에 내려와서 들어보니 도선굴을 세 번 왔다 갔다 하고 나서 소원을 빌어야 한단다.
    에이, 소박한 내 소원 하나도 이루어지기 틀렸네
    이럴 줄 알았음 소원 좀 줄줄이 나래비 새워 읊어볼걸.
    진지한 마음을 담아 딱 하나만 빌고 왔건만...

    하나씩은 꼭, 이루어지길..

    소원바위가 있는 곳은 소원맛집 이자 뷰 맛집이다.
    낮아서 더 잘 보이는 섬진강 뷰를 한껏 즐기고 돌아선다.

    바로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길지 않다.
    정말 이게 정상이라고?

    오산 정상. 블랙야크 100플러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빨리 눈앞에 나타난 오산의 정상석.
    이래버리니 오늘 할 일을 다 한 기분.
    버스 타고 올라와 조금 걸으니 벌써 정상?
    이래는 돼유? 싶은 느낌이지만 둥주리봉까지의 능선길이 남아있다고 했다.
    4.5km.

    초반의 능선길은 매우 완만했다. 내려가도 완만하게 올라올 때도 완만하게.
    적당히 핀 진달래가 예쁜 색감을 더해주는 산길을 걷는다.
    진달래를 보니 철쭉 만개한 바래봉이 생각난다.
    마치 잊고 있었던 마냥, 아! 나 바래봉 가야 하는데~
    라는 뜬금없는 의식의 흐름.

    매년 진달래, 철쭉은 세상 촌스럽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꽃구경은 다 쫓아다니는 1인.
    언행불일치의 현장.

    다녀가신지 얼마 안되는 것 같은 시라소니님들. 색감도 쨍하고 인상적인 시라소니캐릭터 덕에 여기저기 눈에 띌때마다 웃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며 아노락을 벗었고, 오산 정상을 지나 스쿼미시도 벗고 반팔에 팔토시를 했다.
    봄산행 꽃산행이 이제 시작인데 여름이 어느새 뒤통수까지 쫓아와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아닌 두계절이 참으로 빡센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 같다.

    흙산이었다 돌이 나타나며 암릉미를 뿜뿜 뽐낸다.
    사방을 둘러보면 어느 곳 하나 멋지지 않은 데가 없다.
    섬진강 줄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지리산 병풍이 포근히 감싸 앉은 듯하다.

    높지 않은 산이라 아래로 보이는 네모 반듯한 봄의 논 풍경도 감탄을 자아낸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아 연둣빛으로 변한 논밭은 일 년 만의 반가움에 일 년 만의 생경함을 더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뚠뚠이와 땅꼬마는 통행불가일 것 같은 암릉길이 수시로 나타나니 산행이 매우 다이내믹했다.

    오르막은 가팔라졌고 내리막 경사 역시 가차 없이 내리꽂았다.
    작고 역동적인 산이었다.

    리딩님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셔서 간만에 사진동호회 출사 나온 듯 사진을 찍었다.
    아직은 거의(?) 초면인지라 사진 찍히기가, 찍어달라고 부탁하기가 넘나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참으로 간만에 산행사진을 얻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

    산행 진행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솔봉고개에서 점심을 먹으며 꽤 오랜 시간을 쉬었다. 
    솔봉고개에서 둥주리 봉까지는 1.8km.

    여기만 지나면 완죤 오르막임!!

    거의 다 왔다. 벌써 끝인가 봐 하며 식사 후의 산행을 이어갔는데...
    배부른 상태에서 마주한 급경사의 오르막은... 참으로 힘들었다.
    게다가 정오. 더워지고 있다. 
     
    어느 산의 최단거리 등산로인 듯, 쉬엄쉬엄 걸으며 숨 돌릴 수 있는 평지 따위 나타나지도 않고 그냥 쭈우우우우욱 올라가야 하는 1.8km였다.
    다 오르고 나서 둥주리봉 정상석을 만난 우리의 입에서
    이게 정말 690m밖에 안된다고?
    였으니....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만 3년 산행을 하며 알게 된 것은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막만 있는 산은 하산도 내리꽂는 경사로 오르고 내림 없이 쭉 내려가기만 한다는 것이다.
    하산할 때는 그냥 내려가기만 하는 게 좋다.
    숨 돌리는 평지나 완만한 내리막, 없어도 좋아요~
     
    오늘 산행은 선두와 후미가 꽤 차이가 많이 나는 산행이었다.
    리딩님이 후미를 챙기는 사이 앞서 하산하던 우리는 길을 잃었지 뭡니까.
    정확히 말하면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리딩님이 처음에 짜놓았던 하산코스를 놓치고 다른 코스로 하산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20~30분 신선놀음을 했다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고 찾느라 30분 정도 하산길 한가운데서 꽃구경을 하며 놀았다 
    이것이 진정한 봄산행 꽃산행이지 뭐~

    동해마을의 벽화를 지나 꽃길을 마주함

    동해마을로 하산하여 마주한 풍경, 만개한 벚꽃이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섬진강 양편으로 벚꽃무리가 가득했고 우리가 걷는 길을 사이에 두고도 양쪽에 늘어선 벚꽃이 환상적인 꽃터널을 만들어 주었다.

    오전의 차가운 날씨 탓에 움츠러있던 벚꽃이 산행하던 사이, 마법처럼 활짝 피어났다.

    꽃구경, 꽃산행 날짜를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3년간의 산행으로 알게 되었는데 오늘은 정말 찰떡같이 잘 맞춘 날이었다.

    월요일임이 믿기지 않는 꽃길을 가득 매운 인파사이를 걸으며..
    주말에는 절대 오면 안 되겠구나~ 같은 소중한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산에서 쌓인 피로를 벚꽃놀이로 다 풀었다.


    🎯구례 오산&둥주리봉 오르기🎯
    ✔️산행거리 : 10.8km
    ✔️산행시간 : 4시간(사진 찍고 점심 먹고 길이 엇갈려 한참을 기다린 시간 포함)
    ✔️산행코스 : 사성암-오산-자래봉-배바위-둥주리봉(690m)-동해마을
    ✔️봄산행도 제대로 못했는데 어느새 여름이 바짝 추격해 왔다. 아직이야!!!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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