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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봄에(!) 겨운 도봉산등산일기 Hiker_deer 2026. 4. 19. 15:39반응형
Bonne Seoul을 계기로 만났던 배추님.
정말 오랜만에 다시 온 연락이 세상 반갑게 등산 가자는 거였다
어머나!!
날짜도 딱, 멀리간김에 신청에 실패한 이번 주!
나이스!
그간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인스타를 본서울 이후 가끔 들어가 그 당시 만났던 배추님이나 문님의 소식을 간간이 접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소식을 계속 접하고 있는데 그들은 나의 소식을 접하지 못하니 내가 뇌리에서 사라진 사람이 되었을 텐데 오래전 기억을 꺼내어 함께 산에 가자고 해주니 이보다 고마운 일이 어딨어
일요일 구봉산행 알레버스를 예약했으나 버스는 모객실패로 취소되었고 갑자기 목적지를 잃은 우리는 당황했다. 다른 안내산악회를 알아보기엔 너무 늦었고 다른 안내산악회는 안땡기기도 해서 서울산을 가게 되었는데..
나의 서울산 경험은 정말 미천하여 배추님이 코스를 고르기로 했다.
두근두근.
어디를 가게 될까!
-제가 안내할께요
라는 그녀의 말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도봉산 Y계곡 코스를 가기로 했고 아침 8시 도봉산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싫어하는 나는 한 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고 산에 가보는 게 처음이다.
그리고 무려 7호선을 처음 타봤다
8시까지 도봉산역에 가기 위해서 5시 반, 새벽같이 눈을 떴다. 4시간 코스이니 도시락은 안 챙겨도 될 것 같지만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빵을 한가득 구워 행복한 식사를 했다.

처음 타보는 7호선을 타고 처음 와보는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넘나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배추님과 조우.
만나자마자 하이텐션으로 인사를 나누고 바로 걸음을 시작했다.
어색함을 털어내는 데는 돌고래 텐션이 최고시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봄의 연두가 찬란히 빛을 발할 수 있는 맑은 하늘.
도봉산만 가본 것은 짧은 여성봉코스가 다였다.
그리고 두어 번 더 가본 도봉산은 모두 사패산과 연계해서 가본 것인지라 나에겐 참으로 낯선 도봉산이었다.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어 잠시 숨을 돌리며 내려다본 서울은... 완연한 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연두와 초록이 제각각의 명도와 채도로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와!!!!!!!!!!!!!!!!
- 나 도봉산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뜬금없는 사랑예고를 하며 우리는 느리지만 꾸준히 산을 올랐다.
돌산이다.
도봉산은 돌산.
그리고 난이도는 돌찔이가 딱 신나 할 만한 난이도.
안전봉이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아찔하고 짜릿하긴 했지만 든든했다.
살짝 늦은 감이 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보는 벚꽃은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줬고 나무를 건너 보이는 도봉산의 풍경에 홀딱 반한다.

기암괴석, 돌들이 삐죽이 나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봉산은 바위산! 도봉산은 돌산!

어딜 걸으나 완벽한 봄이다.
어딜 바라보나 찰나의 봄이다.
모든 순간이 감격스러웠다.
모든 순간이 봄에(!) 겨웠다.

가던 길을 벗어나 살짝 옆으로 나오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나... 도봉구에 살고 싶어졌다.
이렇게 팔랑대는 마음이라니.
자연이 다한 도봉산에 나를 살포시 얹으면, 바로 이런 느낌!
적당한 바위를 즐기며 산을 오르다 보면 이제 시작인가-싶은 가파른 바위구간을 만나게 된다.
배추님이 미리 보내준 유툽에서 본 대로 다리를 쫙쫙 올리며 가면 된다.
너어어어어무 재밌다.
사량도, 도봉산의 돌은 돌찔이가 사랑할 수 있는 돌이다.
- 우와! Y계곡 너무 재밌어요
했더니 아직 Y계곡은 시작도 안 했단다.
눼???
이렇게 가파르고 아찔한데... 아직 Y계곡이 아니라고요????

세상에.. Y계곡은 뭐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며..
Y계곡 너는 얼마나 어마어마한 거야?

Y계곡을 만나기 직전, 마음을 풀어주는 편안함 맥스 계단을 올라 숨이 탁 트이는 풍경을 감상하면, Y계곡을 만날 준비가 된 거다.

짜잔!!!
도착!
추락위험이라니....
세상 무서운 단어와 그림.
시작하자마자 아찔하게 내리꽂는 절벽을 안전봉에 의지해 내려가야 한다.
다리를 정말 있는 힘껏 쭉 뻗어야 겨우 발을 디딜만한 돌이 닿을 수 있다. 와우!
하지만 그나마 발을 딛은 돌이 미끄러워서 순간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두 손으로 안전봉을 단단히 붙잡고 내 목숨은 내 두 팔에 달려있어-모드로 애타게 매달렸다.
그렇게 내리꽂는 짧은 내리막이 끝나면 바로 수직으로 솟은 절벽을 기어올라가야 한다.
역시나 필요한 것은 내 몸을 끌어올릴 단단한 두 팔!
내 몸이 이렇게 무거울 줄이야...
와... 진짜 살을 빼야겠더라.
살을 빼던지 상체 힘을 키우던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전자가 더 쉬울 것 같은 느낌.
비루한 두 팔로 내 몸뚱이를 끌어올리려니 팔이 덜덜 떨렸다.
팔에 힘이 빠지는 순간 몸은 끝이다라는 두려움에 떨리는 것이기도 했다.
다리를 힘껏 들어 올려 발을 뻗어 겨우겨우 발 디딜 곳을 찾아도 돌이 미끄러워서 다리로 지지하는 구간보다는 팔에 매달리는 구간이 훨씬 많았다.
의도치 않는 전신 운동.
게다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를 바라보며 올라가느라고 목도 뻐근했다.
와... 이거 진짜 신나네!!🤣🤣🤣🤣🤣
Y계곡 너무 좋아!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한 느낌이라 사진 하나 못 남겼다.
다음에 가면 조금 더 편해져서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두 팔이 함에 부칠 즈음 Y계곡이 끝났고 이제 신선대 올라가는 가파른 오르막이 남았는데....
여기서 조금 깨달음이 왔다.
신선대를 오르는 길은 나에게는 딱 재밌고 무섭지 않은 오르막이고 내리막이었는데 오르 내리는 산객들의 무섭다는 비명이 난무했다.
나... 이제 슬슬 돌찔이에서 벗어나는 걸까?
돌찔이를 완전 졸업하려면 덕룡산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덕룡산 다시 갈 용기가 아직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영원한 돌찔이일지도.
아!! 아마도 돌찔이중에 제일 용감한 돌찔이?

드디어 신선대 도착.
신선대는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도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길을 갈 수 있었다.
급할일이 없으니 한없이 기다려도 마음이 여유롭다.
하산길에는 수다가 터졌다. 이야기를 잘 이끄는 배추님 덕에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다가 잠시 자리를 깔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수다가 폭발했다.
5월에 한 번쯤 더 만나 산행을 하고 싶은데, 성격 급한 나샛기 조급하게도 5월 주말 일정을 다 잡아 놨다.
인연이 닿으면 5월에 한 번 더 만나길.
그리고 진짜 유럽 산 어디에선가 또 만났으면 좋겠다.
산행 가기 전 엄청 긴장했었는데 역시 용기를 내면 그에 상응하는 기쁨이 있더라. 요즘 내 인생이 그렇더라.
배추님 덕분에 서울산 최애코스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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