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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치열했던 한 주-고작 건강검진하자고🤣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9. 12. 16:53반응형
1.
- 차라리 잘살지. 그럼 내가 살다가 가끔 욕이라도 하잖아.
- 정신 차려. 불쌍해하거나 안쓰러워하거나 할 필요 없어. 그런 인간한테 무슨 아까운 감정소모야. 그래? 그러고 말아. 욕도 계속해. 내 동생 괴롭힌 인간에게는 어떠한 맘도 안 들어... 너의 감정 한 톨도 소비하지마.. 아까워... 그 인간 잘됐다고 하지 않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거야.
임언니에게 툭 던진 내 한마디.
거기에 이어진 것은 완벽한 내편의 따끔한 조언이었다.
세월이 흐르면 고통도 희석된다.
확실하다.
악의 가득한 한 사람 때문에 나는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어 매일매일 무슨 일이라도 터져서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어리고 혈기왕성한, 사람에게 안기는 것을 질색하던 나의 고양이가 식구들이 잠든 늦은 밤 자신을 끌어안고 서럽게 우는 나를, 품안에서 도망치지 않고 견뎌주곤 했다.
고양이도 공감해 주던 슬픔과 괴로움, 깊은 우울이었다.
-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을 잘 버텨왔네요. 잘했어요. 고생했어요. 정말 장해요.
한때 유행하던 점성술을 보러 찾아갔을 때 생판 처음 본 별자리 컨설턴트가 나의 별자리의 길을 따라가다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건넨 말이었다.
작년이 어땠었냐며.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힘들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겠다고.
그런 시간이었다. 내가 견뎌온 시간이.
그래서 나는 마음 아파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혹시나 소식이 들려와도 가지 않을 것이다.
내 일부는 그 시절, 그 사람에 의해 죽었으니까...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니까.
내가. 먼저. 죽.었.다.
2. 건강검진하러 강남세브란스까지 걸었다.
원래 올해 대장내시경을 할까 했지만 주기적으로 돌봐줘야 하는 나의 갑상선도 걱정이 되어 대장내시경은 내년으로 미루는 걸로.
그래서 걸어갈 수 있었지.
대장내시경 했으면.. 택시나 마을버스 고고해야 한다
원래는 가볍게 달려갈까 했는데 인바디 하기 전에 운동하면 안 될 것 같아서ㅎㅎㅎㅎ 그리고 십수 년간 이어온 인바디 측정 시의 상태를 유사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뭐래;;;;) 느긋하게 걸어갔다.
딱 걷기 좋은 날이었다.
난 원래 혈관이 잘 안 잡혀서 채혈을 하려면 엄청나게 바늘로 찔러대는 시도를 해야 했다. 그러다 요가를 시작한 즈음부터 작년까지, 몇 년 동안은 혈관이 잘 잡히고 혈관 튼튼하다는 칭찬도 받았는데... 올해 다시 혈관이 사라졌다!
어디가쪄 ㅠㅠㅠㅠ
겨우 잡은 혈관에 바늘을 꽂아 피를 뽑고 수면내시경을 위한 바늘을 그대로 꽂아두었는데 건강검진 하던 도중 재검 통보를 받고 손등에 바늘을 꽂아 피를 두통이나 더 뽑아야겠다.
저.. 안 그래도 빈혈인디.. 세상 아까운 내 피..
시력은 여전히 1.2/1.2
06년 큰맘 먹고 라식을 한 눈을 정말 오랫동안 잘 쓰고 있다.
소듕해, 맑은 시야!
혈압은 저혈압이지만 이정도는 괜찮단다.
수면내시경 한다고 뭔가를 마시고 목에 마취스프레이를 뿌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지나있다.
꿀잠.
건강검진을 마치고 결과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비틀비틀 내려와 죽을 먹었고요(병원죽 맛없엉. 배고파.)
오늘의 일정을 위해 또 부지런히 걸었다.
처음 걸어보는 매봉터널 인도.
강남우체국은 초행인지라 지도를 보고 걸어가야 했다.
그리고 양재천 초입에 도착해서는 2km를 달렸다.
지도앱을 켜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체크하며, 계단을 올랐다 내려가고, 띄엄띄엄 놓인 양재천의 징검다리를 덥썩덥썩 뛰었다.
이렇게 복잡한 달리기도 처음이다.
강남우체국까지 가는 길을 알았으면 목적지까지 달렸겠지만 길치는 그럴 수 없지;;
양재천 길을 빠져나올 즈음까지 달리다가 다시 지도를 보며 구불구불 길을 걸어갔다.
엄마 아들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강남우체국으로 등기도 찾으러 와본다.
나랑 동생명의로 각각 도착한 등기라 각자 찾아야 한단다.
동생도 점심을 포기하고 먼 길을 왔다.
잠시 우체국에서 조우한 후 바로 각자 갈길을 갔다.
바쁜 와중에 나에게 줄 아티제 소금빵을 사서 건네준 동생.
엄마 아들은 인생의 고민이고, 엄마의 딸은 내 소중한 반려인이다.
이 간극 무엇!!
3. 강남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 처음으로 소비쿠폰을 사용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아 8만 원 정도는 다 병원비와 약 구매비용으로 사용해 효용감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었다.
오늘 처음 무언가를 소비하는 느낌을 가져보았다.
걸어오는 길에서 살짝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어차피 걷는거 많이걸으면 좋지라는 생각으로 들러본 도곡시장.
거봉과 사과를 샀다.
이만 원!!
오우!! 소비쿠폰 효용감 쩔고요!
집 앞 까페에서 커피를 한잔 샀다.
이 역시 소비쿠폰!
내 주변은 이미 소비쿠폰을 다 쓴 사람들뿐인데, 나는 병원비와 약국에서 소비하고도 금액이 꽤 남아 이거 다 못쓰면 어쩌지 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오늘 굉장히 플렉스 한 느낌이다.
기분 좋네!
강남우체국 가서 등기 찾아오는 게 상당히 열받는 일이라(좋은 일로 받은 등기도 아니고 말입니다!!) 성질을 버럭 낼까도 싶었지만... 걸어서 왔다 갈만한 거리였고, 뜨거운 여름 이후 찾아온 첫가을 같은 날씨에 동네를 걷는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서 우울함과 성질폭발은 길가에 휙 던져버릴 수 있었다.

흐리고 시원해서 걷기 정말 좋았던 오늘!
달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대부분 모르는 길이어서 지도를 보며 세심하게 방향 선택을 해야 했고 대개 잘 아는 길이던 돌아오는 길은 동생이 건네준 사랑의 소금빵 덕분에 뛰기에는 짐이 많아져 버려 열심히 걷기만 한 하루가 되었다.
4. 집에 돌아와서 일을 해야 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거실에 널부러져 일을 하는 것이 썩 나쁘지는 않았던 걸로.
진짜 부산했고 보람찬 하루였다.
5. 체중은 1년에 한 번 재고 건강검진은 늘 흐르는 듯한 일 상 중 어느 하루였는데 하필 올해 건강검진 직전 추자도를 가는 바람에 이번 주를 좀 빡세게 살았다.
여전히 많이 먹었지만 되도록이면 클린하게 먹으려 노력했고 이번 주 내내 달리기 건 웨이트건 운동을 매일매일 했다.
바로 전날은 저녁을 후딱 먹고 러닝을 하고 집으로 바로 올라와 물도 마시지 말아야 하는 9시까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무것도 아닌 건강검진 한다고 이번 주 참 치열하게 살았다.
이제 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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