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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여행] 내몸의 땀구멍을 다 확인해보자내가 있던 그곳 2025. 9. 6. 22:47반응형
4시 반에 일어나 러닝을 하자!
전날 길게 이어진 술자리를 피해 9시 전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알람이 4시 반에 울렸는데 뭉그적거리다 5시가 되었고 예초리 눈물의 십자가 일출 가는 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라 일출을 패스할 것이라던 전날의 계획이 시시때때로 바뀌는 일기덕에 바뀌었다.
예초리 눈물의 십자가는 추자도에만 있으니까 러닝대신 일출 보러 가자!
러닝은 서울에서 하면 되잖아.

예초리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눈물의 십자가까지는 쭉 오르막길이다.
10~15분 정도만 오르면 된다.
이른 새벽부터 씩씩한 사람들.

수평선과 맞닿은 구름이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눈물의 십자가.
십자가까지 돌을 타고 올라가면.. 눈물의 십자가의 의미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경건하고 울적한 마음이 서서히 퍼져간다.

십자가와 함께 있는 아기예수와... 어린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동상은 무겁게 가라앉는 슬픔이다.

드디어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꿈틀거리는 용 같은 구름 위로 해가 튀어나오기까지 불타던 구름. 재로 변한 검은 종이 끝에 남은 불씨가 검게 탄 재까지 다 불태워버릴 것 같았다.

해가 다 떠오를 때까지 수도 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만큼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오늘도 얼마나 무더울 것인지.. 원래 하루 중 가장 추워야 할 해뜨기 직전에도 후텁지근했다.
숨이 턱 막히는 묵직한 공기 속에서 오늘 러닝 했음 습도에 눌려 호흡곤란 왔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며 안 뛰어도 되니 어찌나 기쁜지!!
이런 걸 보면 달리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일출을 보고 돌아와 30분 정도 쉬니 아침식사가 준비됐다.
소라죽과 예쁘게 호박을 두른 달걀프라이.
아침을 먹으며 J오빠에게 올레길을 걷고 싶다고 했더니 뜨거운 여름, 적당히 걸을만한 코스를 소개해주었고 들머리까지 태워다 준다고 했다.
어제는 정오에 걸어서 더웠던 거야.
오늘은 아침이니까 괜찮을 거야.
8시 20분 고여사민박을 출발하여 들머리로 가는 길.
포토스팟에 잠시 차를 새우고 번개같이 기념사진을 찍어준 훌륭하신 리딩님.
원래 이런 액자 샷 안 좋아하는데 이곳은 뒷배경이 예술이다.

- 오르막 없는 코스로 추천해 줘요!!
라고 했으나 이코스가 예쁘니 꼭 가야 한다는 오빠의 말에 따라 우리는 대왕산 들머리에 섰다.
해가 뜨겁게, 따갑게 내리쬐던 오전이었다.
더위가 물씬 느껴지는 구름. 더 더워지면 구름이 하늘로 더 치솟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9시도 되지 않았는데 엄청 뜨거웠다.
그런데 우리는 산길을 오르고 있다.
조용히 오르고 나자 우리 앞에 나타난 돌하르방이 반겨주는 용둠벙숲길 초입.
저 길 끝에서 용이 하늘로 승천했을지도 모르겠다며, 드디어 한 마디씩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평선에 오르자 다른 길이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난 올레길 리본띠.

오랜만에 만난 올레길 스탬프.
추자도에 오니 제주도가 그립네.

숲길의 끝까지 오르자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분 좋은 바람이 땀이 씻겨가고
- 정말 오길 잘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원래 일정은 오늘 18-1 올레길을 걷는 것이었는데 너무 더워서 다들 물놀이로 하루를 즐기기로 한가운데 우리 셋만 걸으러 나선 것이었다.
하늘색이 고우니 모든 풍경이 경이롭게 아름답다.
올라왔으니 내려가야지.
내려왔는데 또 올라가란다.
직선의 길을 가다가 잠시 옆길로 새 언덕을 올라 풍경을 보고 내려왔는데 몇 걸음 못가 또 올라가라는 지시가 나온 것이다.
아... 자.... 장난하나 ㅠ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땀을 뚝뚝 떨구며 다시 묵묵히 올라갔다.
이런 풍경을 보여주려고 또 올라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내 몸에 땀구멍이 어디 어디 있는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온몸의 수분이 다 땀으로 배출되는 것 같은 오르막을 올라왔더니 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바다의 마법이다.
바다가 보여야지 바람이 분다.
예쁜 숲길이 또 나타났다.
예쁜 길인데.. 바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의미인즉슨, 바람이 없다는 것이다.
숨 막히게 예쁜 길을 숨 막히는 더위속에서 걸었다.
그리고 또 계단을 올라갔다.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니 바다의 윤슬이 넓게 퍼진다.
사방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바다가 보임에도 뜨겁게 아름답던 숨 막히는 오솔길.
예쁜데 빨리 걸어야 했다.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길 끝에는 깔끔한 정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불어오던 정자였다.
정자가 내어준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쉬었다.
다들 출발하자는 말 빼고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고 즐겁게 웃었다.누가 제발 출발하자고 해줘. 나 이러다가는 영영 이곳에 머물 것 같아
그러자 임슨생이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겨우겨우 무거워진 엉덩이를 굼떠진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빨간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간다.
정자 이후로는 오르막이 없다.
실은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면 걷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무덥고 뜨거운 날씨였다.
그리고 저 멀리 목적지가 보였다.
올레길 18-2가 끝나는 목적지가 아닌 J 오빠가 정해준 오늘의 코스가 끝나는 곳.
그래서 몸과 마음이 가뿐하게 기념사진을 남겼다.

저기 보이는 항구까지 평지, 꽃길만 걸으면 된다.
신난다!!!!!!!
항구까지 가면 오늘 배 타고 들어오는 일행을 픽업하기 위해 , 그리고 까페투어를 선택한 일행들을 안내하기 위해 J오빠가 올 테니까! 우리는 그 차로 돌아가면 된다.

제주에서 도착할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신양항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이곳이 천국인가 싶을 정도.
올레길 끝나고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땀 흘린 것을 보충해 줄 만한 바삭바삭 돈까스와 갈치튀김!!

갈치튀김이 레알 꿀맛이었다.
뼈를 제거해 얇게 포를 뜬 노란 카레가루를 입혀 튀긴 갈치.
생에 마지막일 갈치튀김.
그 이후의 한량 같은 일정.
후포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한 번은 바다에 들어가야지
라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물이 빠지면서 쓰레기가 밀려왔는지 오전에는 그렇게 깨끗했다던 바다가 흙탕물이 되어있었다 ㅠㅠ
나 바다에서 노는 거 진짜 오랜만인데 ㅠㅠ진짜 큰맘 먹고 들어간 건데 ㅠㅠ
용왕님, 이러기 있어요??
서운하고 아쉬웠던 바다 물놀이.
그래도 끝끝내 바다에 머물렀던 이유는 삼시세끼 사육당하는 가운데 몸을 움직일만한 게 없어서.
물밖은 너무 더워서.
그래서 발차기라도 하고 버둥거리며 개헤엄이라도 해야 했다.
저녁식사는 별도로 추가한 한치회와 일행이 잡아온 농어회까지 푸짐하고 또 푸짐했다.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 내 식습관에는 딱히 맞지 않는 삼시세끼가 포함된 숙박이었지만, 추자도 물가가 워낙 비싸서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저렴하다고 한다. 실은 세끼를 꼬박 먹어야하지 않고 한끼 정도는 디저트나 커피, 빵 같은 간식으로 채워야하는 내게 추자도의 삼시세끼 민박은 딱히 좋은 초이스는 아니라는 걸 배우는 좋은 기회였던 걸로.
이렇게가 아니면 추자도 또 언제 와보겠어.300x250'내가 있던 그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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