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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등산일기 Hiker_deer 2026. 5. 10. 17:29반응형
2026. 5. 9.
지친자
지리산에 미친 사람
그냥 지친 사람🤣🤣지난주 지리산 오픈런, 성중종주에 이어 오늘은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지난주 걸었던 지리산 주능선을 옆에 두고 서북능선을 걷는다.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아직 오르막을 오르면 힘겨워하는 다리를 이끌고 다시 성삼재로 떠난다.

오늘 지리산은 알레버스와 함께.
알레버스를 참 잘 이용하고 있는데.. 월드여행사 버스의 좌석은 나와 참 안 맞는다. 의자의 끝부분이 살짝 위쪽으로 올라와 있어 무릎 쪽 허벅지 뒤쪽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세상 불폄함 ㅠㅠ
그래서 웬만하면 버스에서 기절하는 나도 월드여행사 버스를 타면 뜬눈이다.
잠을 못 자 ㅠㅠ
눈을 감고만 있어도 피로가 풀린다는 티비에서 본 의사쌤의 말을 맹신하며 눈을 꾹 감고 아주 짧게 짧게 쪽잠을 취해본다.

지난주,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정비하고 노고단을 향해 달렸던 것과 달리 오늘은 사진도 찍어보고요.
오랜만에 온 서북능선이라 들머리가 기억이 안 나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유심히 지켜본 후 방향을 파악하학 편의점 옆 쉼터에서 아침도 간단히 먹었다.
꼼꼼하게 시간을 느긋하게 쓰며 정비를 하고 만복대 탐방로 앞에 섰다.
바래봉만 4번째.
매번 어버이날 즈음에 찾았던지라 늘 후레자식들의 산행이라며 동무들과 깔깔 웃었다.
어버이날 즈음에 찾은 바래봉은 찰떡같이 철쭉 만개 시즌과 맞물려 늘 화려했다.
오늘도 그 시즌에 맞춰 찾았으니 철쭉이 만개했을까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지난주 지리산 주능선은 이제 막 봄이 시작된 느낌이어서 살짝 의심도 갔다.
이렇게 철쭉에 대해 고민을 해보지만, 난 철쭉을 안 좋아한다. 그 분홍색이 너무 촌스럽잖아
어둠 속에서 산을 오른다.
지난 바래봉 세 번 중 두 번은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 산행이었고 마지막 한 번이 서북능선 종주였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한 산행이어서 잔뜩 긴장했던지라 들머리부터 험악했던 느낌이었는데 오늘 올라보니 만복대 들머리는 꽤 유순한 편이었다.
3시 23분 만복대 들머리를 통과하여 4시 고리봉에 도착했다.
느긋하게 오르다 좀 쉬고 또 오르고.
지난주 이 시간의 나와 계속 겹치며 마음이 푸근하고 행복했는데... 무거운 다리가.... 다리가 참.. 무거웠다.
나이가 들면 회복이 더디다.

요 며칠 날씨가 참 좋았도 오늘의 일기예보도 맑음이었다.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하늘이 밝아져 온다.
그리고 곧이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머! 오늘 일출 예쁘겠다.
지난주의 바쁜 산행을 생각하며 오늘은 여유 있게 갈꺼야. 신난다 신나- 하며 산행을 하다가 너무나 예쁘게 타오르는 하늘을 보자 만복대 일출이 보고 싶어 졌다.
지리산은 정말 많이 왔지만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는 게 쉽지는 않다.
가장 많이 걸은 코스가 성중, 성백, 백백, 거중인데 이 코스들은 새벽에 시작해도 일출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일출즈음에 뻥 뚫린 곳에 도착하기가 어려운 코스들.
반야봉-뱀사골 코스는 노고단에 들러 여유롭게 일출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서북 종주.
만복대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사람을 홀리는 붉은 하늘에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느긋하게 준비하느라 산행을 좀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느린 속도로 오르고 있던지라 살짝... 아슬아슬했다.
숲길을 걷다가 만복대 전망대가 나타났다.
이때부터 부단히 빨리 걷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서늘한 날씨와 강풍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등산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아주 살짝 땀이 났던 것 같다.
이러다 일출 못 볼 수도 있겠다.
만복대까지 300미터 남았다는데 걸어도 걸어도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 주위의 풍경을 부랴부랴 사진으로 남기고 일출 놓치면 이걸로 대신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5시 12분.
일출을 18분 남기고 도착했다.
일출시간 다되어 도착한 것이 신의 신의 한 수였다.
춥다!!
너무 춥다 ㅠㅜ
윈디날씨로 확인했을 때는 오늘 강풍은 없댔는데 바람은 엄청 거세고 심하게 추웠다.
오늘도 바리바리 사계절의 옷을 싸와서 천만다행이다.

지리산에서 일출이라니!
등산하며 너무 익숙해진 일출이지만, 지리산에서의 일출은 또 괜히 남다르고 뭉클하다.
오늘 서북능선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왔는데 정말.. 목청이 유난한 분들이 많았다.
만복대까지 올라오는 길에도 엄청난 소음공격들 받았는데 만복대에서도 여전했다.
특히나 넘어가지 말라고 출입금지 줄을 쳐놓을 곳을 당당히 넘어간 사람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아... 못볼꼴.
오늘 산행 내내 수다를 피해 다니느라 고생했다.
처음 산행 시작할 때 산동무 한 명이 알려줬던 명언이 참 오랜만에 떠올랐다.등력은 싫은 사람을 피해야 할 때 필요한 것
이라는 말.
그래서 기차화통 산객들을 만날 때마다 엄청난 속도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먼저 보내드리고 부디 빨리 사라지길 기대했다.
등산하며 수다 떠는 것 좋지.
그런데 모두와 함께 할 필요는 없잖아요 ㅠㅜ 함께 온 지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춰 주시길...
그리고 쫌!! 가지 말라는 데는 가지 말고요!
프로불편러 모드는 여기서 잠시 접어두고 다시 오늘의 등산으로 돌아가자
내 몸은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해가 떠오르는 하늘은 뜨거웠으리라.

도착했을 때는 만복대 표지석과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 줄이 잔뜩이었지만 해가 뜨고 나자 사람들이 싹 사라졌다.
여유 있게 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시 출발.
아마도 내가 저 앞의 능선을 다 넘게 되는 걸까?
까마득하구먼.
일출과 함께 따스한 봄의 색감이 인사를 건네왔다.
지난주 주능선과 마찬가지로 서북능선 역시 이제 봄이 막 찾아오고 있었다.
모두 다른 연두, 초록. 이 다채로운 색의 자연이 해가 뜨고 중천에 오르는 동안 더 화사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아직 바람이 찼고 바람골을 지날 때마다 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래서 몸에 열이 오를 틈이 없었다.
지리산 서북능선은 끊임없이 오르고 내려야 한다.
어느 산인들 안 그러랴 싶은데 지리산 서북은 유난히 더 그런 느낌이다.
아마 오르막 내리막의 간격이 조금 짧은 편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06:30 정령치 도착 2-3년 만에 찾은 정령치 휴게소는 정령치 표지석과 백두대간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 말고는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
세상에! 천지개벽 수준이다.
휴게소 실내는 문이 잠긴 상태여서 밖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의자를 챙길까 말까 고민했는데, 챙겼어야 했다.
주능선이 아니다 보니 대피소나 휴게소가 없다.
오늘의 산동무는 룸메언니와 Ss.
두 분이 싸 온 음식들로 완벽하게 행복한 포식을 했다.
서북능선을 걷는 동안 유일한 화장실인 정령치 휴게소 화장실에서 정비를 마치고 고리봉으로!
와!! 정말 푸르다.
아주 건강한 핏줄 같아 보이는 산맥들이 강인하다.
오늘따라 대동맥처럼 보이는 지리산맥.
철쭉이 드문드문 피어 초록이 더욱 빛난다.
고리봉을 지나 계속 길을 걷는다.
창백한 철쭉나무.
아직 나뭇가지만 파르라니 남아있다.
이곳 역시 바래봉 갈 때면 늘 사진을 찍고 가는 지점.
세심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산맥들.
다이아몬드 같기도 하네!

세걸산 도착.
추위와 싸워야 했던 아침을 지나 따뜻한 낮이 되었다.
햇빛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 몸이 후끈후끈해졌다.
해를 등지고 앉아 세걸산에서 잠시 쉬어간다.
등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세걸산에서 마주 보이는 산들이 지리산의 주능선이다.
지난주 내가 걸었던 길을 마주한다.
세동치를 지난다.
세걸산에서부터 두 팀의 엄청난 목소리에 시달려서 속도 조절을 예술적으로 해야 했다.
같은 연두가 하나도 없고
같은 초록이 하나도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부운치도 통과.

저 멀리 철쭉의 흔적이 보인다.
와... 원래는 분홍이 훨씬 많아야 하는데 역시 올해 지리산 철쭉은 좀 늦나 보다.
그래도 뭐.. 철쭉 보러 온건 아니니까.
오랜만에 지리산 서북을 걷고 싶었던 거니까..
기억이 생생한 길들.
이 길들은 원래 꽃 터널이어야 하는 길이었다.
꽃터널이 되지 못하고 아직도 여리디 여린 나뭇가지만 남아 있다.
철쭉나무는 언제 봐도 청순하고 병약미가 있다.
분홍의 옷을 아직 입지 못한 초록의 길을 걷는다.
어쩐지 더 마음에 든다.

그래도 일찍 피어난 철쭉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꽃봉오리들이 냉해를 입었더라. 아마 올해는 철쭉의 화려함이 덜할 것 같다.
냉해를 입은 꽃들이 얼마나 피어날지 모르겠다.
여러 번 와본 나와 룸메언니 눈에는 조금 모자라 보이는 철쭉길이 처음 와본 Ss눈에는 참 예쁘고 만족스럽더란다.

역시 있는 그대로를 보아야지 비교하려 하면 안 된다.
그냥 보면 충분히 예쁘잖아.
바래봉을 오르려면 힘을 내야 하는데 12시 즈음이 되자 나는 기가 막히게 배가 고파졌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 12시까지 행동식도 안 먹고 씩씩하게 산행했건만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해진 몸뚱이는 점심시간이 되자 기가 막히게 반응한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바래봉 삼거리에서 지난주 함께 산행했던 모임 사람들을 만났다.
알레버스에서도 장비슨생님을 만났다.
이렇게 산에 와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보면 나도.. 진짜 고인물인가봐
우르르 모여 꺄아아아 돌고래 인사를 전하고 점심을 먹었다.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였는데 그늘에 들어가 밥을 먹는 동안 몸이 아주 차게 식었다.
세상에...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가 엄청나네.
추위 때문에 후딱 점심을 먹고 일어섰다.
바래봉 삼거리는 밥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 우리가 앉아있던 곳을 노리는 산객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해 드리고 다시 산길에 섰다.
올 때마다 감동적인 바래봉 삼거리.
요정들이 파티를 열 것 같은 바래봉 삼거리.
푸르른데 여린 느낌의 바래봉 삼거리.
점심을 먹었는데도 다리는 여전히 무겁다.
기억에는 바래봉 삼거리에서 바래봉까지가 참 힘들었던 느낌인데...
600미터 밖에 안 되는 거리가 참으로 힘들었던 느낌이었다.
그래서 발을 내딛기가 참 망설여졌다.
그런데 어라? 이렇게 짧았나? 싶게 금방이었다.
잘 설치된 계단을 올라 바래봉 전망대에 서면 주능선을 쭉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을 걷는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는 바래봉이 바로 보인다.
첫 번째 두 번째 말고는 등산객이 많아져 정상석에서의 사진을 종종 건너뛰었다.
그런데 SS가 오늘 첫 바래봉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룸메언니가 바래봉에서 사진을 찍고 가자고 했다.
15분 정도 기다렸다.
지난번 SS와 함께한 지리산 천왕봉은 너무 춥고 바람이 거세서 기다릴 엄두를 못 냈지만 오늘같이 온화한 날씨에 15분 기다리는 것쯤이야!
나의 네 번째 바래봉!
이제 하산만 남았다.
내려가려니 갑자기 아쉬워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본다
냉해를 입었더라도 봉오리를 맺은 꽃들이 꼭 올해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힘들게 봉오리를 맺었을테니 꼭 화사하게 피어나길.


세석대피소를 장악하고 있던 레고나무들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뾰족뾰족 솟은 나무들이 무심하게 툭툭 꽂혀있다.

다시 바래봉 삼거리로 내려왔다.
이제 용산주차장 쪽으로 기나긴 하산이 남았다.
바래봉을 지나 덕두봉으로 하산하는 길은 정말 질색팔색인 하산길인제 용산주차장을 지나 허브밸리로 가는 하산길은 참 지루하다.
딱딱한 돌길은 스틱을 짚기도 애매하고 그냥 가기도 애매한 길.
그래도 구인월로 향하는 하산길에 비하면 감사합니다-넙죽 절이라도 해야 할 만한 길이다.
산을 오르는 게 힘에 부쳐 하루 종일 조용히 걸었던 우리는 길고 긴 하산길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허브밸리 주차장은 정말 넓었고 그 넓은 주차장이 버스로 가득 차있었다.
오늘 산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나를 단적으로 보여주던 주차장.
이미 많은 버스가 빠져나간 후 찍은 주차장. 알레버스가 무려 13시간 30분이나 주어 까페에서 한참을 노닥노닥 쉴 수 있었다.
알레버스 만세!
지리산 서북능선은 2년 정도 후에 다시 찾아야지.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산행시간 : 10시간 40분
✔산행거리 : 25km
✔️산행코스 : 성삼재휴게소 - 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세걸산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 - 허브밸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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