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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마고도 트레킹] 꿈결을 걸어 중도객잔으로😍
    내가 있던 그곳 2026. 1. 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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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마고도 트레킹 여행 3일 차. 2025. 12. 30.

    1박 배낭은 정말 만만찮은 무게였다.
    20리터이지만 28리터까지는 거뜬히 담을 수 있는 클라터뮤젠 델링 20에 꾹꾹 눌러 담은 짐.
    어젯밤 늦게까지 잠옷을 가지고 갈까 말까
    오버니삭스와 보온스커트를 챙길까 말까 하며
    넣었다 다시 뺏다를 다섯 번 넘게 반복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ㅠㅠ

    그러다 아침 7시, 숙소 로비에 모여 아침을 먹으며 일행들의 조언을 듣고, 뼈가 시린 듯한 새벽추위를 몸소 느낀 후 빼고 가려고 했던 짐을 다시 다 넣었다.
    잠옷은 가방에 넣고 보온용 기모스커트는 입고, 오버니삭스 는 가방에 넣었다.

    그래... 추워 죽거나 불편해 죽거나 무거워 죽거나.
    이 정도 고도의 등산은 처음이고, 등산 다닐 때 초경량화에 집착하는 터라 이 정도 무게를 이고 지고 가는 것도 거의 처음이었다.
    그저... 웨이트 하며 무게에 익숙해진 내 몸을 믿어보기로 한다.


    차마고도 1박 트레킹 짐 싸기

    착장 ; 룰루레몬 원더언더 레깅스, 안다르 기모스커트, 울양말, 캐필린 쿨 반팔 티셔츠, 제로그램 폴라텍 알파 120 후드 티셔츠, 파타고니아 레트로 플리스, 모자, 선글라스, 안면마스크(워낙 자외선이 세다고 해서 챙겼으나 고산지대에서 마스크 하고 산을 오르기에 내 호흡이 너무 비루해서 착용 후 몇 분 지나서 빼버렸다 ㅎ), 등산화(코오롱 트라이포드미드)
    배낭 : 다음날 입을 옷(레깅스, 반팔티, 속옷, 양말-폴라텍 후디 부터의 겉옷은 재활용 하기로 함🤣), 파타고니아 R2, 파타고니아 토렌쉘, 잠옷, 수면양말, 오버니삭스, 세면도구, 화장품, 행동식, 스틱, 무릎보호대, 방석, 생수 500밀리 두 개(이 중 하나는 나시객잔 도착하자마자 빼버림), 여권, 휴대폰&워치 충전기, 멀티아답터, 손수건 2개


    숙소 루프탑에서 여명을 보고, 일출 전에 내려와야 했다.
    이 정도만 해도 너무 멋지다.

    거기, 옥룡씨!
    쫌만 기다리라우- 곰방 더 가까이 갈 테니까.

    8시에 숙소를 나와 고성 북문으로 간다.
    호도협 가는 버스는 8시 35분.
    우리도 우왕좌왕 어디에 서있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어느새 우리 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뭐.. 이 정도면 뭐가 돼도 버스 탈 수 있겠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해가 완전히 떠올라, 저 멀리 산이 붉게 타오른다.
    내 마음도 붉게 붉게 두근두근 콩닥콩닥.
    어리바리 얼레벌레 서 있었어도 어찌어찌 버스는 탑승했다.

    두어 번 정도 더 정차하며 사람을 태운 버스는 호도협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가는 도중 휴게소에 한번 정차하는데..
    화장실이 매우 충격적이다.
    앞사람 엉덩이와 까꿍.
    방향 잘못 잡으면 맞은편 사람 얼굴이랑 까꿍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도랑 하나가 길게 파여있고 거기에 낮은 칸막이만 설치해 둔 것 같은 화장실.
    나도 드디어 중국다운(?) 화장실을 경험한다.
    생긴 것은 괴랄하지만 냄새는 나지 않아 나름 쾌적(?)했던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근질근질한 경험.

    휴게소 풍경도 끝내준다.
    어디선가 무도인이 휘리릭 날아오를 것 같다.
    아마도 저 붉은 글씨의 지붕 뒤쯤에서?

    버스에 타고 휴게소를 떠나 호도협 입구에서 또 한번 정차한다. 직원들이 우르르 타서 매표를 한다.
    들어가지 않을 호도협 관광지 표는 구매해야 함.
    무려 45위안.

    그리고 빵차 흥정도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나시객잔까지 갈 사람, 중도 객잔까지 갈 사람.
    그리고 호도협 에스컬레이터를 탈 사람 등등.
    많은 돈이 활발하게 오가는 현장.
    여기서 대여섯 명의 한국인이 짝을 이뤄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빵차를 예약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함께 갈 것을 권한다.
    - 저희는 걸어갈 건데요.
    - 아니, 우리도 등산을 하긴 할 건데 나시객잔까지도 걸어가신다고요?
    - 네! 저희는 그냥 걸어갈 거예요.
    다들 빵차를 탄다 하니 약간의 의문이 들었고 20년 전에 다녀왔다는 대장언니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했지만 우린 산쟁이 들이니까 그냥 걷는 거지 뭐.

    그렇게 버스 안에 장이 선 듯 대규모(?) 거래가 이루어지고 수금을 마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아무것도 없는 도로에 우리를 내려줬다.
    나시객잔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은 여기서 내리란다.
    딱 우리 일행만 내렸다.

    덜렁.
    남겨진 기분.

    지도상으로는 이 위치이다.
    버스에서 나시객잔에 걸어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며 마구 검색을 하던 우리는 결국 답을 찾지 못했지만 버스 기사님이 알아서 "잘" 내려준 케이스.

    시작고도 1880미터.
    설악산 대청봉 즈음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격이다.
    오전 11시, 차마고도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적당한 구름으로 파란 하늘이 더욱 돋보이고, 나시객잔 까지는 임도를 걷게 된다.
    길이 좁은 편인데 차량 통행이 꽤 많다.
    대부분의 차는 나시객잔까지 승객을 태워가는 빵차들.

    누군가는 차를 타고 편하게 올라간다면, 우리는 걸어 올라가며 아름다운 풍경을 꼭꼭 곱씹고 고도에 따라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마음에 켜켜이 쌓으며 걸어 올라가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나시객잔까지는 2.5km, 한 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임도라 딱히 어렵고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10분 정도 오르고 다들 가장 두꺼운 외투를 벗었다.
    나도 파타고니아 레트로 플리스를 벗어 가방에 넣고 R2를 꺼내 입었다(가방이 훅 무거워졌다)

    그렇게 또 15분여를 걷다가 다시 한번 경량 패딩급의 R2를 벗었다.
    누군가는 얇은 긴팔을, 누군가는 반팔에 팔토시를, 나는 폴라텍 120 후디를 입고 산행을 이어갔다.
    바람이 불면 폴라텍 후디의 성긴 조직으로 냉기가 훅 들어왔지만 움직이면 금세 열이 올랐다.

    산행 시작 후, 1시간. 점심시간인 12시에 나시객잔에 도착했다.

    나시객잔에는 한국인 단체 한 팀(커다란 원형 테이블 두 개), 우리와 버스를 같이 타고 왔으나 나시객잔까지는 빵차로 올라온 한국인 부부, 그리고  서양인 두 테이블 정도로 식당이 만석이었다.

    나시객잔의 벽화와 차마고도의 지도가 인상적이었고 나시족 전통에 따라 벽에 옥수수를 주욱 걸어놓은 풍경과 객잔 건물이 이국적이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어야 산행을 계속할 수 있어 밥 두 개, 면 두 개만 시켰는데 1인 1 메뉴 요청에 따라 토마토달걀볶음을 하나 더 추가했다.

    맛은 그냥저냥이다.
    산행하는 동안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고 따뜻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

    한국인 단체팀의 아저씨들이 대뜸 반말로 말을 건다.
    - 여기까지 걸어왔어? 등산은 흙을 걸어야 등산이지.
    라며 포장도로를 걸어 나시객잔까지 걸어온 우리의 노력을 순식간에 바닥에 깔아버림 ㅎㅎㅎ
    아저씨... 중도객잔까지 가는 길에도 흙길을 별로 없던데.
    등산은 잘하셨으려나....
    존대가 존재하는 언어를 쓴다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합시다. 쫌!

    나시객잔에서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정비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왔던 길로 다시 가서 올라가려는 우리를 나시객잔 직원분이 붙잡는다.
    이쪽으로 가야 한다며 파란 표지판을 가리킴.

    나시객잔에서 조금 걸어올라가면 28밴드 시작이다. 차마고도 28 밴드는 말들이 다닌다.
    짐만을 옮겨주기도 하고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
    말들이 사람이나 짐을 싣고 갈 때 풀을 뜯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에 철망을 씌워놓는다. 하지만 말들은 성긴 철망 사이로 혀를 내밀어 풀을 뜯는다. 고개를 한껏 옆으로 돌리고 혀를 기이한 방향으로 꺼내는 말이 불쌍하다.

    인류애, 동족의 측면에서 본다면 말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길을 수백 번 수천번씩 걸어야 하는 작은 말이 안쓰러웠다.
    우리가 올라갈 때는 말을 탄 사람이 없었는데 28 밴드 끝나고 나서 말을 타고 온 한국인 아주머니 한분이 말을 타고 올라오는 것도 죽겠는데 어떻게 걸어왔느냐며 잔뜩 흥분한 상태로 말씀하셨다.

    28 밴드의 길을 걷는다. 28 밴드는 구불구불 스물여덟 번이 굽이지는 오르막길이다.
    길이 잘 닦여있고 오르막도 가파르지 않지만 고도가 높고 짐이 무거우니 상당히 오르기 버거운 길이다.

    쉬어갈 수 있는 28 밴드 카페.
    오늘은 운영하고 있지 않아 그냥 넓은 공간을 빌려 쉬어갈 수 있었다.

    28 밴드 카페에서 내려다보이는 계단식 논과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 우리보다 위에 있었던 다리가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천천히 느리게 이동했다.
    산소언니의 이동속도가 느린 편이라 천천히 오르고, 어느정도 올라가서 산소언니를 기다리며 산행을 계속했다.

    28 밴드 오르기가 힘이 들긴 하지만 밴드가 굽이굽이 꺾어질 때마다 멋진 풍경을 맞이할 수 있으니 탄성이 터져 나온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봐도 봐도 신기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옥룡설산.
    대장언니에게 진지하게 감사를 전했다.
    언니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어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고.

    좁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 내려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한 줄로 갈만 하지만 말에게 길을 양보해주어야 할 때가 있다.

    혹은 말똥에게 양보를 하거나.
    28 밴드를 오르는 길은 돌이거나 말똥이거나 말똥이 풍화된 흙이거나.. 셋 중 하나이다.

    사방을 돌아봐도 어마어마한 풍경.
    구름 없는 하늘에 뾰족한 산이 그대로 드러나는 옥룡설산도 멋지지만 구름에 살짝 가려진 산도 멋졌다.

    28 밴드가 끝나는 곳.
    이곳에서 산소언니가 올 때까지 15분 정도를 기다렸다.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지며 추위에 몸이 떨릴 때쯤 산소언니까지 도착했다.
    이곳에서 중도객잔까지 10km 정도를 더 가야 하고 시간은 벌써 3시가 넘었다.

    기다리는 동안 바라보는 풍경.
    덕분에 기다림도 맛있고 멋있다.

    뒤늦게 도착한 산소언니에게 우리가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알리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전한 뒤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걸었다.

    빠르게 내려가다 보니 한참을 먼저 가서 가다리도 있던 아기상어 오빠도 만났다.
    대장언니, 영알언니, 상어오빠, 나.
    넷은 해가 지기 전에 산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표 하나로 살짝 쫄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쾌속산행을 이어갔다.

    빨리 가야 하지만 호랭이 못 잃어.
    이곳은 차마고도 이면서 호도협의 자락이니까.

    호랭이와 사진을 호다닥 찍고 나서 다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차마객잔이 보이는 전망대까지 왔다.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까지 6km 정도를 더 가야 하지만 길이 꽤 완만하고 걷기 좋았다. 신나게 빠른 속도로 걸어도 무리 없는 길이었다.
    28 밴드의 오르막은 고산인 것을 제외하면 소백산을 오르는 정도의 난이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고 28 밴드 이후의 길은 둘레길 난이도. 단,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면 이곳이 마등령 또는 히말라야가 될지니..!

    대장언니의 말로는 20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 염소들이 있었다고 한다. 올망졸망 모여있는 염소들의 아지트를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차마고도의 가장 유명한 객잔 중 하나인 차마 객잔에 도착한다. 4시.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날카롭고 뾰족한 옥룡설산을 병풍처럼 두른 차마 객잔.
    이곳에서 다시 산소언니를 기다린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을 멋진 풍경이 눈앞에 있고 날씨는 쾌청했다.

    아마도 차마 객잔의 마을일 듯한 이곳.
    옛날에는 차마객잔 하나만 있었단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다른 객잔도 생기고 묵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거주자들이 늘어난 것.

    하늘의 전선이 풍경을 다 망치지만.. 이 전선들이 있어 핸드폰이 터지고,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일 테지.
    차마객잔에서 산소언니를 기다린다.
    20분 여를 기다려 산소언니가 합류했고 다시 빠른 걸음으로 중도객잔을 향해 걷는다.

    오늘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준비를 하는 태양이 협곡 사이를 밝히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긴 협곡의 앞과 뒤가 모두 끝내주게 환상적이다.
    오늘 하루 종일 현실과 환상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산의 중간을 가로지른 좁은 길.
    이 길이 바로 차마고도이다.
    멀리서 보니 드디어 차마고도 다운 길처럼 느껴진다.


    차마고도 | 茶馬古道, 茶马古道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개통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주요 교역로. 중국과 티베트, 네팔, 인도를 잇는 육상 무역로이기도 하다.

    출처 : 나무위키


    좁은 길을 걸으며 옆을 보면 아찔한 협곡이 펼쳐진다.
    대장언니가 20년 전 방문했던 겨울, 호도협의 물색은 옥색에 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의 호도협은 흙탕물.

    차와 말을 교환하기 위해 걸었던 좁은 길.

    시시각각 각도를 달리하며 내리쬐는 태양빛의 장난에 풍경에 입체감이 더해진다.

    원래 겨울의 차마고도 호도협 구간은 해가 매우 쨍하고 뜨거워 여름 못지않다고 했으나 오늘은 햇빛이 쨍하지 않았고 시원한 바람이 수시로 불어 주어, 산쟁이들에게는 산타기 정말 좋은 날씨였다

    해지기 전에 중도객잔에 도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우다다다 걸어온 길이었다.
    다행히 6시가 되기 전에 중도객잔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리면 랜턴이 없어 걱정이기도 했지만 풍경이 빼어난 중도객잔의 밝은 모습을 즐기고 싶었다. 간절히.

    28 밴드 종착점에서 중도객잔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열심히 걸었네.

    유명한 중도객잔의 테라스!
    모든 것이 홀딱 맘에 든다. 정면에는 웅장한 옥룡설산. 뒤쪽으로는 중도객잔 숙소동과 산병풍이 우뚝 솟아있다.

    역시나 유명한 중도객잔의 카페이자 바, 타이거벅스.
    네이밍 센스 뭐냐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를 가진 카페 중 하나일 것이 명백합니다.

    각자 자기가 마시고 싶은 음료를 주문했고 나는 따뜻한 라테를 샀다.
    가격은 엄청났고 맛은 평범했지만 타이거벅스는 맛과 가성비를 위한 곳이 아니다.

    놀라운 자물쇠가 지켜주는 중도객잔의 객실

    에어컨 겸 온풍기로 온도를 조금 따뜻하게 할 수는 있었지만 잘 때는 여전히 코끝이 시리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전기장판이 아니었으면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던 중도객잔의 겨울밤.

    신관에는 발코니가 있다는데 우리가 배정받은 구관은 큰 창이 하나 있었다.

    해가지고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테라스의 야경도 낮만큼이나 훌륭하다.
    저녁식사는 중도객잔의 식당.
    해가 지고 날이 추워져 따스한 국물을 먹고 싶었는데 국물메뉴는 품절로 주문이 되지 않아 컵라면을 세 개 사고 요리 세 개를 주문했다.

    오늘 저녁식사도 대만족.
    중국에서 이렇게 맛있게 먹고 지낼 일인가.
    내 입맛이 무뎌진 것인지 중국음식이 뾰족함을 내려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중도객잔까지 산행하는 내내 고산병증세가 없어 마음 편히 샤워를 하고 머리까지 감았다. 고산병에 제일 위험한 것이 샤워와 머리 감기라고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증상이 크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며 홍경천을 하나 챙겨 먹고 나시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또 하나를 먹었다.
    나에게 고산병 증세가 없었던 것은 홍경천의 효과일 수도 있고 쿤밍과 리장을 거치면서 고도에 충분히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차마고도를 걷는 중 가장 높은 고도가 2600미터 정도였다. 리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1800미터 높이의 쿤밍에서도 하루 지내며 점점 높은 고도에 익숙해져 왔다.
    대장언니의 점진적인 계획에 존경과 찬사를!

    하루 종일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었다.
    황홀한 풍경에 감동하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옥룡설산을 하루 종일 바라볼 수 있었던, 하고 싶은 것을 하루 종일 했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지낸 꿈같은 하루였다.

    이번 산행을 준비해 준 대장언니
    용기를 내 해외 원정 산행을 신청한 나.
    함께해 준 영알이 언니, 산소언니, 아기상어 오빠까지.
    하루 종일 고맙다고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 같은 하루가 끝났다.

    중도객잔에서의 하룻밤.
    산에서의 첫날밤.
    꿈결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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