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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리기의 역사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9. 17. 17:45반응형
걷지도 못하던 내가 달리고 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감격에 벅찬 나의 마음이었다.
기지도, 걷지도 못하던 내가 뛰었다.
난 평생 뛸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수업시간에 늦어 뛰어가는 동기들을 먼저가라고 보내며 난 평생 안뛸꺼야!! 라고 깔깔댔다, 양반은 뛰는거 아니라고 파워당당 지각을 택했다.
하지만, 횡단보도의 파란 신호등이 주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절뚝거리며 느릿느릿 걷던 시간이-내가 걸을 수 있는 속도처럼 절뚝 절뚝 느리게-몇 달 흐르고 나서, 나는 달리고 싶어졌다.
달리고 싶은 철마보다 간절하게 나도 달리고 싶어졌다.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고, 인생에 호언장담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도 내가 다리를 전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즈음부터 언젠가는 달려야지 결심을 했고, 걷기->빨리 걷기->대모산둘레길->등산으로 레벨업을 하던 어느 날 뛰어보기로 했다.
2021년 겨울.
나이키런 앱을 깔고 앱을 살펴보다가 달린 거리에 따른 등급을 부여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아니.. 사람이 어떻게 1000km를 달려
미쳤나봐!!미친 사람이 아닌 나는,
어제 2,000km를 달린 사람이 되었다.
딱 2,000km를 만들어야지 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비가 온 어제, 체육관에서 웨이트를 하고 트레드밀 5km를 달리고 스트레칭에 샤워까지 마치고 진득하니 2시간 반 정도를 보내고 집에 오는 길 나이키런 앱에 오늘 신고 달린 신발 등록을 하기 위해 들어갔는데 기적처럼 찍혀있는 딱 2,000이라는 숫자!
세상에!
나 2,000km 달렸대!!!!!!!!!

전날 총 달린 거리가 1995km인 것을 보았다면 오늘 당연히 5km를 달려 2,000을 채우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내 총 마일리지를 신경 안 쓰고 있다가 우연히 확인했는데 딱 떨어지는 2,000이라는 숫자를 보게 됐을 때의 희열이란!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수년 전, 부산 마라톤 나가는 친구를 따라 부산에 놀러 갔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행복해하는 친구의 모습에 "언젠가는 나도 달려봐야지" 라는 생각을 미루지 말고 바로 달려보자는 결심을 했고 서울 오자마자 시도했지만 1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숨이 차 그만뒀었다.


그리고 등산까지의 빌드업을 마치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가 추위 때문에 등산하기 어려웠던 2021년 겨울.
아는 거 하나 없이 원래 신던 운동화를 신고, 옷을 껴입고 나가 집 앞 거리를 뱅뱅 돌며 냅다 달렸다.
숨이 차고 힘들어 죽겠는데 왠지 달리기를 시작하면 5km는 달려야 할 것 같아서 죽어라고 5km를 달렸다.
속도는 또 왜 그리 빨랐는지 몰라. 분명 숨차 죽겠는 기억만 남아있는 달리기 1년 차, 2021년.

2022년에는 등산을 못 가는 주에만 달렸다.
그래서 매주 등산을 가야 한다는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강하지 않은 몸을 돌보기 위해 운동을 죽자 사자 해야하는 일환으로 등산을 택했던거라 집착과 강박이 등산의 즐거움보다 살짝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등산을 못하면 몸과 마음이 불안했었는데, 그걸 달리기로 대체할 수 있음을 조금씩 알아가던 해였다.

2023년 역시 등산 아니면 달리기를 꾸준히 했고 2022년까지 힘들어 죽겠음에도 냅다 달리다가 2023년부터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달릴 때 너무 힘들다 보니, 달리기 하러 나가려면 한숨부터 나곤 했었다. 이번엔 얼마나 힘들까 ㅠㅠㅠㅠ
그래서 23년부터는 다시 달리기가 기다려질 만큼의 힘듦을 난이도로 설정해서 냅다 죽도록 열심히 달리지는 않았다.

2024년은 역대급으로 많이 달린 한 해였다.
워낙 힘든 한해였어서 달리기와 등산이 없었다면 난 지금 어떤 인간으로 살고 있을까?
피폐하고 냉소적이고 웃음을 잃은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세상에는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만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암울하고 우울했던 한 해를 달리기로 이겨냈다.
화가 나면 달렸고, 억울하면 달렸고, 슬퍼도 달리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달렸다.
그렇게 달렸더니 거의 1,000km를 달렸더라.
실은 24년 일 년간 달리기 마일리지를 그때그때 확인해 봤다면 1,000km를 채웠을 텐데... 한 해가 지나고 알게 되어 좀 아쉽다.
또다시 1년 만에 이런 마일리지를 쌓을 시기가 오려나...
정말 정말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 등산과 달리기 덕분에 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달리기.
지난번 모은 뉴발 포인트 10만점으로 샀던 뉴발란스 880, 엄마가 색이 너무 곱다며 내내 바라봤었다. 거의 신지 않았던 그 880은 체력 회복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 엄마에게 드렸다. 그래서 남은 나의 유일한 러닝화가 호카 클리프톤인데 벌써 670km의 마일리지가 쌓였다. 등산화도 중등산화 한 개, 트레일러닝화 한 개로 간소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러닝화도 두 켤레면 족하다. 하지만 한 켤레만 있으니 하나 또 사야지!

때마침 뉴발란스 포인트도 12만 점이나 모아놨다.
그리하여 내손에 들어온 SC Trainer V3.
실은 신상 색이 나오면 사려고 했는데 자꾸자꾸 연두색이 눈에 밟히지 뭐야.
신상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국 작년 신상인 연두색을 사버렸다.

실제 받아보니 더욱 연두연두하고 예쁘다.
설레는 마음 쓰담쓰담 가라앉히고 느리고 오래 달리기로 첫 개시를 하려 했으나 비가 오니 트레드 밀!
5km를 달렸다.
새 신발은 생각보다 폭신했고 생각보다 통통거렸다.
나의 첫 카본화.
카본이 쪼꼼 들어간 카본화.
첫 느낌은 머신보다는 야외에서 뛰기에 더 적합한 신발이라는 생각이다. 머신에서는 반발력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조만간 비 안 오는 날 한강을 달려봐야지
길게 뻗은 길을 쭉 달려봐야 이 신발의 찐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러닝화가 한 켤레가 되었고, 마일리지가 점점 많이 쌓여가서 새신을 하나 들여야겠다고 산 신발인데 2000km 축하 선물이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소비가 더더욱 가치롭게 느껴진다.
딱 좋네. 다 좋네. 좋다 좋아!
앞으로도 쭉... 욕심내지 않고 그 어떤 목표도 세우지 않고 그냥 달리자.
2024년 나를 살게 한 달리기처럼, 그냥 숨 쉬듯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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