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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트레킹] 환상속의 옥룡이내가 있던 그곳 2026. 1. 3. 22:33반응형
차마고도 트레킹 여행 5일 차. 2026. 1. 1.
옥룡설산 가는 날.
옥룡설산은 원래 케이블카 예약이 어려워 투어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물며 새해 첫날인 1월 1일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케이블카를 타려고 할 것인가.
우리는 관광이 아니고 산행을 하고 싶어서 투어는 처음부터 옵션에서 제외했고 산모임의 중국출신 산동무의 도움으로 차량을 섭외하고 현지인에게 케이블카 예약을 부탁했다.
대장언니의 목표는 테이블카에서 내려 일출을 보는 것이었지만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리가 겨우 얻은 표는 7시 반에 셔틀버스를 타는 표였다.
언니는 일출을 못 본다고 아쉬워했지만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마냥 좋았다.
그리고 실은 해뜨기 전이 엄청 엄청 춥잖아. 그 추위를 안 겪어도 되니 은근 좋았다.
6시 고성 북문에서 우리가 예약한 차를 기다렸다.
보통 돌아다니는 빵차 정도를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좋은 차가 와버렸다.
옥룡설산까지 한 시간을 굉장히 편하게 이동했다.
7시 전에 도착한 옥룡설산 관광센터.
여기서 버스를 타고 또 한 시간을 이동해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너무 추웠다.
한껏 껴입은 상체는 괜찮았는데 내복에 등산바지를 입은 하체가 추웠다.
양쪽 주머니에 핫팩을 하나씩 넣었는데 너무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핫팩의 열기가 잘 안 느껴진다.
화장실을 들러 정비를 하고 버스를 탔다

5시도 되기 전 먹은 아침이 벌써 다 소화가 된 것인지 허기가 느껴져 간식으로 가져온 빵을 하나 또 꺼낸다.

아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빵.
관광센터가 이미 고도 3,000미터이다.
버스를 타고 8시 반, 모우평 케이블카 탑승장에 내렸다.
가장 인기 많은 케이블카는 운삼평행이고 우리가 가는 모우평은 운삼평보다는 인기가 덜하지만 그럼에도 구매가 어렵다. 수수료를 주고 현지인에게 맡긴 것은 신의 한 수!!
케이블카가 다 뚫려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아두긴 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면 오잉??? 싶은 느낌이었고 올라타는데 굉장한 노력과 버둥거림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배낭을 메고 타기엔 공간이 좁아서 손으로 가방을 움켜쥐고 몸개그 하듯 머리와 온몸을 케이블카에 부딪히며 욱여넣듯 겨우 자리에 앉고 나면 문이 철컹 닫히고 출발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이미 해가 뜨고 날이 밝아져 추위가 덜해졌지만 그럼에도 사방이 뻥 뚫린 케이블카를 타고 고도 3000미터에서 3500까지 올라가는 길은 추웠다.
바람이 쌩~하니 사방에서 들어왔다.
좁은 케이블카 안에서 주섬주섬 방석을 꺼내고 다리에 덮어줄 바람막이도 꺼내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움찔움찔하며 방석을 깔아주고 옷으로 다리를 감싸본다.
이제야 살만하다.
사방이 뚫려있어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엄청... 꽤나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바깥 풍경이 너무 적나라하게 내다보이는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를 타고 20분 이상 올라가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없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럽고 불투명도가 더해지는 유리로 인해 풍경을 보려면 답답해지는 마음을 달래야 하는 보통의 케이블카 대신 시원하게 다 보여주는, 마음껏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케이블카가 즐거울 것이다.
우리가 모우평을 선택한 것은 여기에 등산코스가 있다는 해초여행사의 여행코스를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혹한기 산행 준비를 갖춰서 옥룡설산에 왔다.
고산병 대비를 위해 홍경천과 산소스프레이를 준비.
스틱은 물론이고 고지대로 올라갈 수록 추워질 것을 대비해 방한 준비도 철저하게 했고 가방에는 행동식과 점심을 가득 넣고 혹한기 등산준비를 하고 왔다.
호도협 트레킹 하는 내내, 그리고 리장의 고성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옥룡설산에 드디어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보이는 풍경에 이미 넋을 잃는다.
고도 3500미터, 케이블카에서 하차했다.
고산 증세가 살짝 나타난 언니들이 비리 산소를 흡입한다.
산소 흡입하는 배경이 고퀄! 예술!



사방을 바라보니 풍경이... 현실이 아니다.
여긴 꿈속이야, 환상이야, 그림 속이야.
이제 멋진 산의 풍경울 보면 알프스 같다고 안 하고 옥룡설산 같다고 해야겠다.
아게 웬일이야.
호도협이 꿈결을 걷는 것 같았다면 옥룡설산은 환상 속을 유영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고산 증상도 없었다.
고산병 증상의 하나로 입맛이 없어지고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하루 종일 허기가 졌다.
고산증상이 배고픔으로 온 것일까...

오늘 우리는 파노라마코스를 걷고 그 끝에서 본격 등산코스를 걷는 일정이었다.
다들 완벽한 산악인으로 빙의했으며 등산 다닐 때 늘 가지고 다니는 방석이 케이블카에서 얼마나 유용했는지, 역시 우리는 산쟁이라고 낄낄 웃었다.

코스 초입에 티벳식 사원이 있다.
처음 보는 티벳양식의 사원이 매우 신기하고 이국적이었다.



고도 3,530미터.
해가 매우 강렬했다.
플리스를 벗고 얇은 R2로 갈아입었다.
어둠 속의 추위만 잠시 견딘다면 12월 말, 고도 3500미터에서도 가볍게 유랑을 즐길 수 있는 날씨였다.
단, 자외선은 상상초월로 강렬해서... 얼굴이 금세 새빨갛게 익어버린다

호도협 트레킹에 이어 오늘도 대장언니 고마워요를 염불처럼 외며 걸었다.
정말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 내가 있으니 현실감이 바닥이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고 즐기기 위해 나는, 살아야겠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이다.
그럼.. 더.. 빡세게 운동해야 하는가

3,606미터.
관광객들이 오는 파노라마 코스의 마지막이 이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등산코스를 찾아 계속 더 올라가야 했다.
우선 배가 너무 고프니 잠시 쉬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잠시라고 해봤자 늘 한 시간 ㅋㅋ)
이런 멋진 풍경에서 밥 먹지요.
아주 유명한 화가의 명작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 풀밭위의 점심식사 말고 고도 3,606미터 , 설산위의 점심식사. 생소한데 짜릿하다.
어? 그런데... 올라갈 만한 곳이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다 우리보다 낮다
저 멀리 병풍 같은 애들만 우리보다 고도가 높은데 그쪽까지는 길이 나있지 않았다.
우리.. 어디 가야 하지?
우선은 데크가 나있는 방향으로 따라 걸으며 등산코스가 될만한 들머리가 있나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포기는 뭐다?
빠를수록 좋다.
10km 정도.. 목적지를 정해 두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했던 우리는 더 이상 갈길을 찾지 못해 그만 하산하기로 했다.
우리가 느긋하게 즐기는 사이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
다들 예쁜 옷 입고 사진 찍으며 즐기고 있는데 우리만 완전군장하고 걷는 기분이다 ㅋ
무겁고 둔한 나의 몸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하루였다.
내 두 눈으로 환상 같은 현실을 볼 수 있다니, 그것도 이렇게 여유롭고 오래 말이다.
감격, 감동에 마음이 울렁울렁하다.
게다가 부지런히, 일찍 움직인 덕에 사람 없는 모우평을 우리끼리 만끽할 수 있었다.
새해 첫날의 극한 행복이었다.
새해 첫날, 이보다 더 극적인 하루를 또 맞이할 수 있을까?
산행을 하고 4시쯤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기사님을 만나러 가려고 했던 우리 일정은 매우 짧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석회호수, 인공폭포 람월곡은 보고 가기로 한다.
다시 한번 케이블카 탑승.
올라갈 때는 맞은편 케이블카에 사람이 없었는데 내려갈 때는 쌍방향 케이블카가 다 만석이다.
다시 한번 몸개그 하듯 우당탕탕 케이블카 안으로 몸을 구기듯 집어넣고 내릴 때는 직원들에게 끌어당겨 패대기 당하듯 끄집어 내 진다.

그렇게 케이블카 밖으로 나오면 정신이 없어 잠시 수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모우평 케이블카를 하차한 후 셔틀버스를 타고 람월곡에 내려달라고 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던 하늘에 구름이 한점 걸리자 풍경이 더욱 입체감 있고 운치 있다.

람월곡에서 하차합니다. 사람이 엄청 많아요.

물빛이 예쁘다.

인공폭포도 이렇게 사진을 찍어두니 예술작품이다.

조잡스러운 가짜 나무도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두르면 겹벚꽃 나무만큼이나 화사하고 아름답다.



이 경이로운 풍경을 꼭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관광지로 걷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이렇게 엄청난 풍경을 보여주다니 효도관광지로 안성맞춤 아닌가!!!
우리가 갔던 모우평은 원래 야크평야라는 뜻이라고 한다.
20년 전에는 겨울에도 야크가 많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여름에만 야크가 좀 있는 모양이었다.
야크를 보지 못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야크가 나타났다.
사람을 태워주고 사진을 찍으며 돈을 받는 야크였다.
야크가 낑낑 끙끙 우는 것 같았다.
야크, 못 봤어도 되는데.. 이렇게 짠한 야크라면 보지 말 것을..
괜히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래도... 오래오래 살아라, 너. 꼭...
람월곡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역시 중국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다.
사람에 질리는데도 이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님과 다시 약속한 시간이 3시여서 그에 맞춰 움직였다.
아니었으면 하루종일이라도 멍 때리고 앉아있을 수.. 는 없었겠다.
사람이 너무 많이 다들 나를 이리치고 저리치며 지나갔을 테니까.
안녕
안녕
주차장에서 차를 타기 전까지 몇 번이고 인사를 건네본다.
한 번은 꼭 다시 보러 와야지.
내 인생 첫 고도 3600미터.
그림보다 더 그림 같고 꿈에서 조차 그려내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던 옥룡설산.
옥룡씨, 또 보자!
차 안에서 기절하듯 잤다.
비싼 만큼 편안했던 우리의 커다란 빵차.
역시 돈이 좋아!
예정보다 두 시간이나 빨리 퇴근하게 된 기사님은 매우 기분이 좋았고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잔뜩 즐기다 온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은 리장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훈훈한 숙소에서 잠시 쉬고 리장 고성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나갔다.
고산증세인지 오늘 하루 종일 허기로 고생한 나.
숙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도 간식을 야금야금 까먹고
저녁식사 하러 간 Grandma kitchen에서도 왕창 식욕을 불태웠다.
주문한 음식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고 구황작물 플래터는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가볍게 한잔하고 배불리 먹어 든든하고 따뜻해진 몸으로 오늘도 여지없이 마트로 간다.
리장에서의 마지막 쇼핑.
이른 새벽 일어나서인지 다들 피곤했다.
호도협 트레킹도 옥룡설산 등산도 원래의 일정대로 했더라면 정말 피곤했을 것 같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수월한 쪽으로 일정이 변경되어 골목을 배회할 체력, 고성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적당히의 미덕, 중도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조금씩 바뀐 우리의 일정으로 지극한 배려를 받은 느낌이다.
덕분에 좋았고 덕분에 즐거웠으며 덕분에 행복했고 덕분에 편안했다.
함께한 일행들과 이렇게 이렇게 흘러온 모든 요소들 덕분에!
리장에서 매일 사 먹은 봉지 요거트.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하는 따리 우유를 내일의 아침이자 간식으로 준비하고 리장을 떠날 짐을 꾸렸다.
그리고 아기상어오빠 방에 모여 12시까지 소담소담한 수다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나의 안주는 오늘 사용하지 않은 산소통.
술 한잔에 산소 세 호흡.
이보다 더 호화로운 술자리가 어딨겠냐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우리만 즐길 수 있는 농담과 말장난이 쌓였다.
관계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계속 시간의 더깨가 얹어질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풍화되어 사라질지는 시간만이 알 일이다.
2026년의 첫날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다.300x250'내가 있던 그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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