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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구름이 뭉게뭉게 운악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6. 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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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지리산 다녀왔고
    금요일 밤 또다시 공룡능선에 갈 예정이다.
    그런데 6일이 공휴일.
    하루 비는 날 아무것도 안 하기는 가는 봄이 너무 아쉽고 공룡능선을 가야 하니 힘든 산은 못 가겠어서 선택한 것이 운악산!
    처음 나가보는 산 모임에 올라온 산행이었다.

    자세한 공지는 없었지만 한번 가보기도 했으니 별생각 없이 참가하기로 했다.
    2년 전쯤, 운악산에 다녀왔었는데 진짜 제대로 찐곰탕이어서 아무것도 못 봤지만 돌 타는 재미가 딱 좋아서 신났었던 기억이 있다.
    돌산은 뷰가 좋은데, 그걸 못 봤으니 언젠가 한번 더 가야지 싶었는데 그날이 오늘이 됐다.

    1코스로 올라가 2코스로 내려온다고 했다.
    그런데 올라갈 때부터 코스가 꼬였다

    6명이었는데 나 빼고는 다들 아는 사이인지 자기소개도 없이 그냥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딱히 대화를 트기 애매한 상황이고 나도 낯을 가리는지라 그냥 묵언수행하듯 올라갔다.
    코스 좀 엉키면 어때, 오르다 보면 정상이겠지 뭐~

    다들 내향형이란다.
    그래서 조용히 산을 올랐다.
    평화롭고 좋았다.

    예전에는 포천 쪽으로 올라갔다 내려왔어서 처음 보는 현등사의 문.
    와.... 오늘.... 날씨.... 도랐습니다. 미쳤어요.
    너무 덥네유 ㅠㅠ

    그간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부는 산들을 다녀서인지 날씨요정의 기운이 다해서인지 더위를 못 느끼고 산행을 했는데 오늘은 더위의 초입을 건너뛰고 무더위가 찾아왔다.
    10km 이하의 산행을 꽤 오래도록 안 했던지라 너무 쉽게 생각했다.
    물도 하나만 챙기려던 것을 혹시나 싶어 두 통 챙겼는데 정말 아낌없이 다 먹었다.
    2년 전에도 힘들었던 기억이 아니어서 바람 쐬는 마음으로 다녀오려 했던 건데...
    무더위에 안 힘든 산은 없다.
    무더위에 널널한 산은 없다.

    이거 올라가기 전부터 사람 진 빠지게 하려고 만든 계단 맞쥬??
    묵묵히 땅만 보며 계단을 오르다 끝이 나질 안아 고개를 들어보니,
    세상에... 저게 뭐야!
    입이 떡 벌어진다.
    내가 아무리 계단을 좋아하고 찬양한다지만... 이건 아니잖아효....

    땡볕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흔들 다리에 도착했다.

    하늘이 여름 하늘이다.
    대기가 한여름의 대기다.
    뭉게뭉게 흰 구름이 딱 여름이다!

    엄청 견고하여 흔들릴 것 같지 않지만 진짜로 흔들리는 흔들 다리를 건넜다.
    산객이 많지 않아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건너가유~
    이 다리의 끝에는 구름이 푹신한 하늘나라가 있을 것 같지만, 이 길의 끝에는 흙산이 있어유.
    내가 다녀온 운악산은 정말 확연한 돌산이었는데 가평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쭉 임도였다가 출렁다리까지 계단이다가 눈썹바위까지는 육산 흙산이었다.
    희한하다.

    다들 대화가 없고 조망이 없어 사진 찍을 데도 없다 보니 묵묵히 산을 오르기만 한다.
    난.. 너무 힘들다.
    이 정도에 힘들면 안 될 것 같은데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내 몸의 컨디션은 귀가 나타내준다.
    귀가 먹먹하면 그날은 망한 날이다. 많이 힘들다.
    보통은 한쪽귀가 먹먹한데 오늘은 양쪽귀가 다 먹먹했다.
    그거 아는가?
    귀가 먹먹하면 코로 호흡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되고 입으로 호흡하며 하는 운동은 뭐가 됐건 너무 힘들다.

    처음 만난 사람들하고 산행을 하는데 귀가 양쪽 다 먹먹했다.

    힘든 것은 둘째치고 편하게 사정을 나눌 수가 없는 상황이라 슬펐다.

    흙산 구간을 지나 드디어 조망이 터졌다.
    와... 오늘 구름이 운악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잠시 쉬면 귀 상태가 좀 나아진다.
    그럼 또 쒼나지!
    사진 찍어 주신다고 할 때마다 덥썩덥썩 폰을 맡기고 앞으로 나가본다.
    이런 날씨에 사진 안 찍으면 너무 아깝잖아.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과 청아한 푸른 산과 억센 바위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운악산을 내가 못 보고 갔었네!!!
    하지만 돌에 단단히 박힌 임플란트를 밟고 아슬아슬한 바위를 오르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곰탕도 다 용서됐던 과거의 산행.

    오늘은 눈썹바위에 도달해서야 임플란트와 안전지지대에 억세게 매여져 있는 줄을 만날 수 있었는데...
    산 으른들이 산이 정비되는 것을 왜 아쉬워하는지 살짝 알 것 같았다.
    내가 갔던 포천 코스가 아니라 그런 건가.. 아님 2년 만에 많이 달라진 건가 모르겠지만 암릉 타기가 너무 순해졌다.

    오도도도 박혀있는 임플란트들

    흙산 땡볕구간이 끝나고 암릉구간이 나타나 너무 신났던 것도 잠시!
    오와와와와!! 따가운 직사광선이 내리쬔다.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래도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면 기꺼이 내 한 몸 불태우리!!

    한참을 따라 오르다가 결국 오늘의 산동무들에게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는 얘길 하고 후미에서 천천히 가겠다고 했다.
    너무 늦거든 먼저 가셔도 괜찮으니 걱정 마시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속도를 늦춰주시고 올라갈수록 쉬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럭저럭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미륵바위!!! 진짜 멋지다!

    올라갈수록 전망 좋은 곳은 많아 사진을 찍자며 쉴 수 있었고 다들 무더위에 지쳐만 갔다.

    정상까지 360m 남았다고 나오는데 뻥이다!
    진짜 개뻥임이 분명하다!!

    요렇게 격한 오르막으로 시작해서 계단이 사정없이 나온다.
    계단 뒤쪽으로는 계단이 만들어지기 전 암벽 타기 수준으로 올라가야 했던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계단을 묵묵히 오르다 숨을 돌리려고 사진을 찍는다.
    주객전도.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지 모를 지경이 된다.

    70m를 남겨두고도 만만치 않은 녀석!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정상에 도착한다.

    2시간 반, 5.3km. 등반고도가 800m 이상.
    역시 만만한 산은 아니었던 걸로!!!

    정상석이 두 개!
    지역이기주의의 현장 같은 운악산 정상!

    포천에서 세운 정상석과 가평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다.

    굳이 두 개나 만들 일인가!
    혈세?!?!?!?!
    어쩐지 본전생각이 나는 운악산의 정상.

    이렇게 더운 날, 물을 안 가져온 산동무가 있었다.
    만 3년 등산하면서 물을 안 챙겨 다니는 사람을 처음 봐서 진짜 신기했다.
    다른 계절도 아닌 여름의 초입인 시즌에!! 그것도 초입인데 한여름 같은 날씨였던 오늘 물을 안 챙겨 오시다니..

    용감해도 보통 용감한 게 아니다.
    여튼 그 산동무님이 정상에서 물을 사려고 했으나 정상엔 물이 없이 아이스크림만 팔더라! 안 사주셨어도 됐는데 이미 계산을 하고 건네셔서 운악산 정상 뭉게구름 아래서 수년만에 먹어보는 비비빅을 먹었다.

    오늘 참 신기하고 재밌다.

    열기가 가득한 하늘.
    그냥 보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무더위를 겪고 온 내 눈엔 완전 여름 하늘이다.
    열이 뻗쳐 구름이 된 것 같다는 비과학적인 뻘생각까지 하며 정상을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조금만 가니 서봉.
    그리고 빠른 하산.
    올라온 코스와 다른 코스로 내려가겠다고 했고,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들어섰으니 그러려니 하고 따라갔다.

    등산보다 훨씬 신속했던 하산.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 만만찮았고, 얼마 전에 새로 정비를 한 것인지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사다리 같은 계단이 있었는데 경사도가 거의 수직 수준이다.
    올라갈 때도 힘들겠지만 내려갈 때도 아찔했던 사다리.

    가물어서인지 계곡에도 폭포에도 물이 없었다.
    귀 먹먹 증상이 계속되어 얼른 하산해 산행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린 산행을 끝냈는데....
    어라????
    난 누구? 여긴 어디??

    첨엔 다 내려와서 날머리에서 고생했다 박수를 치면서도 몰랐다.
    그런데 산동무중 한분이 트랭글 산행기록을 보시더니 우리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란다.

    눼????????
    다시 둘러보니 좀 낯익다.
    여기... 예전에 운악산 왔을때 들머리 날머리였던 그곳이다. 즉, 포천이라는 의미!
    하!
    우린 포천으로 내려와 버렸다

    산행공지는 모이는 시간과 장소, 산 이름뿐이었다.
    어느 코스로 간다는 정보가 전혀 없어 이곳은 리딩자가 전적으로 알아서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처음 올라가면서 길을 잘못 들어 원래는 하산길에 들르려고 했던 구름다리에 가게 됐을 때 살짝..  어라??? 아무도 길을 모르는 건가 살짝 의심이 들었는데...
    산행을 다 끝내고 포천에 뚝 떨어져서 보니 아무도 산행코스를 공부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뚜둔~

    가평 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해 1코스로 올라갔다 2코스로 내려온다.
    이게 준비의 다였다고 한다.

    난 늘 산행을 하면서 길치 방향치인 나를 데리고 다녀주시는 리딩님들을 존경하고 늘 감사의 마음을 가졌었는데 오늘 이런 산행을 하고 보니 그 리딩님들이 산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하셨는지를 알겠더라.

    실은 걱정인형인 나도 무작정 따라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산행코스를 미리 공지해 주면 정보를 찾아보고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은 빼도 되는지를 공부하는 편인데, 오늘은 처음 참가하는 모임이었어서 코스 공지가 없어도 이 모임 스타일이겠거니 했었다.
    여튼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포천에서 택시를 타고 가평으로 이동했다.

    담에는 산행코스 공지가 없으면 미리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늘 베테랑 산꾼을 따라다니는 산행을 했다면 오늘은 철부지 산린이들끼리 어리둥절 의아해하며, 하지만 철딱서니 없이 깔깔대며 끝마친 산행이었다.

    게다가 기존에 내가 산행을 하던 모임에 비해 연령대가 낮아서 사진을 굉장히!! 잘 찍어 주셨다.
    부끄러워서 잘 나서지 못했음에도 꽤나 많은 사진을 건질 수 있어서 기뻤다.
    이런 날 암릉산에 갔으면 남는 건 사진뿐이어야지!!

    🎯운악산 오르기🎯
    ✔️산행거리 : 9.28km
    ✔️산행시간 : 4시간
    ✔️산행코스 : 현등사 - 출렁다리 - 눈썹바위 - 병풍바위 - 미륵바위 - 운악산 정상(동봉) - 운악산 서봉 - 무지치폭포 - 운악산광장
    ✔️운악산공영주차장 : 2천 원(현금 또는 계좌이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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