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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올레길 2코스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4. 10. 27. 13:51반응형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어제 방에 올라와서 씻고 9시쯤 잠들었다.
역시나 나도 용가리 통뼈가 아닌지라 전날 선잠을 짧게 자고 새벽부터 등산하고 또 제법 긴 산책까지 했더니 10시도 되기 전에 꾸벅꾸벅 졸다가 잠들어버렸다.
오늘은 비예보가 있었다.
기상청과 윈디날씨를 꼼꼼하게 살폈지만 사라지지 않던 비예보.
하지만 어제 현지인 동무님이 그랬다.
제주는 바람이 너무 심해서 날씨가 급변한다고. 예보를 믿지 말라고...
이러나저러나 오늘 일정은 올레길 돌기 말고는 없었던지라 비가 오건 안 오건 시간이 많았다.
8시쯤 눈을 떴다.
아주 푹~~~~잤다.
역시... 저렴이어도 호텔이 좋다.
씻고 짐을 대충 쌌다.
창밖을 보니 바람이 엄청 분다.
비는 간밤에 내렸는지 땅이 젖어있다.
사람들 옷차림이 꽤 방어적이다.
우선 조식을 먹으러 밖에 나가 날씨를 살피기로 한다.플레이스캠프 안에 있는 카페 도렐.
인테리어가 맘에 든다.
조식메뉴는 베이글과 대파크림치즈, 그리고 아메리카노.
아... 난 바싹 구운 베이글을 좋아하는데 미리 말한다는 걸 깜박했다.
구워진 듯 구워지지 않은 듯한 따뜻하기만 한 베이글(내 취향 아닌 굽기 ㅋㅋ)에 크림치즈를 넉넉히 발랐다.
사람들이 엄청 칭찬하던 크림치즈는.... 송도 살 때 유명한 베이글&크림치즈 가게에서 온갖 크림치즈를 다 사 먹어본 내 입엔 그냥 그랬...다...그래도 양이 많아서 아낌없이 베이글에 툭툭 얹어 먹으니 풍미는 좋더라.
조식을 느긋하게 먹었다.
빗방울이 살짝 떨어졌지만 금세 그칠 것 같았다.
바람은 매우 거셌다.
리셉션에 들러 이렇게 바람이 불어도 우도 가는 배가 뜨냐고 물었다.
강풍이 아닌 이상 뜬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린 날씨에 우도를 가자니 너무 아깝다.
그래서 그냥 계획했던 대로 올레길 2코스를 걷기로 했다.
끝나는 지점이 숙소 근처인 광치기 해변이 되도록 올레길 2코스의 종점인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반대방향으로 걷기로 한다.시골느낌 물씬 나는 온평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온평포구까지 걸었다.
오랜만의 제주 길목이 정겹다.
돌담과 귤!! 이게 제주지!
올레길 걷는 나의 모습.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사진.
룰루레몬 댄스스튜디오 팬츠에 긴팔티를 입고 위에 파타고니아 신칠라를 입었다. 그리고 비가 올 것을 대비해 파타고니아 토렌쉘을 챙기고 아크테릭스 맨티스2에 작은 우산, 500ml 물, 립밤을 챙겼다.
아... 간소하게 나온 것은 좋았는데 너무 껴입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기온은 23도였다.
게다가 산을 오르는 것이 두 번이나 포함되어 있는 올레 2코스였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결국 걷다가 신칠라는 벗어 허리에 두르고 긴팔 티셔츠의 소매를 한껏 걷어올리고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오를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땀을 뻘뻘 흘렸다.
내내 비올 듯 날이 흐려 다행이었다.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더워서 실신했을지도....
지나가며 만난 올레길 걷는 사람들의 반팔티가 어찌나 부럽던지....산 날씨는 미리 예보를 보고 적절한 착장을 갖출 줄 알게 된 나는...산 아래 평지의 착장을 갖추는 방법을 잊었나 보다.
어둠을 잔뜩 품은 듯한 하늘의 온평포구.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너무 다행스럽게도 비가 오지는 않았다.
올레길 2코스 시작합니다.참으로 오랜만인 검은 돌의 제주 해변.
올레!
파란 화살표가 순방향, 노란/주황색 화살표가 역방향이다.돌담과 새싹.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새싹을 보니 신기하다.
당근일까??지나가다 본 거대한 좋아요😄
엄지척!
혼자 걷는 나에게 엄지척!올레길 2코스엔 혼인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6년 전쯤인가.. 이제는 시절인연이 된 친구들과 함께 찾았던 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제주에 혼인지가 있다는 것을.
수국이 피는 계절에는 관광객이 넘치는 혼인지.수국철이 지난 오늘의 혼인지엔 나 혼자였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수국철이 아니라 그런 건지..
사람이 이렇게 없을 수 있나.세상 고요한 혼인지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내가 걷는 올레길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을 혼자 걸었다.
지역 주민조차 만나지 못했다.영남알프스에서는 이제 막 익기 시작하는 억새를 봤었는데 오늘의 억새는 활짝 피었다.
광활한 땅이 펼쳐졌고 사위가 고요했다.
혼자 걷자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비 소식이 있어 걷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2코스가 원래 인기가 없는 코스인지...
사람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순방향 사람들이 11km를 걷는 순간, 나는 4km를 걸었다
혼자인 데다 조금 무섭다 보니 걸음이 빨라졌다.
지금까지 주민들조차 만난 적이 없는데 4km 지점을 넘어 5km를 가는 순간 사람을 처음 만났다.
올레길을 걷는 중인 남자분 세분.
어찌나 반갑던지 내적 둠칫둠칫을 시전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만나는 올레길 멤버들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분들이 건네는 인사는 기나긴 길을 혼자 걷고 있지 않다고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는 응원 같았다.
하지만 역시 날씨 탓인지 2코스 걷는 내내 다섯 팀을 만난 게 다였다.
혼자 걷는 여자분을 만나 더더욱 반가웠다능.길목마다 탐스러운 귤을 가득 달고 있는 귤나무가 참 예뻤다.
잘 닦여진 실을 걸어왔는데 어느 순간 흙길이 나타났다.
싱그러운 숲길.
나무내음 흙내음이 기분 좋다.이곳이 역방향으로 가는 내가 처음 만나는 산길이다.
아.... 근데...
경사 미쳤다 ㅠㅠ 정상이 200미터도 안 되는 산인데 경사도는 민둥산 급이다.
내가 경사도의 가파름을 평가하는 지표는 발을 딛고 섰을 때 종아리가 땅기느냐인데... 이곳은 확실히 심하게 당겼다.
초초초초초초초초단거리 등산로인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가파를 수 없다 ㅠㅠ한라산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땀을 줄줄 흘려가며 올라와서 만난 숲길.
반갑다 반가워!!정상!!
저 멀리 일출봉이 보인다.
오늘 날씨.... 보기엔 안 좋은데 이렇게 꾸리꾸리 꾸물꾸물해서 내가 포기 없이 걷고 있는 것이다.정상이 낮아서인지... 정상에 전망대를 설치해 놨다.
아직 힘이 남아있어....;;; 전망대도 올라가 본다.응, 올라가 봤자 어둑어둑.
대수산봉 등반(...) 완료!
올라온 만큼이나 가파른 내리막을 종종걸음으로 내려갔다.
어제 한라산의 여파가 오늘 밀려와 종아리가 당기고 다리가 살짝 후들후들.
이 내리막만 내려가면 다시 평지야.
가즈아!!대수산봉을 내려와 다시 잘 닦여진 길을 신나게 걸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땀을 말려주었다.
한껏 힘을 쓰며 산을 올라갔다 와서 인지 슬슬 배가 고팠다.
그런데 올레 2코스, 정말 황무지다.
식당도 없고 카페도 없다.
이렇게 비상업적인 올레길 처음이야.
그렇게 걷다가 처음 만난 카페
올레길 2코스릐 오아시스라는 현수막이 보이는데 정말 오아시스였다.
빵과 커피 생각에 잔뜩 들떠 달리듯이 카페로 들어갔는데 빵이 없....다.....오전에 단체손님들이 왔다 가서 빵이 다 팔렸단다.
정말 축 늘어져 발길을 돌려 나왔다.
무언가를 먹겠다고 기대했었다 못 먹으니 허기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식당이 가끔 나오긴 했으나 땡기는 메뉴가 아니었다.오늘 하늘은 짙은 회색.
그래서 온 세상이 다 무채색이었는데 눈에 딱 들어오는 쨍한 색감을 만났다.
꽃 사진 잘 안 찍은데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혼자만 환하게 빛나고 있는 꽃이 신기했다.그러다 만난 찐빵집.
빵순이가 참 오랜만에 보는 찐빵.
잠시 멈춰 후기를 검색하니 나쁘지 않다.처음에는 쑥 찐빵을 다섯 개 샀다.
누군가의 블로그 후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찐빵크기라고 해서 5개를 어찌 다 먹나 걱정했는데...
슨생님, 그건 아니잖아요.
저는 저렇게 작은 찐빵을 본 적이 읎어라~~
작고 귀여운 사이즈이니 5개라고 쫄 필요 없다.
대식가들이여 도전하라!!쑥을 진짜 좋아해서 떡도 쑥떡만 먹는 나에게 쑥 향이 진하게 나는 찐빵이 입에 딱 맞았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여러 맛을 섞어 6개로 다시 결제 하겠다고 하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사봤는데...
우선 떡이 들어간 것은 내입엔 다 별로였고 오메기도 별로. 쑥 치즈, 쑥 팥치즈, 쑥 찐빵이 맛있었다.매장에서 세 개를 먹었다.
20분 동안 쉬고 찐빵을 먹으며 잠시 순을 돌렸다.
그리고 걸으면서 하나를 더 먹었다.
작은 사이즈라 이동하면서 먹기에도 괜찮았다.
이제 쉼 없이 종점까지 걷기로 한다.
오조포구로 들어가는 역방향 화살표를 따라 들어갔는데 길이 막혀있다.
분명히 순방향으로 오는 사람들을 봤으니 막혀있을 리가 없는데....
내가 길을 잘못 찾았나 싶었다. 길치는 늘 스스로를 먼저 의심한다.
오조포구는 동그란 환종주 코스이니 이때부터 순 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남들도 했으니 나도 길을 찾겠지.순방향으로 가요우! 파란 화살표 따라 고고고!!
이때부터는 사람이 많아진다.
광치기해변이 코앞이고 일출봉이 근처라 관광객들도 많았고 오조리 마을을 끼고도는 코스라 주민분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오조포구가 드라마 촬영 지였어서 그런지 포구를 보러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이쯤 되면 어디서나 보이는 일출봉.
맑은 날이었다면 정말 그림 같았을 풍경들.
아냐, 그래도 고마워 흐린 하늘!
덕분에 완주하는 거야.지질트레일 코스라는 올레길 2코스의 오조포구.
푸른 잔디와 나무가 잔뜩.
흙내음, 풀내음, 나무향이 너어어어무 좋았다.
꽃피는 계절이 아닌데 달큰한 꽃향기도 섞인 것 같았다.
정말 좋은 공기를 실컷 마시면서 걷고 있었다.울창한 숲길.
코스가 끝나가니까 이 좋은 공기가 아쉬워질 것 같아 심호흡을 크게 크게 했다.
실컷 들이마셔야지.
달디단 공기.이제 두 번째 등산.
식산봉.
대수산봉 오르는 길은 야자매트가 깔린 심각하게 가파른 길이었다면 식산봉은 완벽한 산책로였다.
걷기 좋은 계단이 정상까지 쭉 이어져있다.정상 직전에 꺾어지라는 화살표가 있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도 올라가 본다.
역시나 전망대가 있는 낮고 귀여운 산.산에서 내려와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물이 맑다.
해가 있는 날이었다면 예쁜 바다색에서 눈을 못 뗐을 것 같다.오조리 마을을 걷는다.
고지가 눈앞.다시 사람이 없는 코스로 들어섰다.
그래... 나라도 산책하러 이런 길로는 안 오겠어.바람은 여전히 거칠게 불었고 흔들리는 돌을 밟고 건너야 하는 길도 있어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순방향으로 돌아 드디어 아까 역방향으로 돌다 막혔던 곳까지 왔다.여전히 막혀있다 ㅠㅠ
다른 길을 없다.
저 문이 원래 열려야 하는데 쇠줄로 묶어놨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몸을 구겨 넣어 빠져나왔다
바닥에 소똥인지 말똥인지가 한가득이라 피하느라 고생.올레길 2코스의 종점인 광치기 해변에 왔다.
어제 광치기 해변에서 보았던 일출봉과는 세상 다른 것 같은 오늘의 일출봉.
광치기 해변의 바위에 앉아서 남은 찐빵 두 개를 먹었다걷는 내내 제대로 걷고 있는 건지 확인하며 걸었던 카카오맵.
그리고 내가 걸은 흔적.
찐빵 먹느라 20여분 쉬고 꾸준히 걸었다.
운동강도 5.
제주도 와서 한 운동 중 가장 약한 강도는 한라산이었네6시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갈 예정이라 시간이 남았다.
스타벅스 성산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라산 일기를 마무리.
5시 반, 플레이스캠프로 가서 정수기로 물을 보충하고 카페 도렐에서 저녁으로 먹을 잡곡빵을 샀다.
투숙객 10% 할인은 체크아웃한 당일까지 적용해 준다고 해서 매우 신남 🤣🤣🤣
그래서인지 아침에 먹었던 베이글과 크림치즈보다 더 맛있었던 크랜베리 잡곡빵.리셉션에서 맡겨 둔 가방을 찾아 버스를 탔다.
모든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았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바로 버스를 탔다.공항에서도 여러 비행기가 연착됐지만 나의 비행기는 제시간에 출발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9시 비행기는 타지 말자.
김포에서 9호선 급행이 끊어진 시간이라 일반열차를 탔고 수인분당선은 막차를 타야 했다.
욕심부리지 말고 돌아오는 비행기표는 8 시대로!!!!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3박 4일이 아닌 2박 3일 일정이 되었지만 일요일 하루는 집에 쉬는 게 맞다. 정말 찰떡같은 일정이었다.
오랜만의 제주는 참 좋았어서, 또 가고 싶어졌다.300x250'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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