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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돌찔이 맞춤 암릉산행-사량도 지리산(20260329)
    등산일기 Hiker_deer 2026. 4. 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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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9시쯤엔 모두 잠에 들었다.
    일찍 잠들기 잘했다.
    개방형 복층인 사천케이블카 자연휴양림 전체가 코 고는 소리로 쩌렁쩌렁했으니까..
    코를 골지 않는 나와 고둥언니에게는 쥐약 같은 숙소였다.

    잠귀가 어두운 나는 그나마 다른 일행들이 잠들기 전에 자기 시작해 코 고는 소리 상관없이 꿀잠을 잤지만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한번 다녀온 뒤로는 소음에 시달리며 "다시 잠들기 틀렸다"를 염불처럼 외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전 5시 눈을 떴다.
    사량도 들어가는 첫배는 7시이고 우리는 두 번째 배인 8시 배를 타기로 했다.
    5시에는 일어나야 씻고 준비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항구까지 이동하여 배를 탈 수 있겠다는 계산하에 모두 기상.
    다들 숙면의 정도는 달랐더라도 눈을 뜨면 모두가 빠릿빠릿 움직였다.
     
    어제 사온 회의 짝꿍인 매운탕은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부터 매운탕을 끓이고 불고기를 조리했다.
    풍성한 아침 한상을 먹고 숙소 정리를 하고 항구로 출발.
    휴양림에서 고성 용암포까지는 30분.
     
    월요일날 왔던 고성에 또 간다.
    그리고 이번 주 다섯 번째 산행이다.
    직업 산악인 갔다.
    오... 괜찮네.

    직업 등산인 하고 싶다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배표를 사고 여유 있게 정비를 하니 어느새 탑승시간.

    배의 기름냄새가 물씬 난다. 항구의 냄새.
    객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바닥이 따끈따끈, 금세 잠이 들었다.
    눈 감았나 싶었는데 내리라는 직원분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다.
    세상에.. 나 방금 눈감은 것 같은데 벌써 내리라고?

    용암포에서 사량도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정말 짧은 항해였다.

    우리는 직원분의 재촉에 빠릿빠릿 움직여서 배에서 가장 먼저 내렸다.
    짜증 가득한 직원분의 성화에 쫓기듯 내렸는데 일찍 내리고 보니 화장실도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었고 산행도 먼저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역시 어른 말을 잘 들어야.. 쿨럭!(그래도 짜증은 자제요~~~~~)

    오늘도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날도 좀 흐린 듯하다.
    초반의 등산로는 아무것도 없다.

    볼 것도 없는 길을 뚜벅뚜벅 걸으려는데.. 생각보다 험하다.
    역시 섬의 산이다.
    오르막만 계속해서 나오는 길.
    쉬엄쉬엄 걷는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온 단체가 두 팀이다.
    버스산행을 온 팀 사이에 끼면 상당히 곤란하다.
    먼저 보내거나 우리가 앞서 걷거나 둘 중 하나, 속도 조절이 중요했다.

    다리를 한껏 찢어 높은 바위를 오르고 두 손 두 발을 이용해 돌길을 오른다.
    진짜 꿀잼이다.
    가파른 숲길을 지나 돌을 오르니 드디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길에 들어선다.

    어제보다 더 심한 먼지.
    바다의 끝과 하늘의 시작을 가늠할 수 없다.

    엄청 멋질 것 같은 풍경인데.. 마치 화요일 벽방산에 올랐을 때처럼 사방 분간이 안된다.
    너무 아쉽긴 한데... 나의 첫 번째 사량도 지리산은 날씨가 엄청 좋았으니 그때본 풍경을 마음속에서 꺼내보기로 한다.
    그때는 돌산에 겁을 잔뜩 먹고 있었을 때라 산을 타는 내내 엄청 무서웠는데 지금은 이 정도 돌산에는 여유가 생겨 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니 다음에 사량도 지리산을 찾을 때는 날씨도 좋고 산도 즐길 수 있을 테니 최고의 산행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오늘의 아쉬움을 넣어두기로 한다. 

    제법 돌산에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게 두 손으로 바위를 잡고 두 다리로 돌을 골라 짚을 수 있게 되었다. 

    우회로가 아닌 위험구간이라고 명명된 암릉 구간을 망설임 없이 고를 수 있었다.

    와우!! 나 진짜 많이 컸다. 돌찔이 장하다!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오기 전까지는 묵묵히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던 우리는 멋진 풍경이 나타나자마자 거북이 모임+사진동호회로 정체를 바꿨다. 

    조금이라도 "멋있을테다!!!" 싶은 곳이 나오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사진을 요청했다. 

    사량도는 빨리 갈 수 없는 산이었다.
    곳곳이 절경인데 어떻게 빨리 가요.
    이 풍경, 사진엔 다 못 담을지라도 눈에는 담아야지요.

    아찔한 돌, 제법 잘 타요.
    무섭지 않아요. 짜릿해요.
    도파민 터지는 암릉산행.

    정말 멋진 돌산이었다.
    이전에 사량도 지리산에 왔을 때는 이렇게 짜릿하고 재밌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번 사량도는 갓암릉 그 자체였다.
    내 수준에 딱 맞는 돌산!

    돌산의 매력.
    멋진 바위가 선사하는 다채로운 풍경.

    버스산행 왔던 분들 중 한 분이 매직펜을 가지고 다니며 정성스럽게 작은 표지석(표지돌멩이)을 만드셨다.
    귀여운 지리망산 표지돌을 찍어본다.
    뒤에 바다가 깨끗하게 보였다면 정말 예뻤을 텐데.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돌이 얼마나 멋진 풍경을 이루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지리산 정상석에 도착.

    바다에 접한 돌산들은 낮지만 뻥 뚫린 조망 덕에 걷는 재미가 있다. 오늘처럼 흐리고 뿌연 날이라 하더라도 사방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뿌연하늘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풍경.

    내가 지질학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더욱 신났을 사량도 지리산의 돌들.
    오늘 지리산에는 정말 사람이 많아서 버스로 온 일행들 사이에 끼게 되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사량도에서 기차산행을 하게 될 줄이야.

    칼바위 능선을 걷는다.
    너무 신나!!!!
    짜릿해!!!

    그렇게 달바위에 도착.
    아까 그분이 또 정성스럽게 달돌을 만들어 놓고 가셨다.

    뒤돌아 보면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펼쳐진다.

    세상 신기한 돌로 이루어진 등산로는 걷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자주 마주치는 잘게 갈라진 돌들은 호카의 비브람메가그립 밑창에 사정없이 상처를 주는 듯했다.
    아마 꽤 많은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사량도는 캠프라인을 신었어야 했는데.. 아쉽네.

    오전보다 먼지가 걷히고 하늘빛이 조금은 마음에 들게 변했다.

    하늘로 끝없이 뻗을 것만 같은 데크길을 걸어가면 가마봉에 도착한다.

    가마봉을 지나면 절벽같이 내리꽂는 계단이 나타난다
    올라오는 사람도 힘들고 내러 가는 사람도 아찔한 절벽계단.

    그리고 곧바로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선물세트같이 모든 것이 다 보여주는 사량도 지리산.

    J언니가 하자는 대로 코어에 힘을 빡 주고 두 다리를 들어 올려본다.  우리 발로 걸어본 사랑도.
    발도장 콩콩.

    이렇게 예쁜 사량도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지리산이라니..
    이런 풍경을 보는 사람들은 악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스트레스를 간직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마지막 봉우리인 옥녀봉에 도착!
    앞서 귀염뽀짝했던 지리산과 가마봉의 표지석에 비해 위풍당당한 옥녀봉의 정상석.
    그래봤자 높이는 귀여운 281m.

    낙원으로 향할 것만 같은 나무계단을 지나고

    또다시 절벽 같은 계단을 지나 우리의 날머리인 대항마을로 본격 하산을 시작한다

    대항마을로 내려가는 숲길은 요정이 나올 것 같이 영롱하다.

    연둣빛 봄이 한창이다.
    누군가 봄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나는 이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산길을 빠져나와 대항마을의 벚꽃길을 걷는다.
    어제보다 더 만개한 벚꽃.
    벚꽃산행을 온 것은 아니었는데 벚꽃의 절정을 만났다.

    반달이는 벚꽃과 찰떡같이 어울리고 그림 같은 벚꽃길을 멈추지 않고 걷기란 불가능하다.
    이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또 저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벚꽃길.
    눈으로도 사진으로도 다 담을 수 없다.

    좋다!

    우리가 건너온 출렁다리가 레고블록처럼 보인다.
    흥미진진 했던 지리산을 귀엽게 조망할 수 있는 대항마을 날머리.

    버스를 타고 항구로 다시 돌아왔다.

    산에 사람이 많았으니 배를 타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아침보다 훨씬 맑아진 하늘과 바닷빛.
    풍양호는 우리를 안전하게 용암포에 데려다줬다.

    사량도 지리산의 발견!
    딱 나를 위해 존재한 것 같은 찰떡같은 난이도의 암릉산.
    지리산 또 올래!!!
    사량도, 니가 아무리 멀어봐라. 나는 산 넘고 물 건너 또 오고야 말테야!
    🎯사량도 지리산🎯
    ✔️산행시간 : 4시간 40분
    ✔️산행거리 : 8km
    ✔️산행코스 : 내지항~지리산~달마봉~가마봉~옥녀봉~대항고개
    ✔️돌산과 사랑에 빠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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