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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민둥산-여름 억새산행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5. 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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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5. 18.

    딱히 등산 일정이 없었던 주말이었다.
    모임에도 알레버스에도 훅 땡기는 산행일정이 없어 팔봉산을 갈까 민둥산을 갈까 하며 동생을 꼬시고 있었다.
    팔봉산을 예전에 한번 다녀온 동생. 물론 너무 힘들어 죽을 뻔했다고 했지만 요즘 여름맞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운동삼아 가자고 꼬드겨보았다.

    올리브언니랑 대화하다가 이번주엔 어디 갈 생각이냐 해서 팔봉이나 민둥산 갈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덥썩 반응을 보내온 언니!
    요즘 인스타 피드에 민둥산이 올라오는데 초록성애자인 언니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등산을 안 한 지 거의 1년이 되어가니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아 거북이 동지 하나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던 언니.

    그리하여 겨우겨우 나의 친동생 거북이를 섭외했다.
    걱정이 늘어지는 동생에게 언니도 산에 안 간 지 1년이 되었으니 너와 비슷하거나 너보다 더 체력이 약할지도 모르겠다고 사탕발림(?)을 잔뜩 하여 겨우 모신 동생 거북이.

    두 거북이의 치열한 등산 현장!
    그 결과는?!!!!!!

    아침 7시 집에서 출발해 올리브언니 집 앞에서 언니를 픽업하기로 했다. 40분쯤 언니를 픽업하고 고속도로에 들어섰는데...
    우와.... 역시나 갓생을 사시는 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다들 열심히 놀기 위해 길을 나섰다 ㅠㅠ
    고속도로인지 주차장인지...

    집에서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증산초등학교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이미 하루를 다 보낸 기분.

    민둥산은 세 번째인데 올 때마다 증산초등학교 바로 앞 윗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거기가 좋다는 생각이 왜 뿌리 깊게 박여있는지...
    아래쪽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어서 위에 주차하더라도 어차피 내려갔다 와야 하고 등산을 마치고 나서도 내려갔다 와야 하는데 번번이 올 때마다 위에 주차하는 휘발성 기억력.
    담에 민둥산 간다면 꼭 아래 주차장에 주차하리라!! 는 결의를 담아 기록을 남겨본다.

    등산 시작시간이 11시가 넘어 정오의 땡볕에 지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들머리에 들어서는 순간 걱정이 사라졌다.
    아주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1,000m 고도 까지는 그늘길로 갈 수 있는 코스라 울창한 숲과 시원한 바람을 동무삼아 우아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민둥산 증산초등학교 들머리는 고도고 500m이고 민둥산 정상이 1,100m쯤 되니 총 600m를 오르는 산행이었다.

    지난번 민둥산은 올리브 언니와 가을억새를 보기 위해 왔었다.
    그때는 완경사로 올랐다 급경사로 내려왔는데, 파워 당당 완경사 이름을 가진 길이 종아리가 땡길정도로 과격한 경사여서 엄청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행하다가 종아리가 늘어날 정도의 경사도를 가진 산을 만나는 일이 드문데 민둥산은 올라가는 내내 그런 길이 많아서 별거 아니지~라는 생각으로 왔다가 남다른 급경사에 깜짝 놀랐었다.

    완경사도 급경사이니🤣🤣🤣 거리라도 짧고 이름으로 기만하지(!) 않는 급경사로 오르기로 했다.
    이제 5월인데 봄의 연두가 사라지고 어느새 여름의 짙은 신록이 자리 잡은 것 같은 산길.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오래된 핸드폰 마냥 동생은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린 것 같았다.
    찐 거북이 결정전은 너무 시시하게도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렸다.

    동생거북이와 함께한 산행은 뒤에 오는 모든 산객들을 먼저 보내드리며 겸허한 산행이 되었다.
    - 네가 이 산에서 제일 느려!
    올리브 언니와의 거북이 결정전은 일찌감치 끝내고 민둥산 전체 등산객과의 경쟁에서도 가뿐하게 1등을 차지한 거북이(진) 동생찡!!!

    민둥산은 거리가 짧은 만큼 고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산이라 체력이 조금 있던 초반엔 고도 100m마다, 그리고 동생이 많이 힘들어할 즈음부터는 도고 50m 올라갈 때마다 한 번씩 쉬기로 했다.
    거의 10번은 쉬어가며 정상에 오른 것 같다.
    오랜만에 진짜 느긋하고 마음 편하게, 숨 가쁨도 느끼지 못하고 산에 올랐다.
    평화롭다

    울창한 산림 덕분에 그늘길이 만들어졌고, 바람은 쉼 없이 계속 불어왔다.
    아주 짧게라도 바람이 안부는 구간이 있으면 더위가 훅 느껴질 정도의 날씨였다.

    햇살은 강렬했지만 바람덕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지던 날씨!
    급경사 길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게다가 종아리가 쭈우우욱 늘어나는 느낌이 들정도의 경사도 아니었다.
    완경사길 올라가는 내내 종아리 스트레칭 되는 효과를 톡톡히 느꼈던 내 기억은 틀림없는데 급경사길이 더 완만한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올리브 언니도 신기해했던 민둥산의 급경사 완경사 길의 애매한 네이밍

    모든 이를 앞서 보내고 조용하고 또 조용한 산길을 걸었다.
    급경사 코스를 딱 반으로 쪼개어 중간이 임도가 나타난다.

    여기서 쉬어가면 된다.
    마침내 의자에 앉은 동생은 격한 숨을 몰아쉬었다.
    포기하기엔 반이나 왔다.
    힘들다 힘들다 했지만 딱히 포기할 내색은 보이지 않아 든든했던 동생.
    물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나도 물을 넉넉히 챙겨갔던지라 걱정을 없었다.
    한참을 앉아 쉬게 하고 또다시 산을 올랐다

    요렇게 귀여운 안내표지는 처음이라며!!
    손가락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올라가 본다(는 아니고 그냥 외길임 ㅋ).

    이쯤 오면 거의 1,000m까지 도달한 것이고 이제 그늘길은 끝이다.
    그늘길의 끝은 억새길의 시작이다.
    두근두근!!!!!

    키 큰 억새가 황금물결을 만들며 맞아주었던 가을의 민둥산을 생각하며 초록 물결을 기대했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맡기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초록억새를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굽이굽이 겹겹이 늘어선 태백산백은 둥근 산등성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쩐지 웰시코기의 엉덩이를 연상시키던 태백산맥을 이룬 봉우리들.

    귀.... 귀엽잖아!!!

    이름부터가 귀엽다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태백산맥에서 몽글몽글 동글동글 귀여움을 한껏 느끼고 억새가 기다리는 오솔길에 들어섰다.

    어.... 어랏!!!

    헙!!!
    아...
    오!!!
    여름의 억새는 가을을 위해 키가 크는 중이구나.
    무엇을 얼마나 대충 알고 온 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뭘 잘 못 본 것인지! 난 여름 억새는 가을의 황금빛만 초록으로 바뀐 딱 그 풍경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풀밭이었다

    동생 꼬실 때 초록 억새밭이 얼마나 예쁜 줄 아냐며 끌고 온 건데 이게 뭐냐며 동생이 핀잔.
    놀라운 것은 올리브언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둘이 마주 보고 잠시 허탈하게 웃었지만 그래도 예쁘잖아!
    한없이 펼쳐진 초록 벌판은 너무 아름답잖아.
    그럼 된 거지!

    키가 자라지 않은 억새덕에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초원을 보았으니 좋지 뭐!

    게다가 이렇게 예쁜 오솔길 뒤에 태백산맥이 든든하게 배수진을 쳤다.
    이런 길 또 없습니다.

    첫 1,100 고지 등반을 축하한다! 동생아.

    스틱도 처음 써보고 오래된 등산화는 무거웠던지라 이러나저러나 오르는데 고생했을 동생.

    정상에서 오래오래 쉬어가자며 정상석 부근에 발을 디디는 순간 단체로 온 산객들의 소란함에 기가 쑥 빨려버린 우리는 얼른 그 무리들에게서 멀어져 구석이 자리를 잡았다.
    정상석 사진은 저들이 가고 나면 찍자며, 느긋하게 앉아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려는데....
    여기 벌레천국이다.
    날벌레, 땅(?) 벌레가 너무 많다 ㅠㅠ

    해는 뜨거웠지만(심하게 많이 많이 뜨거웠던 작렬하던 태양님) 바람이 좋아 느긋하게 기대어 쉬면 참 좋을 날씨였는데 벌레의 공격이 너무 가열차서 배고픔만 달래고 후딱 일어나야 했다.

    시끄러움에 기가질려 구석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쉽게 발견한 돌리네!
    민둥산에 두 번이나 가서 돌리네를 못 보고 왔었는데 세 번째인 이번엔, 찾았다! 돌리네.
    하지만.. 듣던 대로 물이 참 더러워 보여 딱히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았고 민둥산 정상에 벌레가 이렇게 많은 것이 다 저 돌리네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멀리서 바라보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벌레포비아가 보기에는 저 물 안에 온갖 벌레의 유충이 가득할 것 같았거든...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우리가 그랬다.

    갈 때마다 정상석까지만 보고 왔었다.
    정말 신기하게 정상석을 기점으로 장벽이 쳐져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뒤쪽은 가볼 생각도 아니 바라볼 생각조차 못했었다.
    이렇게나 멋진 풍경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 맞다 맞다.
    그렇다고 정상석 사진을 빼놓을 수는 없지.

    정상석 멀리 보이는 산그리메도 일품인 민둥산!!

    이제는 내려갈 시간.
    원래는 급경사로 올랐다 완경사로 내려가자고 했다.
    지난번 왔을 때 급경사로 내려가는 길이 엄청 험했던 기억이라 그랬는데 올라오다 보니 급경사 길이 엄청 잘 정비되어 있어 내려갈 때도 급경사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내려왔다.

    억새철의 급경사 하산은 쌓인 낙엽 때문에 미끄러웠는데 봄의 급경사길은 참 수월했다.
    이렇게 올 때마다 다른 모습과 느낌을 선사하니 두 번 찾고 세 번 찾고 또 찾게 되겠지?!

    민둥산역 앞, 시골막국수

    시원한 바람이 내내 불어왔다 해도 덥긴 더운 날씨였던지라 등산의 마무리는 막국수로 했다.
    지리산 형제봉 산행 때부터 먹고 싶었던 막국수를 드디어 먹었다.

    오늘 산행의 마무리는 식당 옆 밭에 피어있던 대파 꽃으로!

    🎯민둥산 오르기🎯
    ✔️산행거리 : 7.2km
    ✔️산행시간 : 3시간 40분
    ✔️산행코스 : 증산초등학교-급경사코스-민둥산 정상
    ✔️이름에 속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급경사 코스를 선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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