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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트레킹] 용기의 결과내가 있던 그곳 2026. 1. 4. 23:04반응형
차마고도 트레킹 여행 6일 차. 2026. 1. 2.
마지막날인 오늘도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평소 출근을 위해 8시에 일어나는 나는 이번 여행에서 기본 기상시간이 5시였다.
부지런한 새로 살아본 일주일.
오늘도 7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리장 고성은 도착한 날 경험했다시피 바닥이 울퉁불퉁 끝판왕이다.
캐리어 끌고 가려면 바퀴의 은혜는 느낄 수 없이 캐리어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떠나는 날 아침은 돈을 내더라도 짐을 옮겨주는 수레를 이용하기로 했다.
전날 숙소에 물어보니 수레를 예약해 주었고 비용도 숙소 측에서 부담해 주겠다고 했다.
헤헤~ 럭키!!
7시, 전동 세발수레에 짐을 싣고 우리는 가벼운 몸으로 움직였다.

이른 아침, 디디로 리장역으로 가는 차량을 부른다.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는데 차량 호출이 안된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금요일 아침이 이렇게 번잡한 거야?
우리는 서서히 맘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차량에 탑승해 기사님께 소리 없는 응원을 보냈다.
45분 리장역에 도착.
사람이 너무너무 많다!!
너어어어어무 많다!!!
8시 10분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에서 요리조리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5분을 남기고 기차에 탑승.
쿤밍으로 가는 기차는 1등석.
2열 2열로 되어있고 2등석보다 훨씬 여유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
4시간여를 달리며 굉장히 많은 터널을 만났고 휴대폰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던 우리는 터널마다 끊어지는 통신에 멘탈이 나갈 뻔했다 ㅎ
그냥 쉬면 좋으련만 다들 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어쩐지 매우 피곤했던 쿤밍행 기차에서의 시간.
쿤밍역에 도착해 짐을 맡기기 위해 기차 안에서 정보를 계속 찾았으나 많지 않았다.
대부분 쿤밍역 근처의 식당이나 마트에 짐을 맡기라는데 우리는 잠글 수 있는 캐리어가 아닌 배낭을 가진 멤버들이 있어서 웬만하면 공식으로 운영되는 짐보관소를 찾고 싶었다.
역 안에도 있고 역 근처에 있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고 위챗미니로 들어가 짐 보관소 정보를 찾아 그곳을 가기 위해 땡볕 아래 짐을 들고 한참을 왔다 갔다 거리며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결국 찾는 걸 실패했다.
그래서 저렴한 숙소를 잡아 그곳에 짐을 두기로 했다.
9800원 정도 하는 쿤밍역 근처의 숙소를 바로 결제하고 짐을 두려 했으나.. 방하나 예약하고 다섯 명의 사람이 오자 경계하는 직원들.
우리는 오늘 몇 시간만 짐을 두고 사람이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을 설명해도 소통이 되지 않았다.
결국 불통인 상태로 한 명이 짐을 옮기기로 했다.
방은.. 무려 지하였고 창문이 하나도 없고 냄새가 심각하게 나는 방이었다.
짐을 두면서도 짐에 냄새가 밸까 봐 너무 걱정이 되는 수준.
그래도 저렴한 숙소를 빌려 짐을 보관하기로 한 것은 매우 현명한 생각이었다.
대장언니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여행 내내 우리를 이끌고 챙겼으니 피로할만했다) 우리는 쿤밍의 반나절 일정으로 추천하는 취호공원으로 디디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에서 내리나 배가 고프다.
- 저 고산 온 것 같아요.
우리만의 농담을 하며 식당을 찾는다.
우연히 지나다 발견한 국숫집에서 아주 사원한 국물의 쌀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ㅜ
국물 색을 시뻘겋지만 신라면보다 맵지 않다.
주문할 때 직원이, 매운데 괜찮겠냐고 물어서 살짝 쫄았지만 전혀 맵지 않았던 비주얼(만) 깡패 쌀국수.
기분 좋게 배가 부른 상태로 취호 공원에 가다 보니 땅바닥에 글을 쓰는 할부지가 있다.
중국은 사람이 많아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고 하지만.. 쓰는 족족 사라지는 글씨를 바닥에 쓰는 사람이 있다니...
아무리 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헛수고 같은데 세상 진지하게 글을 쓰던 할부지.
게다가 엄청 명필이다.

한 줄 쓰고 옆으로 이동하면 써버린 글자가 사라져 버리는.. 이것이야말로 매직인가? ㅎㅎㅎㅎㅎ

중국도 1월 1일이 쉬는 날인가? 1월 2일이 샌드위치라 다들 일을 안 하는 것인가?
사람이... 사람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 거냐며.
호텔 입구 카페에 들어가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려 하는데 카페는 인산인해.
주문하고 음료를 받는데 30분 넘게 걸렸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가장 가성비 떨어지고 비싼던 것이 커피다. 커피값은 어찌 이렇게 비싸냐며... 맛도 다 그냥 그랬는데 말이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 취호 공원을 걷는다.

호수에는 발로 페달을 밟는 돌고래 배가 가득했고 모든 골목엔 사람이 가득했다.

공원 중간중간 건축물이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고 음식을 파는 매대와 상점이 가득했다.

어딜 가나 간절한 소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원된다.
돌탑을 쌓거나 소원패를 걸거나....

햇살이 뜨거웠지만 아름다운 날이었다.
별것 아닌 듯한 풍경을 찍어도 기가 막히게 예쁘게 나온다.
취호에는 호수 여러 개가 나뉘어 있는데 그중 하나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그 사이에 앉지도 않았는데 기가 쑥 빨리는 기분.
아마도 오늘은 휴일이었던 것 같다.
취호공원에 다녀온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 한적하게 시간 보내기 좋은 공원이라고 하던데.. 우리가 갔던 취호공원은 쿤밍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줄 착각할 만큼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취호공원에서 제일 신기하고 흥겨웠던 것은 말기차.
다그닥 다그닥 말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와 바라봤더니 좌석대신 말이 있는 기차가 달려온다. 말도 살짝 흔들흔들.
내가 어린이였으면 꼭 한번 타보고 싶었을 기차.

다른 구역에서는 새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두루마기를 입은 것 같은, 예의 바르고 점잖은 개화기시대 선비 같은 새가 한 마리 있었다.

맘에 쏙 들어 사진을 찍어본다.
이 새는 어쩐지 독립선언서를 쓰고 만세운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약 세 시간 정도의 쿤밍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취호공원을 빠져나와 다시 디디를 탔다.
6시, 쿤밍역 근처의 버섯훠궈집에서 다시 모였다.

쿤밍 왔으니 버섯훠궈는 먹고 가야지.
채소가 무제한이어서 신나게 먹었다.
훠궈국물이 오래오래 끓어가며 아주 깊은 맛을 선사해 주었다.
이번 중국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쿤밍 역 노점에서 먹은 국수 말고는 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진지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때그때 감으로 골라 들어간 음식점들이 다들 훌륭해서 음식에 대한 거부감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여행.
우리가 취호공원을 어슬렁대는 동안 대장언니는 쿤밍역 근처를 돌아다니다 빨간 양말을 발견했다.
빨간 말양말!!
올해는 붉은말의 해 아닌가!
생각 같아서는 왕창 사고 싶었는데 몇 개 없는 바람에 남은 붉은말 양말을 우리가 싹쓸이했다.
졸지에 양말계의 큰손이 된 대장언니를 통해 대리구매한 말양말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연신 웃음이 터지던 이번 여행, 우리는 제법 괜찮은 여행메이트였던 것 같다.
식사를 하고 다시 짐을 넣어두었던 숙소로 돌아가 짐을 꺼냈다.
냄새가.. 배었을까? ㅎㅎㅎ
누군가를 가둬놓고 고문을 하거나, 아니면 수십 년 만두만 넣어주며 감금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의 방.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것도 나름 험난한 미션이었다.
역 안에 공항버스 타는 곳이 있을 것 같아 짐검사와 몸검사를 받은 후 역으로 들어갔다.
매표소에서 물어보고 기차역 공안 요원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공항버스 탑승장소는 역 밖에 있었다.
昆明铁路大厦 이라는 건물을 찾아야 한다.
북쪽 출구로 나와서 쿤밍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흰 건물이다.
이렇게 생긴 건물을 왼쪽에 두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공항버스표를 사고 대기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짠! 이곳이 공항버스를 관장(?)하는 곳이다.
여왕벌 같은 아주머니 두 분이 카리스마 넘치게 관리하는 곳.
그리고 허탈했던 것은 짐 보관소도 이곳에 있었던 것.
쿤밍역에서 잠시 짐을 보관해야 하는 분들은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가시길.
우리는 이 정보를 못 찾아서 1시간 넘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ㅠㅠ
공항버스 도착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여왕벌 언니들.
계속 금방 온다고만 하더니 20분 후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한다.
우리 다섯 명에 다른 한 명까지 포함해 6명이 줄줄이 왕벌이 언니를 따라 이동했다.
그런데 버스가 없다.
승합차가 있다.
우리는 정식 공항버스가 아닌 빵차를 타고 공항에 가게 됐다.
아니 마지막까지 이게 뭐야~
너무나 중국 스러운 마무리.
공항버스비가 25 위안이다. 우라는 빵차를 25위안 내고 타고 왔다.
공항버스보다 비쌌으면 성질났겠지만 같은 비용 내고 탔으니 그냥 허허~ 웃고 만다.
여기는 중국이니까🤣
번쩍번쩍한 쿤밍 공원에 도착.
오늘 오후에 쿤밍 도착하자마자 대한항공 앱으로 좌석 현황을 보고 뒷자리로 변경을 했다.
그 결과 혼자서 세 좌석을 이용해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행복행벅!
비행기에 내려 일행들과 인사를 나눴다.
나는 원래 공항을 지하철로 다닌다. 저렴하고 버스와 시간도 비슷하긴 하니까.
그런데 캐리어가 너무 무겁고 추워서 공항버스 타는 호사를 누려보기로 한다.
지하철 비용의 3배.
하지만 집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고 새벽이니까 차도 안 밀려 빠르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비행기 도착이 5시.
짐 찾고 버스 승강장에 도착한 것이 5시 반.
버스 탑승은 6시 반.
한 시간 동안 블로그 포스팅 할 글을 작성해서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그런데 버스 타고 집까지 2시간 걸렸다.
8시 40분에 하차를 했다.
화가... 어어어어엄청 났다.
바보멍충이 같은 선택을 한 나에게 성질이 버럭버럭ㅠㅠ
다음부터 공항은 고민하지 말고 지하철 타는 것으로 결정.
아주 귀중한 경험을 했지 말입니다.
집에 오면 바로 기절할 것 같았는데.. 해야 할 일이 많이 보이다 보니 피로가 뒤로 물어났다.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베란다 청소를 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화장실 청소를 하고 배낭을 빨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소소한 쇼핑물품을 정리.
앞으로도 여행은 아주 소소한 미니멀한 쇼핑으로만 다녀야지.
모르는 일행과 다녀왔던 노르웨이 여행이 정말 정말 힘들었고 트라우마로 남아서 이번여행도 조금 두렵긴 했다.
그래도 산행하며 한두 번씩은 봤던 사람들이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며 트라우마를 떨쳐냈었다.
마침내 참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용기가 필요했던 이번 여행은 용기를 짜내야 했던 나의 노력을 보상 받은 듯, 정말 좋았다.
대장언니, 영알이언니, 산소언니, 아기상어오빠.
모두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으며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하는 여행 혹은 산행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고 싶을 것이라고.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든든한 산동무, 여행동무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인생은 용기를 내면 늘 보답해 주더라.
그래서 나는 다음에도 또 용기를 낼 수 있는 희망찬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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