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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트레킹] 2400미터에서 살아보기-리장 고성내가 있던 그곳 2026. 1. 2. 11:38반응형
차마고도 트레킹 여행 2일차. 2025. 12. 29.
체크아웃을 하고 쿤밍 기차역으로 출발.
호텔에서 15분이면 여유롭게 걸어올 수 있다.
기차역에 들어가기 위해 짐 검사.
작은 과도를 가져온 산동무는 과도를 압수당했다.
비행기보다 빡센 중국 기차.
가지고 갈 수 있는 칼의 사이즈가 정해져있다. 트립닷컴에서 예매한 기차표를 찾으러 매표소로 갔다.
여권을 모두 건네주었더니 직원이 신기하게 생긴 통역기를 가지고 와서 업무를 시작한다.
4명의 표는 모두 나왔는데 대장언니 표만 검색이 안된다며 구매할 때 여권번호를 맞게 넣었는지 확인해 보란다.
구매 절차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계속 다시 확인해 보라는 직원에게
- 한 번 더 찾아봐주세요!
했더니.. 거짓말처럼 표가 나타났다.
어디 갔다 왔냐며.
중국에서는 나도 확인하지만 너도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식은땀 삐질 났던 매표 창구 
중국 답게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쿤밍 기차역의 모든 통과의례를 거친 후 역내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아무 맛도 안나는 국수여서 무난했던 기차역 노점의 쌀국수.
후루룩 먹고 나서 넓디넓은 쿤밍역에서 우리 기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을 찾는다고 잠시 헤맸다. 기차역에 여유 있게 도착하길 잘했다!
2등석 기차.
3열 2열의 구조인데 레그룸이 꽤 넓다.
한국 여행객들은 보통 1등석을 많이 타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리장 갈 때는 2등석, 올 때는 1등석을 예약했다.
두루두루 경험해 보는 것, 너무 좋지 뭐야!
몸도 마음도 여유로웠던 기차에서의 4시간을 보내고 리장에 도착했다.
중국 기차는 엄~~~~~청 길어서 작은 역인 리장역도 플랫폼은 엄~~~~청 길다.

리장에 도착했다는 증거!!
저 멀리 옥룡설산이 보인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저런 웅장한 산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
난 리장에 머무는 내내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현실감 떨어지는 엄청나게 환상적인 비주얼.
리장에 도착하면 이미 고도가 2,400미터에 육박한다.
비행기 타는 거 말고 이런 고도에 있어보는 것은 처음 아닌가!
어쩐지 괜히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도 같고 호흡을 천천히 깊게 해야 할 것도 같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호텔로 가야 한다.
DIDI로 차를 부르려는데... Didi와 위챗페이 연동이 안된다. 내 폰으로 6자리 코드를 보냈다는데 열 번을 넘게 시도해도 문자가 오지 않는다.
올라오는 성질을 꾹꾹 내리누르며 검색을 해보니 중국에서 인증 문자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단다.
위챗페이 연계는 포기하고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디디를 불렀다.
리장 기차역에서 고성까지는 약 25위안 정도면 충분하다.
택시에서 내리자 별세상이 펼쳐진다.

맘에 들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보고, 업무 때문에 꼭 가야 하는 게 아니라면 중국은 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살짝 무너지고 있었다.
저기, 가고 싶다!
그랬는데 때마침 차마고도 산행이 올라왔고 내가 여기 서있잖아.
정신 혼미해질 정도로 좋아 죽겠는 풍경에 팔짝팔짝 뛰다가 캐리어를 끌고 몇 걸음 걷자마자 마음이 아주, 매우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유럽의 올드타운 들은 비교도 안된다.
캐리어 끌기 난이도 극악.
캐리어 바퀴야 안녕~ 작별인사를 고해야 할 만큼 바닥은 거칠고 울퉁불퉁했으며, 그에 따라 캐리어를 끄는 것보다 들고 이동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수월했으나 문제는 캐리어의 무게였다.
2400미터의 고도에서 20킬로에 육박하는 캐리어를 들고 가다가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멈췄다가 다시 끄응차 캐리어를 끌어본다.
그렇게 의도치 않은 극한의 유산소+웨이트를 이겨내고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평점 9.8점에 빛나는 Pure sunshine hotel(트윈룸 3개, 1박 132,000원)
엄청 옛날부터 고성을 지키고 있는 숙박시설 중 하나인지라 예스러움이 그대로 남아있는 호텔이었다.
호텔 구석구석이 아름다웠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당

세월이 느껴지는 침실


현대적으로 단장한 욕실.
그리고 이 호텔의 상징, 곰돌선생이 지키고 있는, 옥룡설산이 보이는 옥탑.

가방 끌고 오며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푹푹 내쉬던 기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여기 너무 좋다며 꺄르르 폴짝폴짝 난리다 났다.
짐을 풀고 대충 정리를 끝내면 사장님과의 티타임이 기다리고 있다.
번역기를 매우 훌륭히 사용하는 세상 프렌들리 한 사장님과의 티타임과 수다는 쉬이 끝맺기 어려우니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한다.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고 했음에도 계속 차를 더 들라는 사장님 때문에 몇 번을 발이 묶였다.
고성에서 친근함으로는 일등 먹을 듯(중국식 표현으로 바꿔보자면 천하제일 친근왕).
조금 늦은 점심식사 장소는 사장님이 추천해 준 식당으로.
나시족 전통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골목 구석구석에 매력이 넘쳐흐른다.
운남스타일 음식점에 도착.
(발음은... 잘 모르겠다며..)

두부

고기볶음

토달볶

트러플 죽

볶음밥

오랜 기차이동과 빡센 호텔까지의 여정.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일행 다섯 명이 오붓하게 모여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호텔 사장님이 고성에 있는 식당은 너무 비싸고 대부분 별로라며 그럼에도 이곳은 가보라고 추천해 준 식당이었는데, 정말 맛은 최고였다.
가격은 중국 치고는 좀 비싼가 싶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리 이 정도 먹을 돈은 있잖아요
꽤 많은 양이었고 배가 불렀음에도 음식맛이 훌륭하여 남김없이 싹 먹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고성 투어.
날씨도 좋았다.
12월 말의 고성은 가볍게 입고 파타고니아 뽀글이 하나를 입고 다니면 될 정도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좋았으며 하늘은 청명하고 예뻤다.
한국의 날씨요정들이 다 리장으로 왔나 보다.



어슬렁어슬렁 골목골목을 구경하고 소소하게 쇼핑하는 일행을 구경한 우리는 고성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완고루에 올라보기로 한다.


입장료는 1인 35위안.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리장 고성에 다시와도 완고루는 다시 올 일이 없을 것이라며 다들 호쾌하게 빠른 결정을 내렸다.
고성에서 제일 높은 완고루.
고성이 이미 2400미터 고도인에 완고루까지 오르기 위해 계속 오르막을 걷다 보니 고산병이 무언지 살짝 알 것 같았고 다들 고산증세가 조금씩 나타났다.
누군가에게는 손 저림으로 누군가에게는 두통으로 누군가에게는 안압으로 나에게는 어깨 팔뚝 쪽이 묵직해지며 피로곰이 어깨에 올라탄 게 아니라 팔뚝에 매달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완고루에 오르면 고도가 2500미터에 가까워진다.
피사의 사탑 ST. 인지 삐뚤빼뚤하게 올라가 있는 완고루
모두에게 고산증세가 시작되었지만 그럼에도 올라가 보기로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멋스럽다.


밖에서 완고루를 올려다볼 때는 비뚤데 보이는 게 눈의 착각이거니 했는데 들어와 보니 그냥 진짜 비뚤어진 건물이었다. 건물의 비틀림에 의해 창이 다 어긋나 있다.
어쩐지 좀 무섭다.
완고루 꼭대기까지 오르며 한 층 한 층 조금씩 달라지는 고성의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왔다.
누각 뒤의 정원도 멋지다.
해 질 녘이 되며 태양이 살짝 기울어져 따스한 색감을 빚어낸다.


물그림자로 또렷하게 빛나는 완고루를 한번 더 바라보고 슬슬 고도를 낮추며 내려왔다.

소망을 잔뜩 담은 종이 걸려있다. 나시족 상형문자가 중국 한자보다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ㅎㅎ

내려가는 길, 빛의 방향이 달라져서 또 새롭게 보인다.


벽에 쓰여진 나시족 상형문자는 그 어떤 벽화보다 인상적이고 귀엽다.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피자헛은 표의문자인 한자로 한번 바뀌고 또 나시족 상형문자로 변신한다.

밤을 준비하는 고성의 거리.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내일 차마고도 트레킹을 위해 장을 보러 출발한다.
리장에서 슈퍼마켓 찾기가 이렇게 힘든 줄을 몰랐지
애플지도, 구글지도, 고덕지도에 슈퍼마켓 혹은 마트라고 검색하 다 찾아가 봤는데 우리가 원하는 마트가 아니었다.
번역기를 돌려 마트의 위치를 물어도 답이 없다.
그렇게 리장을 헤매다 겨우 발견한 대형 슈퍼마켓!
우리의 집념이 해내고야 말았다!!
리장에서 대형마트를 찾고 싶거든 검색어에 상호를 입력해서 찾아가시길.
우리의 원래 일정상 고성을 돌아다니며 여유를 즐길 시간도, 기념품을 살 시간도 오늘 밖에 없어서 매우 집요하게 마트를 찾아 헤맨 것이었으나 어쩌다 저쩌다 보니 팽팽하게 긴장감 넘치는 명주실 같던 일정이 느슨하게 부드러운 털실 같아져서 이 마트를 3일 내내 방문했다는!
찾아두길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
3일 연속 갔으니 찾느라 고생한 것 이상을 보상받은 느낌.

고성에서 고개만 돌려도 보이는 옥룡설산.
볼 때마다 설레는 옥룡씨.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해가 지고 밤이 시작되었다.
고성은 알록달록 화려한 옷으로 새 단장.


라이브 공연하는 곳이 참 많았는데 가수들의 실력이 좀 많이 아쉬웠다. 차라리 좋은 음악을 틀어주었더면 머물고 싶었는데 노래가 소음 같이 느껴지는 경우도 많아 들어갈 엄두도 못 냈다 ㅎㅎ
연말연시, 소원을 담아 보내는 풍등이 고성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모든 건물의 조명이 하나의 선으로 또는 빛무리가 되어 고성을 반짝반짝 밝힌다.

띠리띠리 삐리삐리의 느낌으로 들리는 나시족 전통음악에 맞추어 강강술래 같은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 산행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누구보다도 흥겹게 손을 이어 잡고 뱅글뱅글 돌았을 우리.

아쉬움 가득 담은 눈으로 뒤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발길을 돌린다.

오후에 다녀온 완고루는 누구보다 화려한 듯 하지만 조금은 우아한 빛으로 고성의 가장 높은 곳을 빛내고 있었다.
숙소의 루프탑에서 고성의 야경을 한번 더 만끽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중도객잔에서 1박을 할 짐을 20리터 배낭에 무겁게 눌러 넣는다.
등산하다 1박 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됐고 게다가 고지대이지 않은가.
시작점부터가 내가 늘 오르던 높은 산들의 정상에 맞먹는 고도이다.
한국에서 고산병 약을 처방받지 않아 현지에서 구매한 고산병 완화약, 홍경천.
마트에서도 팔고 약국에서도 판매하는데 두 개가 좀 다르다고 한다.
전문가의 권위에 기대 조금이라도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약국표 홍경천을 구매했다(78위안)
룸메이트 영알이 언니와 반을 나누어 6병씩 가지기로 했다.
하루에 2병. 3일의 트레킹. 완벽갓벽!
내일 아침부터 시작이다.
나의 첫 1박 산행.
나의 첫 본격 해외등산.
나의 첫 고산 체험.
그리하여 나의 첫사랑이 될 차마고도, 곧 만나러 갑니다.300x250'내가 있던 그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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