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등산일기] 진해 장복산 벚꽃종주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4. 7. 23:55
    반응형

    어쩌다 보니 남쪽으로 남쪽으로만 가고 있는 등산일기.
    토요일 밤도 어김없이 술에 취한 사람들 가득 실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사당역으로 향했다.

    새 가방 개시하는 산행이라 세팅한다고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니 할 일이 없어 너무 일찍 나와버렸고 도착해 보니 내가 일뜽.
    버스에 올라 편하게 앉아 사람들을 기다렸다.

    봐도봐도 신기한 사당역 버스행렬

    이제 우등버스가 넘나 편한 무박산행 전문 산치광이

    사람을 가득 태운 버스가 출발하고 여지없이 꿀잠을 잤다.
    한참을 달린 버스는 진해 장복산 조각공원에 도착.

    졸린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니 어두운 밤하늘을 시리도록 하얀 꽃송이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세상에!!!
    나, 진짜 진해에 왔능가봉가

    시작부터 꽃 보고 신이 났다.
    이전 산행에서 몇 번 얼굴을 익힌 언니 오빠들이 있는 조에 배정되어 한결 마음도 편하게 산행을 시작하게 된 쫄보.

    무장애 나눔길, 아름다운 들머리일세!
    무장애길이라니~ 개꿀!!!
    4시 조금 넘어 산행을 시작한 우리는 장복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이 산치광이님들.
    속도 조절이 안된다.
    산치광이들을 무장애길에 풀어놓으니 경보하듯 걷고 있지 말입니다.

    편하디 편한 길이 끝나고 본격 등산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는데 여기저기서 의견이 분분하다.
    준비성 철저한 언니오빠들이 트랭글 맵을 미리 준비해 오셨는데 다들 루트가 달랐다

    이게 웬일이야.
    이 작은 산에 뭐 이리 코스가 많아?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일행들이 오늘 트랭글에 장복산의 새로운 코스를 살포시 더해놓고 온 것 같다.

    우리는 이길 저길 트랭글의 길들을 짬뽕하여 산행거리를 약 1km 정도 단축한 최단거리로 정상에 올랐다.
    근데 아시쥬?
    최단거리 산행은 뽝!!! 치고 올라간다는 거.
    이 어두운 밤.
    벚꽃보고 몽글몽글해진 몸과 마음이 세상 가파른 급경사에 놀라고, 기어올라야 하는 바위에 놀라고, 다리를 쫙쫙 찢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한걸음 한걸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 자랑스러운 나의 산동무들.
    우리는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길이 아닌 듯 길인 듯 헷갈리는 험준한 길을 올라 50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5시도 안 된 시각.
    오늘 일출시각 6시 10분.

    후미가 도착하기까지 20여분을 기다렸다.

    장복산 정상. 블랙야크 100플러스 인증지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웠고 추웠다.
    일출을 기다리기 무리라는 판단에 후미가 도착한 후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을 했다.

    적당히 피어있는 진달래가 예뻤다.
    그러다가 오늘의 첫 산벚꽃을 만났다.
    밑에 핀 벚꽃보다 꽃송이가 작은 산벚꽃
    아기자기 귀여웠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오늘 산행하는 내내
    예쁘다!!
    너무 예쁘다!!
    미쳤다!!
    어쩜 이래!!!!
    감동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겨우 요만큼이라 미안했을 정도로 20km의 산행이 아름다운 꽃동산이었다.

    해도 뜨기 전, 파르라니 처연한 느낌이 들던 진달래와 산벚꽃.

    오늘 하루종일 질리도록 보게 될 테지만 질리지 않던 꽃길.
    새 가방 메고 붕붕 대던 마음은 꽃길을 걷다 한껏 고조되었다.
    가방이 주인공이라며 사진을 부탁했지 ㅋㅋㅋ

    장복산 정상까지의 길이 그렇게 험하디 험하더니 그 이후부터의 길은 산행이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로 완만한 능선의 연속이었다.

    꽃은 만발해, 길은 편해~
    예상치 못했던 추위만 빼면 완벽했던 이른 아침.

    밝아지는 사위에 눈앞에 펼쳐지는 꽃길을 마다할 수 없어 걷다가 멈추어 사진을 찍고 또 멈추곤 했다.
    이런 꽃길 또 없는데 속도는 나지 않았다.

    나아갈 길과 걸어온 길이 모두 예술이었다.
    그동안 꽃 산행은 지리산 철쭉산행이 전부였다. 철쭉만개한 꽃동산과는 또 다른 진달래와 벚꽃이 만개한 산길, 후자가 더 내 취향이다

    자! 오늘도 여지없이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다.
    살짝 뿌연 하늘이 아쉬웠지만 꽃과 어우러지니 그럭저럭 운치 있다.

    맑은 날이었다면 파란 바다와 하늘이 참 예뻤을 텐데..
    가는 길 내내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맑지 않은 날이어서 저게 바다야 뭐야.. 싶었다.

    갓 떠오른 태양이 선사하는 노란빛과 주황빛의 콜라보에 세상이 다채롭게 빛났고 꽃들은 오늘을 밝힐 자기의 색을 찾아 부지런히 빛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이 아기자기한 정원 같은 풍경은 뭐랍니까!
    한동안 쭉... 이런 잊지 못할 귀여운 돌산이 계속된다.
    작은 돌산으로 보이지만 계단과 데크가 깔려있어 들여야 하는 노력은 산책로 걷기 수준이다.

    이 코스 부근이 백패킹의 성지인데 가는 곳곳마다 텐트가 즐비했고, 밖을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에 부시시 잠에서 깨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해는 멀기도 멀지만.. 이렇게 꽃이 피는 시즌을 딱 맞춰 오기도 힘든 곳이었다.
    지난주에 이곳에 왔는데 벚꽃이 피지 않아 이번주에 또 찾았다는 산동무는 오늘의 꽃길에 감동이 두 배라고 했다.

    해가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가며 노랑과 주황빛이 서서히 물러났다.

    잘 가꾸어진 정원 느낌이 물씬 나는 산길 한복판, 무조건 주저앉아 뽀에게 폰을 건네었다.

    그리고 또 조금 걷다가 주저앉아 사진 잘 찍어주는 멋진 오빠에게 폰을 건넨다 ㅋㅋㅋ
    내 뒤에도 내 앞에도 벚꽃무리가 한가득인데 저 멀리 산길을 수놓은 꽃길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길도 예뻤고 꽃이 드문드문 피어있는 길도 예뻤다.

    저 멀리 우리가 곧 걸어갈 벚꽃로드가 아름다우면서도 신기했다. 산등성이를 따라 벚꽃이 늘어진 풍경은 처음이다.
    걷다 보면 마주치는 벚꽃 가득한 길이 바로 저렇게 보이는 산등성이를 수놓은 벚꽃길이었는데 그 안에서 걸을 때는 모르다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세상 신기했던 풍경.

    안에 있으면 꽃천지에 기분이 좋았고
    밖에서는 부드러운 꽃카펫이 깔린 산등성이가 신기했던
    오늘의 꽃종주

    안민고개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했다.

    여기도 벚꽃으로 가득하다!
    다들 어찌나 이것저것 많이 싸 오셨는지 내가 준비해 간 빵은 손도 못 대고 배불리 잘 먹은 아침.

    또다시 꽃길을 오른다.

    웅산으로 갑니다.
    길이.. 정말.. 예쁘고 편하고 난리가 났다.
    꽃길도 이런 꽃길이 없다.
    우리 오늘 등산하러 온 거 맞냐며~
    오르막이 있어도 이렇게나 잘 정비된 오르막이니.. 이런 식이면 한도 끝도 없이 오르겠다.

    이번 벚꽃 시즌엔 집 근처 양재천도
    본가 근처 안양천도 못 갔지만
    구례에서 진해에서 정말 실컷 즐겼다.
    벚꽃을 얼마나 많이 봤음 눈에서 벚꽃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나무들이 무심한 듯 툭툭, 꽃다발처럼 꽂혀있는 풍경은 등산을 시작하고 나서 참 좋아하게 된 풍경 중 하나이다.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색의 조화가 신기하고 경탄스러운 풍경.

    우리가 지나온 꽃길이 카펫마냥 깔려있고

    봄의 연둣빛이 드디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시즌의 시작을 날리는 듯했다.

    산길을 걷다 중간중간 양옆이 뻥 뚫리면 바다도 보이지만 아파트가 가득한 진해 시내 풍경이 나타난다.
    나 되게 진지하게(?) 등산 중인데 갑자기 동네 뒷산인 듯 아파트가 나타나니 어쩐지 허탈하고 허무했다.

    아파트와 바다를 품은(?) 웅산 정상 도착.

    시루봉까지 1.8km가량 남았다.
    이 즈음부터 굉장히 더워지기 시작했다.
    실은 새벽 4시부터 산을 타기 시작한 우리는 시간감각이 없어져 해가 떠오르고 나서 사위가 밝아졌음에도 추위가 가시지 않아 투덜투덜하며 떨었어야 했다.
    그때 누군가가 아직 8시도 안 됐음을 알렸다.
    해가 열일하려면 아직 이른 시각.
    오늘 20도까지 오른다고 해서 더울 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며 황당해했는데...
    이른 아침 참을성 없었던 나샛기, 반성하라 반성하라!

    오늘의 산행코스는 거의 그늘이 없었다.
    그 예쁘디예쁜 꽃길을 수놓은 꽃나무들은 길 양옆으로 즐비할 뿐 그늘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정신 차리고 보니 우리는 8시간 넘게 민둥산을 걸을 격이더라.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고 뙤약볕에 몸 숨길 곳 하나 없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웅산 즈음에서 리딩님이 오늘의 코스를 짧게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오늘 산행은 장거리 산행이 처음인 분들이 1/3 정도 있어, 선두와 후미가 30분 이상 벌어졌다.
    지친 사람도 많은 데다 더우니, 원래 코스였던 천자봉까지 가지 말고 시루봉에서 하산하여 점심을 먹자고 했다.
    더위에 지친 선두였던 우리도 찬성했다.

    시루봉에서 다시 만납시다.

    벚꽃로드 아니면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요정로드였던 오늘의 산길.

    화들짝 놀랄 만큼 흔들리던 출렁다리를 건너고

    암릉미 살짝 내보이던 땡볕 작렬하는 길을 묵묵히 걷다 보니 저 멀리 시루봉의 귀염뽀짝한 덩어리(?)가 보인다.

    꾸욱 눌러줘야 할 것 같은 버튼 같기도 하고, 비죽이 혼자 솟아오른 시루봉이 겁나 멀리 보이지만 걷다 보면 금방이다.

    이봐요~ 금세 왔쥬?!

    시루봉까지 이 길은 천황산 가는 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리딩님이 올린 공지에는 시루봉이 멀리 보이고 벚꽃이 만개했었는데 군데군데 만개한 벚꽃을 가득 보여주던 산길이 시루봉에 와서는
    -응, 아직 아냐
    라며 빈약한 꽃가지를 들이밀었다.

    그리하여 시루봉의 절정은.. 아마도 다음 주쯤 되시겠다.
    꽃산행은 이렇게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다.

    어쩐지 사자가 늘어져 있을 평원 느낌 물씬 나는 이 길은 우리가 시루봉에 닿기 위해 지나온 길이고요

    어쩌다 돌덩이 느낌의 이 분은 시루봉입니다.

    들어가지 말라고 울타리를 쳐놨는데 한쪽 울타리를 누군가 망가뜨려 오가는 통로를 만들어놨다.
    귀찮기도 했지만 굳이 들어가지 말라는데 들어가고 싶지 않아 난간 밖에서 사진을 남긴다.

    이때부터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잠시 만난 후미 동무들과 시루봉에서 만나자며 다시 달라졌는데..
    이분들 언제쯤 오실까...
    시루봉의 햇빛은 뜨겁기가 한여름급이었고 먼저도착한 사람들은 뙤약볕에 타들어가는 듯 급격하게 에너지가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국 후미와는 하산 후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처음 계획대로 종주코스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귀여운 시루봉에 안녕을 고하고 천자봉을 향해 돌격 앞으로!!!
    시루봉에 모여 시들어가던 우리는 여전한 더위속에서도 걷기 시작하자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시름시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산을 오르는 게 좋은 산치광이들!

    벚꽃로드를 통과해 나오면 진짜 등산이 시작된다.
    장복산-웅산-시루봉은 워낙에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길이 국립공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정비가 잘 되어있다.
    하지만 시루봉에서 천자봉까지는 진짜 등산로였다.
    그것도 꽤나 암릉미 뿜뿜 뽐내는 짜릿한 돌길!
    두 발로 걷다가 네발로 기어오르다가, 에너지 뿜뿜 다이내믹 신났던 천자봉 가는 길.
    천자봉 가는 길에서 살짝 벗어나 돌을 기어오르면 수리봉이 나타난다.

    수리봉~ 덥썩!

    그리고 또 그늘 없이 뜨거운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오르락내리락 발길을 옮기면 마침내 천자봉

    오늘 걸었던 길들이 정말 편하고 예쁜 꽃길이어서 좋았지만 제일 맘에 들었던 건 나름 야성미 뿜뿜 뽐내던 시루봉에서 천자봉까지의 코스였다.
    천자봉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오면 여기서부터는 또 꽃길이다.

    벚나무가 만들어주는 벚꽃터널의 임도길을 걸으며 수다를 폭파시키다 보면 종착지인 대발령에 도착할 수 있다.

    만개한 벚꽃이 가득하고, 그 꽃잎이 벌써 비가 되어 흩날리던 길.

    하루종일 벚꽃과 함께하다 보니 올해는 더 이상 벚꽃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벚꽃시즌이 짧기도 짧거니와 보통 벚꽃놀이를 가도 한두 시간 꽃을 보는 정도인데 오늘 우리는 거의 8시간을 벚꽃과 함께하며 걸었다.
    이 정도면 벚꽃놀이 몇 년 치를 몰아서 한 게 아닌가

    마지막까지 우리를 놓아주지 않던 벚꽃
    벚꽃에 진심인 진해.

    이제 그만 봐도 되겠어~ 하다가도 꽃무리의 아름다움에 사르르 녹아버려 또 감동의 방언을 발사하던 나!
    밀당 가득했던 꽃종주가 이렇게 끝났다.

    🎯진해 장복산 종주🎯
    ✔️산행시간 : 8시간 55분
    ✔️산행거리 : 20.6km
    ✔️산행코스 : 장복산조각공원 - 장복산(593m) - 덕주봉 - 안민고개 - 헬기장 - 웅산 - 불모산(799.9m) - 시루봉(666m)
    - 천자봉(506m) - 대발령 만남의광장
    ✔️진짜 진짜 꽃등산! 길고 긴 등산코스 내내 꽃이 만발하였다.



    +) 새등산친구 클라터뮤젠 델링20과 반달이 파우치! 앞으로 자주자주 함께하자우~


    300x25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