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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가덕도 4봉등산일기 Hiker_deer 2026. 1. 26. 23:48반응형
섬의 산은 높지는 않다.
등산로도 국립공원이나 동네 뒷산에 비하면 날것 그대로의 느낌인 곳도 많다.
숙소가 있던 남포동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덕도로 이동했다.
옛날에는 가덕도까지 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부산의 어느 곳을 이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쉽게 갈 수 있다.
부산을 그렇게 많이 와봤어도 가덕도에 가는 것은 처음이다.
가덕도라는 이름도 부산공항 신부지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알게 되었다.
그런 가덕도에 산도 있었어?
라는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동선 새바지에 주차를 하고 산불초소가 지키고 있는 들머리에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가 맞닿아 문을 만들어 둔 것 같은 느낌의 들머리를 참 좋아하는데 강금봉 가는 산길의 들머리가 딱 그러했다.
어쩐지 저곳을 지나가면 꿈과 신비로 가득 찬 모험의 나라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잖아.
그리고 딱, 그랬다!!!
가덕도 4봉 종주는 정말 꿈과 신비로 가득한 신나는 산행이었다.
날것 느낌이 물씬 나는 들머리 초반길을 묵묵히 격한 호흡으로 오르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봉우리인 강금봉을 만나게 된다.

오늘도 최고 기온이 5도까지 올라간다는 부산인데 바람은 칼같이 뾰족해서 옷으로 감싸지 못한 피부를 사정없이 할퀴었다.
오르는 중간중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바다와 맞닿은 산.
강금봉을 지나 산길을 걷다가 깨달았다.
이곳의 돌은 색이 특이하다.
자수정이나 산호의 색처럼 자줏빛, 보랏빛, 분홍빛, 주홍빛을 띈 바위와 돌들이 즐비했다.
색이 너무 예뻐 감탄이 나왔다.
제일 맘에 드는 큰 바위를 하나 들고 오고 싶을 만큼 화사한 색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곳의 돌과 바위는 산행하기 쉽게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어 미끄러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응봉의 표지가 있는 높고 가파른 바위에 오를 때도 제법 편안한 마음으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낮고 편평한 쪽의 돌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며 충분히 아름답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의 좁은 바위에서 대장님이 소리를 지른다. 정상석이 여기 있다고!!!!

아니.. 거기를 어떻게 가요 ㅠㅠㅠㅠㅠ
하며 두 손, 두발, 엉덩이까지 사용하여 엉금엉금 넘어가 보니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정상 표지석이 바닥에 박혀있었다.

이런 곳에 정상석을 박을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요?
너무 예쁘잖아 ㅠㅠㅠㅠ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온다면 못 보고, 못 찾고 지나갈 확률도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밀스럽게 숨어있던 응봉의 정상표지석.
바람이 불어와도 좋아, 얼굴이 따가워도 좋아.
이렇게 멋지고 예쁜걸~!
응봉까지 오르는 바위를 타서 바위에 익숙해졌다 싶게 만든 후, 뒤에 이어지는 등산로는 딱 돌산의 길이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밟고 내려가고 바위가 만든 좁은 굴로 된 길을 엉금엉금 내려가야 한다.
진짜 재밌어! 너, 맘에 든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길이었다.
이렇게 신나게 걷다 보면 깨달음이 온다.
나...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지?
이건 마치.. 지리산 종주할 때 삼도봉을 지나 지옥까지 내려가듯 끝이 안 보이는 내리막을 쭉 걷다 보면, 다시 올라가야 할 길은 또 얼마나 길 것이란 말인가...라는 현타가 올 때와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등산을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쭉.... 그냥 쭉... 내려간다.
그러면 어김없이 오르막이 나온다. 매봉으로 가는 오르막.
하나의 산을 끝내고 다시 하나의 산을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길게 내려갔고... 그리고 다시 올랐다.
아마 진짜였으리라.
돌산이었던 응봉의 내리막이 끝나면 흙길이 시작된다.
매봉으로 오르는 길.
평지 없이 쭉 오르막이 이어지는 흙산을 순례길 걷듯 묵묵히 오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숲길에는 칼바람이 닿지 않았다.
바람이 없으면 살짝 덥다고 느껴질 정도의 날씨였는데, 숲을 빠져나와 하늘과 바다를 만나면 매서운 칼바람이 존재감을 뽐냈다.
매봉에 올라 산불초소를 지키는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가덕도의 산에는 산불초소가 많은데 다들 흥겹고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셔서 안 그래도 다채로운 등산로를 가진 이곳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친절함까지 더해져 부산은 금정산이 아니라 가덕도 4봉이다 싶게 기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매봉을 지나면 또 끝이 없을 것 같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아.. 두 번째 산을 내려가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두 번째 산을 내려가서 세번째 산을 오르겠구나.
(강금봉과 응봉은 하나의 산인 느낌이었다.)
두번째 산을 내려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산을 오른다.
다들 이쯤 되면 지치는 게 맞지?
850미터 밖에 안 남았다고 파이팅 하란다.
화이팅 해보자!!!!
쭉.... 쭉 올라가면 된다.
연대봉 가는 길은 정말 동네 뒷산, 동네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인 듯 길을 잘 다져놓았다.
하지만... 난 이미 지쳤잖아요 땡벌.
잘 조성된 길도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다.
그리고 우린 8시에 아침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산을 오르고 있었다.
조금 늦더라도 하산을 해서 점심을 먹자는 생각에 따로 먹을 것을 챙기지 않았다.
12시가 지나자 다들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정말 식상하지만 배꼽시계는 참 한결같다.
연대봉을 200미터 앞둔 전망대.
다들 지쳤다.
펭수언니와 내가 챙긴 행동식을 먹기로 했다.
산에 가져간 행동식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털어본 것은 처음이다.
아낌없이 행동식을 다 털어 넣고도 배가 차지는 않았지만 200미터를 더 갈 체력은 얻었다며 연대봉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덕도의 끝자락 연대봉에서는 거제도가 한눈에 담긴다.
거제도로 들어가는 해저터널의 입구가 보여, 해저터널로 차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연대봉에서 한참을 머물며 바다구경, 거제도 구경, 사람 구경을 했고 오늘의 산행이 참 보람찼다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다.
그렇다.
우리는 산행이 금방 끝날 줄 알았다.
내려만 가면 되는지 알았지.
그런데... 850m 화이팅! 표지가 있는 곳까지 돌아와서 거기서 동선배바지로 가는 길이 또 다른 산길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우리가 먹은 행동식은 딱 200미터 오르막을 위한 에너지만 낼 수 있었다.
200미터 올라 연대봉에 도착하는 순간 다 사라져 버렸는데 또다시 오르막 내리막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진짜 그만 올라가고 싶다아아아아아아아!
여느산의 하산길과는 다르게 산의 둘레길인 갈맷길을 걸어 동선배바지까지 가는 길은 완만하지만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했다.
기력이 바닥난 우리는 완만한 오르막도 버거워했다.
김밥이라도 챙겨 왔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깔깔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르막에서 으아아악! 하다가 깔깔대고 웃고 내리막에서 이제 진짜 오르막 없다! 며 깔깔대다가 또 오르막을 만나면 비명을 지르며 깔깔 웃었다.
갈맷길의 숲길을 걷다가 잠시 바닷가의 평지로 내려선다.
이곳 바다의 바위가 다 자줏빛, 보랏빛, 분홍빛, 주홍빛이었다.
산의 돌은 바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가덕도 4봉의 산들이 이름이 없는 것이라면 산호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바닷길을 지나 다시 숲길을 걸었다.
주차를 했던 동선배바지에 도착했을 때 우리 머릿속에는 점심 겸 저녁식사 할 생각밖에 없었다.
배고픔과 추위 때문에 살짝 고된 느낌이긴 했지만 산 세 개를 오르며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길에 재밌고 유쾌했다.
새해 첫 산행을 하며 다시금 깨닫는다.
등산을 하며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필요한 시간의 양은 모두에게 다르다는 것을.
한달음에 정상에 오르고 싶고 오를 것 같지만 결국은 모든 걸음을 걸어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조바심 내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얼마나 걸리느냐는 다르겠지만 결국은 모두 그곳에 가게 되어있다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끽할 수 있는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공기, 아름답고 눈이 부신 풍경들은 삶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올 한 해도 등산하듯 살겠다, 살고 싶다.
🎯가덕도 4봉 오르기🎯
✔️산행시간 : 5시간 30분
✔️산행거리 : 14.5km
✔️산행코스 : 동선새바지-강금봉-응봉-매봉-연대봉-어음포-갈맷길-동선새바지
✔️신나고 재미나는 가덕도 4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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