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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일기] 가을은 페이스와 함께 온다Jinnia_C의 깨알같은 하루하루 2025. 9. 23. 20:17반응형
자매품 : 가을은 심박수와 함께 온다
추자도에서 뜨거운 여름과 씨름하는 사이 서울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고, 비가 내리다 말다 동남아 같은 날씨가 잠시 이어지더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끝나버렸다.
출근길이 싸늘하다 느껴졌던 지난주 월요일.
하체 하는 날이라 PT 받고 탈탈 털렸음에도 달달 떨리는 다리로 달리고 싶었다.
그만큼 날씨가 좋았다.
아웃도어라이프를 즐기는 집순이(뭐래;;)는 안다.
가을이 얼마나 짧은지.
밖에서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가을이 얼마나 순식간에 지나가는지를 알아서 이 계절에 마음껏 호흡하며 달리고 싶었다.
어른사슴 밤비는 아기사슴 같은 두 다리로 선릉을 달렸다.
애플워치 러닝을 zone3로 설정해 놓았는데 심박수 미만의 알람이 계속 손목을 울렸다.
이럴 수가!!!!!
오늘은 하체 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달리자는 생각 하나로 총총총총 달렸다.
여름 내내 나를 괴롭히던 떨어지지 않던 심박수, 오르지 않던 페이스.
이러다가는 영영 600 페이스로 못 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우울했었다.
한여름이니 달린다는 행위 자체로 만족했고 스스로가 대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라 서글펐던 것 같다.
원래 나이 들면 다 그렇다.
모든 것의 원인이 "늙어감"에 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참 슬퍼진다.
"숨이 차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 워치를 보면 이 페이스 실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리게 달려도 숨이 차고 심박수가 치솟던 여름의 달리기 내내.
늙었다는 생각과 함께 매 달리기마다 노화와 마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름이었다.
그래, 아직은 늙었다와 노화가 내 발목과 심장을 움켜쥘 때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여름이었다.
이것을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래서 웃는다.
이토록 큰 위로가 또 어딨겠는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페이스의 앞자리 숫자 5.
물론 너무도 알량하게 5분 59초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키득키득 웃는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한강에서 10Km를 달렸다.
날씨가 좋아 5km만 달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워치가 보여주는 심박수와는 달리 평온하기만 했던 나의 호흡.
10km를 달린 심박수로는 만족스러웠고 힘들지 않게 달리고 난 페이스 역시 만족스러웠다.
역시 가을은 페이스와 함께 온다!

금요일 놀았고, 토요일 아팠고, 일요일 놀았다.
3일을 방탕하게(?) 보내고 월요일, 일상으로 돌아왔다.
퇴근 후엔 운동이지.
월요일은 하체.
그간의 스트레칭 결과를 점검하던 선생님이 화상 입은 종아리를 보더니 기겁한다.
종아리 감각이 무뎌진 슬픈 사연;;;;을 구구절절 말씀드렸더니 스트레칭 부위 한 군데가 추가되었다.
정말.. 선생님이 스트레칭 부위를 찍어줄 때마다 비명 한번 지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곳을 잘 풀어주며 추이를 지켜보자고 했다.
오랫동안 목이 졸려 서서히 죽어가는 것과 같다
고 했다. 재활로 유명하다는 정형외과를 찾아 종아리 감각이상과 나의 병력에 대해 이야기하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어쩐지 너무 납득이 되는 답이라서 종아리에 대해 내려놨었는데...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기대를 가져도 될까?
또 열심히 해봐야지. 아파 죽겠지만, 죽지 않는 거 아니까!
스트레칭 점검으로 운동을 짧게 해서 탈곡기 근처에 가지 않은 두 다리로 선정릉을 달렸다.
오늘도 생각 없이 내 마음 내키는 속도로 타닥타닥 뛰다가 오르막이 시작되는 초입에서 내 앞을 달려가는 여자분을 보게 됐는데 숨을 헐떡대며 도심에 나타난 황소마냥 그분과 가까워지려 노력했지만(아니 대체 왜?????) 다가갈 수 없었다.
우와... 어쩜 업힐을 저렇게 달리냐. 췌...
업힐 고자, 업찔이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이며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모드로 업힐을 마무리하고 살랑살랑 팔랑팔랑 다운힐을 달렸다.
지난주보다 훨씬 쌀쌀해진 바람에 땀이 흐르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추워서 못 달리겠다는 말이 나오겠지.
페이스 대비 심박수가 너무 만족스러웠던 러닝.

가을은 페이스와 함께 오고 또, 심박수와도 함께 온다.
가을은 좋은 것만 데리고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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