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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비슬산_전쟁같던 산행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4. 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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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산에 가보는 것은 처음!
    대구까지 차로 이렇게나 오래 걸린다는 것도 첨 알았다.
    몇 번 가보지 않았지만 늘 KTX나 SRT를 이용했었고 갔어도 출장 가서 일만 후딱 끝내고 왔었기에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대구.

    그런 대구에 비슬산이 있고(이름 너무 예쁘잖아😍😍 산 이름 예쁘면 홀딱 넘어가는 이름성애자)
    또 참꽃 시즌이라 하여 신청했던 산행.

    그냥 산의 이름과 시즌산행하기 좋은 산이라기에 공지를 자세히 안 보고 신청을 했다가, 전날 가방을 싸며 공지를을 읽다가 깨달았다.
    산행거리가 엄청 짧잖아!!!
    바리바리 쌌던 짐을 풀고 다시 가볍게 꾸렸다.

    지방산행은 무박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아침 6시 40분, 사당역에서 타는 버스는 어색했다.
    사당역 1번 출구는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이나 늘 같은 모습으로 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 인친님 중 한 분이 비슬산행 사진을 올리셨다.
    참꽃은 거의 다 떨어졌고 남은 것도 냉해 때문에 볼 게 없다고...
    어차피 참꽃이나 철쭉의 색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꽃은 없어도 좋은 산 기분 좋게 걷다 오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구름 잔뜩 낀 일기예보도 사전에 확인했고 비예보는 사라져서 다행이었지만 해가 없을 테니 추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드쉘을 챙겼다.
    두 통 챙겨갔던 물은 필요 없을 것 같아 한 통은 버스에 두고 내렸다.

    버스가 주차하는 것부터가 고난이었다.
    참꽃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주차장이 난리가 났다.

    버스에 내려 산을 바라보니, 와우!!! 찐 곰탕일세 ㅋㅋㅋㅋ
    곰탕이면 선선할 테니 걷기 좋겠다고 무한긍정회로를 돌려본다.

    전날 비가 왔어서 그런지 공기가 상쾌했다.
    엄청 습할지 알았는데 습도도 괜찮았고 초반의 임도는 경사가 좀 있었지만 걷기 좋았다.

    전날의 비로 유량이 제법 되던 계곡물.

    유가사에서 비슬산 정상까지는 3.5km

    멋스러운 돌탑이 즐비산 유가사는 하산길에 보기로 하고 등산로에 들어섰다. 등산로 초입에 겹벚꽃이 아직도 커다랗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매달고 반겨준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겹벚꽃!

    이렇게 평화로운 시작이었다.
    연둣빛 잎이 한껏 돋아난 나무가

    봄이오, 덥다고 느껴지겠지만 아직은 봄이라오~

    하며 계절감을 뽐냈다.

    짧은 연두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며 걸음을 자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비슬산 정산 2.5km.
    이정표가 알려준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
    이정표는 늘 시간을 여유롭게 알려주는 편이고 천천히 가도 시속 2.5km는 나오니까... 금세 올라가겠네-생각했다.

    그런데 본격 등산로에 들어서자 길이 좁아졌고 주차장의 버스대란이 인파대란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앞사람의 엉덩이를 보고 올라야 하는 궁둥이 산행이.... 거의 정상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내려오는 산객들과 마주치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정체는 점점 심해졌다.
    줄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걷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하는 산행을 계속하다 보니 문득... 5월 18일 설악산 오픈런안내산악회 버스를 예약한 게 생각났다.

    안 그래도 늘 줄 서서 올라가야 하는 설악산인데 산방기간 끝나고 개장하는 첫 주 주말은 어떨지.... 궁둥이 산행을 하며 다가올 궁둥이 산행에 대한 걱정이 커져갔다.

    정상을 1km 정도 남긴 구간에서 갑자기 이어지던 행렬이 흩어지고(길이 넓어졌다 ㅎㅎㅎ) 내 속도로 오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긴 줄 사이에 껴서 올라가는 내내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불어와서 인파 사이에서도 상쾌한 공기를 한껏 만끽한 것.

    자유를 찾았다며 신났던 것도 잠시, 갑자기 시야가 탁해졌다.

    갈수록 더 심해진다.
    시원하던 바람이 엄청 차졌다.
    으스스함이 느껴질 정도로 찬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더니 우박이 투둑투둑 떨어졌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됐다
    유가사에서 오르는 길은 최단코스라 내나 오르막이다.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편도 아니다.
    그런데 뻘밭이 시작됐다.
    곰탕에 뻘밭에 우박이 떨어지더니 돌풍이 불었다.
    그나마 올라가는 우리는 낫지, 내려오시는 분들은 길이 미끄러워 난리였다.

    내려오는 산객들이 소식을 전해준다.
    바람이 엄청 심하니 얼른 옷을 더 껴입어라.
    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생명수(?) 같은 소식을 전해 들으며 계속 산을 올랐다.
    우박과 돌풍에도 몸을 계속 움직이니 심하게 춥진 않았다.
    게다가 곰탕이 시작되며 습도가 엄청 높아져서 추운데 춥지 않고 땀이 나는 기현상🤔😂🤔😂

    비슬산 정상은 1080m. 1030m 부근까지는 소프트쉘을 입고 운행했고, 그즈음에서 더 이상 애쓰며 올라갈 고도는 없다 생각해서 하드쉘을 꺼내 입었다(고도 알려주는 애플워치, 스릉흔드!!!)

    전쟁 같은 산행을 마치며 도착한 정상석.

    바람이 미쳤어요!!! 수준일 정도로 불어왔다.
    습기를 가득 담은 찬 바람은 그냥 불어오는 건조한 강풍보다 더 차가웠다.
    그럼에도 정상석 줄.. 무엇...
    기다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모임 분들이 다들 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서니 내가 안 찍고 빠져있어도 어차피 기다려야겠구나 싶어 줄을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비슬산 천왕봉-블랙야크 100대명산 예순 두번째 인증

    사진을 찍고 내려갈 줄 알았으나 그거슨 오산!!
    오늘따라 선두와 후미가 차이가 많이 났어서 덜덜 떨며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 더 더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모두가 모였고 하산을 시작했다

    원래는 정상을 찍고 조금 내려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 바람이 잦아질 기미는 안보였고 우박인지 커다란 빗방울인지 모를 것은 계속 떨어졌다.
    설마 이런 추위와 악조건 속에서 밥을 먹겠어?
    나와 S언니는 하산을 시작하라는 대장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호다닥 속도를 높여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엄청난 뻘밭이었다.
    오늘 코스는 올라가는 길은 가팔라도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고 걷기 좋은 길이라 했는데..
    이 뻘밭이 웬 말이오.

    고헌산 뻘밭 수준이었는데, 고헌산은 뻘밭구간이 짧기나 했지. 비슬산은 뻘밭 진창이 끝없이 이어졌다.
    완만한 하산길이라 빨리 걸어 산행을 마치자는 생각은 망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미끄러운 길에 온몸의 근육이 잔뜩 긴장을 했고 종종걸음을 내딛어도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꽃잎이 얼어버린 참꽃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시야가 좁디좁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래도 데크가 나오고 계단이 나오면 한숨을 돌리며 잠시 사진을 남겼다.
    내려가던 중 뽀에게 전화가 왔다.
    다들 점심을 먹는데 S언니와 나만 없다고..
    - 이 날씨에 멈춰서 점심을 먹는다구???!!!!!

    웬만하면 돌아갔겠지만 심각한 뻘밭을 되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데다 돌아간다 쳐도 앉아서 점심을 먹고 싶지 않았다.
    너무 추운걸.. ㅠㅠ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유가사와 참꽃군락지가 갈라지는 길에 도달해서야 어느 길로 가야 할까를 몰라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는 일행들은 올 기미가 안 보인다.
    오늘은 시작부터 이미 코스 변경이 한번 있었던 터라 공지에 나온 코스를 가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어 대장님께 전화를 했다.

    일행들은 아직 식사 중이고, 참꽃군락지를 지나 유가사로 내려가면 된다 한다.
    잠시 쉬며 얼어붙어버린 몸을 움직여 참꽃군락지로 향했다.
    가는 길은 미친 뻘밭이었다.
    여기저기 넘어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요기가 바로 참꽃 군락지인가 보다.
    참꽃이 가끔 나타난다 ㅋㅋㅋㅋㅋ

    엄훠 참꽃!
    예기치 않은 4월의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꽃잎을 단 참꽃들도 참 힘겨워보인다.
    내년엔 꼭 따스한 날 다시 활짝 피어나렴.

    참꽃 군락지를 지나 전망대를 거치면 다시 유가사로 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난다.
    아까 참꽃 군락지와 유가사의 갈림길에서는 유가사까지가 2.6km였는데 지옥 같은 뻘밭을 걸어 걸어왔더니 유가사까지 가야 할 거리가 2.9km가 되어버렸다.

    와.. 오늘 운동 빡세게 하네!

    2.9km면 그래도 45분 정도면 내려가겠다고.
    다시 긍정 뿜뿜 모드로 걷기 시작했는데 데크와 계단이 끝나자마자 뻘밭이 다시 나타나버렸다.

    끝이 보이지 않아 저 끝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구분이 안되던 비슬산에서의 마지막 오르막구간

    얼른 하산해서 따뜻한 차에서 쉬고 싶었는데 빠른 하산은 틀렸다.
    온몸과 정신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잔뜩 긴장했다.
    잔뜩 긴장한 우리를 웃게 해 준 비슬산 조망 명소.

    하얗고 하얗기만 하던 조망 명소 덕에 잠시 깔깔 웃었다.

    그리고 건너야 하는 개울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물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무얼 하나 봤더니 다들 신발과 스틱을 씻고 있다.
    우리 신발도... 엉망이다.

    이 신발로 버스에 올라타면 기사님께 너무 민폐일 게 분명하고 우리는 일행들보다 한참 앞서있으니 이곳에서 잠시 쉬며 신발을 정비해 보기로 했다.
    바람도 잦아들었고 더 이상 우박도 비도 내리지 않았다(아마도 정상 부근에는 계속 내렸을 것이다)

    15분 이상을 신발을 정비했는데, 오늘의 상흔이 어찌나 컸는지 해도 해도 영원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이만 보이던 내 신발 ㅠㅠ
    게다가 고작 10km도 걷지 않았는데 다리가 덜덜 떨렸다.
    뻘밭을 걸으며 잔뜩 긴장한 몸과 마음과 정신이 너덜너덜했다.

    그래도 잠시 돌에 앉아 신발을 씻어내면서 언니와 수다를 나눈 덕인지, 아니면 따스해진 공기 덕인지 긴장이 좀 풀리는 듯했다.
    계곡을 건너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는데, 계곡을 기점으로 딴 세상이다.
    저쪽은 전쟁터인데 이곳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마른땅이 우리를 반겨준다.

    벚꽃 잎이 바닥을 빛내고
    연둣빛 잎새가 하늘을 빛내고 있는 길이 나타났다.
    국경을 넘어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르지는 않겠다며 어이가 없다가도 편한 길이 나왔으니 얼른 산행을 끝내자며 신이 나서 걸었다.

    개🐶신남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가볍고 편했다

    이제야 울창한 숲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겨울을 거쳐 폭풍우를 만나는 고난의 시간을 지나고 지나 마침내 다시 봄을 만난 기분이다.

    시비가 즐비하게 늘어선 유가사에 들어섰다.

    아래에 있던 돌탑은 유가사 위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유가사와는 스치듯 안녕을 하고 뽀로로로 버스를 향한 발걸음을 옮겼다.
    유가사 초입의 에어건으로 다시 한번 심혈을 기울여 신발을 털어냈고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물티슈로 신발을 벅벅 닦았다.

    전쟁 같은 산행을 버텨준 나의 신발이 그제야 제 색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도 괜찮을 수준이 되었다.
    하아.. 정말 역대급으로 고된 산행이었다.
    내년에 참꽃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1도 들지 않을 정도로.

    🎯비슬산 오르기🎯
    ✔️산행거리 : 11.53km
    ✔️산행시간 : 4시간 51분
    ✔️산행코스 : 유가사-천왕봉-참꽃군락지-유가사(원점회귀)
    ✔️올라가면서 기나긴 줄에 끼어 느릿느릿, 정상석에서 줄을서 20분, 후미 기다리며 또 한참, 내려오며 뻘밭과의 투쟁으로 한참을 고생. 오늘의 기나긴 산행시간은 내내 고난이었다🥲🥲
    ✔️역시 등산은 날씨가 8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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