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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추월산과 강천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5. 11. 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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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월산"
    모임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마음이 훅 동했다.
    처음 들어보는 산 이름이잖아.
    진심 처음!!!
    산 밥 먹은 지 5년 차, 웬만한 산 이름은 대충 들어본 것 같은데 추월산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추월산이라니....

    추월~~~~~은 만정 허여

    드라마 정년이에서 듣자마자 가슴을 울리고 소름이 돋던 추월만정의 앞글자와 같잖아.
    민주지산의 이름이 멋져 민주지산에 가고 싶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추월만정이 그려지는 추월산에 가고 싶어졌다.

    추월산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새벽 3시 전이었다.
    차에서 조금 쉬다가 5시 반부터 산에 오르기로 했다.
    혼자 먼 길을 운전해 온 차주 형님이 좀 편하게 쉬시길 바라며 차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좁은 차에서 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다들 쉬는 둥 마는 둥 5시 10분쯤부터 부스럭부스럭 준비를 했다.
    나는 산행을 앞두고 차에 있던 쿠키 네 개를 급히 우걱우걱 먹었다. 오늘의 산행은 쿠키 네 개로 잘 버텼다.

    S언니가 오늘 산은 가성비 짱, 개꿀이라고 했다.
    쉬이 올라가 끝내주는 조망을 볼 수 있다고.
    여한 없는 여항산 같은 산을 또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걸까?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800미터 정도 아주쪼오금 가파르지만 수월한 길을 오르면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을 만났다면... 앞으로 쭉 계단이다!
    약 600미터의 고도에서 500미터 정도는 계단으로 오르는 듯한 산이었다.

    쉬지 않고 계단을 오르다 보니
    우와!!!!!!!!!
    갑자기 눈이 확 트이는 듯한 추월산 전망대가 나타났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다들 오밤중에 지치지 않고 계단을 잘 올라서 생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좀 쉬어가도 됐지만... 쉴 수 없었다.
    조금만 쉬어도 추웠어.

    어젯밤, 사당역으로 출발할 때부터 옷을 너무 가볍게 준비했나 싶어 걱정이 컸다.
    그나마 얇은 옷을 여러 개 준비한 상의는 괜찮았는데 조금 두꺼운 레깅스 하나 입은 다리가 걱정이었다. 허벅지가 칼에 베인 듯 따끔할 정도로 추웠던 서울의 밤.

    그리고.. 추월산 주차장에서도 레깅스와 맞닿은 허벅지가 살짝 쓰린 느낌이었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올라가서 쉴 때 챙겨 온 무릎담요를 잘 덮어주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추위 따위 사라졌다.

    반팔티에 얇은 바람막이에 피엘라벤 캐나다셔츠, 몽벨 경량패딩, 파타고니아 토렌쉘을 아주 바리바리 껴입은 나는 올라가는 도중 옷을 하나하나 벗어 가방에 넣었다.
    끝없는 탈피

    계단을 오르다 풍경이 보일 때마다 하늘의 색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짙은 자몽주스의 색이었다가 연한 귤피차의 색이 될 때까지 하늘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변했다.

    고작 600미터의 전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끝없이 펼쳐지는 첩첩산중의 웅장함과 수려한 산세를 헤치고 굽이굽이 흐르는 담양호.

    크!!!!! 끝내준다!
    그래도 말야, 마치 교통사고를 당하듯 충격적으로 사랑에 빠진 여항산보다는 어쩐지 조금 덜한 아름다움 이었어서.. 또 한편으론 다행이었달까.
    아직 통증 같은 사랑을 둘이나 품기엔 마음이 부족하다.

    앞으로 짧게 빡!! 치고 올라와서 운명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산에 가게 된다면 여지없이 소환될,
    여한 없는 여항산.
    https://jinnia.tistory.com/m/1027

    [등산일기] 여한이 없을 여항산_0330

    아재스러운 말장난으로 포문을 열어보자.여한이 없을 여항산전날 장복산 등산을 마치고 1박.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게요?말로 다 못함.글로 다 못씀.말하기보다 듣고 웃기만 해도 되는 자리여서

    jinnia.tistory.com


    하지만.. 비교는 나쁜 거잖아.
    오늘의 추월산은 추월~~~~~이 만정 허여!
    를 들었을 때 소름이 돋고 감정이 울컥했던 것처럼 마음이 크게 동요할만한 풍경을 오랜 시간 동안 보여주었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보리암 정상.
    추월산 정상은 조망이 없는 곳이라 추월산의 하이라이트는 보리암 정상이라고 했다.
    추월산은 블랙야크 100 플러스 명산이긴 했지만 다행히 오늘 인증에 열심인 사람이 없어서 정상은 가지 않기로 했다.

    5시 40분에 출발하여 한 시간 여를 올라 추월산 보리암 정상에 도착했다.

    한 시간!!!
    한 시간만 올라오면 이런 뷰가 펼쳐지는데, 추월산- 안오르실라우????

    용기 내서 손까지 번쩍 들었는데
    언니들의 깔깔거림이 들린다
    - 야!! 쫄지마! 두 다리에 힘 빡 주란 말야!!!

    쳇!! 돌찔이를 뭘로 보고!
    몬해!! 몬한다ㅠㅠ
    털썩 주저앉았다.
    최선이었다. 두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어서 힘이 쭉 풀릴 뻔했으니까..

    멋진 한 폭의 수묵 담채화 같은 추월산 보리암 전망대.
    운해도 운해지만 담양호위에 드라이아이스처럼 아주 얕게 깔린 물안개가 호수를 빙판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물안개가 춤을 추며 호수 위를 흘러갔다.

    전망대에서 한참 사진을 찍고 놀았더니 그제서야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깝기만 하다면 천마산보다 훨씬 가성비 좋은 일출 맛집이었다.

    물안개도 춤을 추고, 담양호도 춤을 추고, 겹겹이 첩첩이 줄지어 늘어선 산맥들도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춤추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엄청 귀여운 보리암 정상석.
    692미터에 천고지 이상에서 볼 법한 뷰를 선사해 준 훌륭한 보리암 정상.
    바람이 비껴가는 정상석 근처의 공간에서 일정에 공지된 대로 따뜻한 차와 간단한 간식을 먹기로 했다.
    행동식 정도의 간식만 챙기라는 대장님 말에 진짜 덜렁 창억떡 두 개만 챙겨갔는데 이게 웬일.
    다들 또 잔칫상을 차려냈다.

    모두가 차려낸 음식들로 배부르고 따뜻하게 먹임을 당했다.
    오늘도... 막내라인에 껴있어 다행이다. 휴우.

    해가 떠오르자 운해가 더욱 짙어졌고 또 다른 편에서는 키세스 무리 같은 산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세상 끝까지 펼쳐질 것 같은 장관이 펼쳐졌다.

    올라올 때 지나친 보리암에 들렀다 가자며 내려가는 길.
    전라도가니 산악회에서 걸어둔 리본을 보고 빵 터졌다.
    네이밍 센스 뭡니까!!
    전라도가니, 추앙합니다.

    인조잔디가 깔린 보리암의 테라스(?)에서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암자에서 또 잠시 쉬었다.
    새벽녘의 차가운 공기는 해가 떠오르며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멈추어 쉬고, 시간을 갖고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추위에 밀려, 어둠에 밀려 힘겹게 올라왔던 가파른 계단을 여유롭게 내려갔다.

    가을이 낙엽으로 잔뜩 내려앉은 길.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낙엽 속에 숨은 잔돌을 밟아 발목을 다칠 수 있으니 말이다.
    낙엽 속에서 까꿍 하는 돌들은 다 조심해야 함!

    언니들과 소담소담 나누는 여행 얘기가 즐거웠다.
    조지아와 일본 북알프스, 언젠간 나도 꼭 갈 테닷.
    백패킹 팀 말고, 숙박팀 좀 나타나줘요.
    해봤자 백패킹이 대세다.
    아마 혼자 갈지도!

    추월산행이 끝났다.
    간식을 워낙 많이 먹어서 아침식사를 하고 강천산으로 이동하는 일정을 바꿔 강천산을 걷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강천산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선운산만큼이나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라 조금만 늦어도 인파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전혀 몰랐던, 이렇게 유명한 곳이라니!

    9시. 강천산 주차장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아직 전국 각지의 안내 버스가 도착 안 해 그나마 이 정도라고 했다.
    대장형 말대로 우리가 하산했을 때는 주차장의 빈 길을 안내버스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귀엽고 알록달록한 코끼리열차는 주차장에서 강천산 매표소까지의 이동수단이었다.
    산쟁이들은.. 걷는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쌀쌀했다.

    1인당 5천 원. 매표를 하면 2천 원의 순창사랑상품권을 준다.

    강천산 군립공원.
    등산코스도 있지만 우리는 그냥 둘레길 걷듯 평지를 걸어 폭포까지만 가기로 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일출산행을 한 일행들은 더 이상의 오르막을 거부했다.

    응.. 왜 유명한지는 알겠어.
    근데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전라도 사람들 피크닉은 다 강천산으로 온 걸까? 싶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국 각지의 사투리가 들려왔다.
    안내버스가 속속 도착한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오늘 구장군폭포까지 걷는다.
    지난번 선운산의...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인공폭포의 모터가 생각나 혹시 이것도?? 하고 물으니 맞단다

    강천산 구장군폭포도 일곱 난쟁이 같은 모터가 열심히 일하는 거드래요!

    단풍도 예쁘고, 시원하고 하늘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도 너무 좋았다.

    나무를 따라 시선을 들어 올리면 기어이 하늘을 보게 만들어주는 하늘바라기 나무였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보고 시선을 들지 않을 사람이 어딨을까.

    제법 모험하듯 개울을 건너 사람이 좀 적은 길로 가나 했지만 아주 조금만 걸으면 번잡한 산책로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냥 오늘은 파티다 파티.

    화려한 꽃다발보다 더한 화려함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단풍나무가 좋았고

    초록과 가을의 색이 함께하며 만들어내는 신선한 보색의 조화도 좋았다.

    혼자 걷다가 둘이 걷다가, 셋이 되었다가 또 인파에 섞여 다들 흩어져 혼자 걷기도 했다.

    시끄럽고 번잡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요하고 적막한 혼자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구장군 폭포.
    모터 동지들이 어디선가 열심히 일하고 있을 터였다.
    충분히 멋진 폭포인데 선운산에서 본 모터 근무시간(?) 안내문을 본 이후로.. 어쩐지 인공폭포가 나 같은 노동자인 것 같아  짠하다.
    열 일하고 있네, 고 녀석.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모든 산책로가 제 색을 찾았다.
    구장군폭포에서 돌아가는 길.
    그제야 세상이 알록달록 해졌다.

    하지만 사람은 더 많아졌고 우리는 매우 허기졌다.
    얼른, 밥 먹으러 가자!!!!!

    가는 길에 진도식당에 전화해 닭볶음탕을 미리 주문했다.

    우연히 찾아간 진도식당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닭볶음탕의 맛은 물론이고 1인당 12,000원인 백반의 반찬이 무엇하나 빼고 거를 것 없이 다 맛있었다.

    강천산 맛집으로 박제!!
    담에 또가면 진도식당도 가야지.

    불러주어야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언니가, 오빠가 불러주어 내가 나로 존재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도 좋지만 여럿과 함께여도 좋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가득 준비해 주신 음식으로 동트는 추위를 따뜻하게 녹였고 수시로 건네주는 간식에 심심할 틈이 없었으며 고향집에서 따왔다는 감까지 받아 들고 입이 귀에 걸려 귀가했다.

    혼자서도 잘살고 함께여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아마도 마지막일 올해의 단풍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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