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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네번째 태백산
    등산일기 Hiker_deer 2026. 5.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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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지 발걸음을 하기 어려운 산, 태백산.
    나에게는 늘 큰~~~~산 태백산.
    스톤헨지를 글로 배운 내게는 스톤헨지 같아서 언제든 흰 옷을 입은 드루이드들이 둥글게 둘러서 나무 막대기로 바닥을 치며 끝없이 원을 그릴 것 같은 태백산.

    재작년부터 알레버스타고 태백산을 가려고 몇 번을 예약했다 못 갔던 사연을 어찌 알았는지 펭수언니의 태백산 벙이 올라왔다.
    이제 매번 산을 갈 때마다 내 인생 마지막 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걸음이 애틋하고 소중하다.

    오늘의 태백산도 어쩌면...
    내 인생 마지막 태.백.산.

    태백은 은근... 가기가 멀다. 애매하다?
    그래서 우린 자정에 출발해 차에서 잠시 쉬다가 아침에 등산을시작하기로 했다.
    12시에 출발했음에도 3시간 반이나 걸리는 태백산.

    차에서 자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말벌아줌마 모드인지라 나도 모르게 머리가 쿵쿵 차벽에 부딪히며 졸았다.
    (펭수언니 미안해요 ㅠㅠ)

    오전 4시 전 당골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차에서 쪽잠을 잤다. 나는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엄청나게 피곤했음에도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아침 6시 반.
    사람 없는 당골 주차장.
    원래 7시에 출발하기로 했던 우리는 비예보에 잔뜩 긴장.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태백산이었다.
    그동안 산방으로 입산 금지였던 국립공원들이 한 번에 열렸지만 태백산은 어쩐지 등산씬에서는 늘 후순위다.
    덕분에 우린 참으로 편하고 조용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흐리고 추웠다.
    세상에... 하드쉘을 챙길까 말까 하다가 안 챙겼는데..
    산에는 4계절이 있다는 걸 알면 뭐 하냐고 행동으로 안 옮기는데!
    추위 때문에 빨리 걸었지만 길이 완만하여 몸에 쉬이 열이 오르지 않았다.

    화사한 꽃액자 같은 태백산국립공원의 입간판(?)
    비 내린 다음날의 태백산은 동화 같았다.
    믿을 수 없이 상쾌한 공기!
    수분을 잔뜩 머금은 연두와 초록.

    수량이 많아져 폭풍같이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

    완만한 경사, 잘 정비된 길.
    이른 봄의 피크닉을 나온 듯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산이 설악산 서북능선으로 예정되어 있다.
    태백산 곳곳에 이렇게 설악산 서북을 연상시키는 자동차만 한 바위들이 있어 미래를 걷는 듯했다.

    산행을 시작한 당골광장에서 천제단까지는 4.4km.
    유일사 코스 2회.
    당골 코스는 마지막 태백산을 찾았던 한겨울에 걸어봤다.
    눈이 엄청 왔던 날이었다.
    그때도 정말 만족스러웠던 당골코스를 봄에 걸으니 푸릇푸릇 초록초록 참 예뻤다.

    모든 것이 싱그러운 태백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나간 나무에 속이 탁 트이는 기분. 키 큰 기분 잘 아는 키크니들끼리의 마음을 나누고 조금씩 가팔라지는 길을 걷는다.

    경사도가 높아지며 허벅지사 살짝 당기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망경사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자 안개가 더욱 짙어진다.
    구름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더니 점차 시야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구름에 갇힌 망경사.
    잠시 바람이 잔 사이를 타 간식을 나누었다. 나도 동무들도 작은 배낭이었는데 다들 이런 간식들을 어디에 넣어서 온 걸까?
    간식잔치!

    속도가 살짝 빨라졌고 경사도가 높아졌음에도 싸늘한 공기에 땀이 나지 않는 쾌적한 등산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터라는 용정.
    동무들이 물을 한 모금씩 마셨고 추운 나의 몸은 오늘, 수분섭취를 거부하였다.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인 단종오빠.
    승하한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단종비각에서도 잠시 앉았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구름에 젖어 신비롭고 싱그러웠다.
    갖가지 색으로 빛나는 진달래가 해가 뜨지 않은 풍경을 빛내주었다(그나마!)

    마침내 태백산 정상에 도착했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 정상석은 처음이다.
    심지어 비를 맞고 산행을 한 날도 이보다는 사람이 많았다.
    와우!!!
    마냥 좋아 정상의 고즈넉함을 즐겼다.

    태백산 CCTV에 접속하여 우리의 모습도 남겨본다.
    내내 추웠다가 정상에 올라오니 바람이 잦아들었다.
    우린 또다시 앉아 남은 간식을 털었다.
    아니... 아까 그렇게 먹었는데 또 나온다고요?

    세상 행복하고 즐거운 나의 산동무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이제 문수봉으로 내려간다.
    여전히 비가 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때는 여유로웠지만 그 외에는 빠른 걸음이었다.

    내려가다 잠시 고개를 돌리니 멋진 주목이 시선을 끈다.
    언니들의 격려에 냉큼 들어가 사진을 남긴다.
    내가 없을 3년 동안 산을 계속 탈 나의 산동무들.
    나의 안부를 설악산에 덕유산에 지리산에 태백산에 전해주길.
    그리고 그들의 안부를 나에게 전해주길.

    펭수언니들 뒤를 따라 좁은 길로 빠져 잠시 걷자 부쇠봉이 나온다. 귀여운 달걀 같은 부쇠봉의 표지석.

    자동차만 한 바위로 다시 한 번 6월의 설악산 서북을 떠오르게 하는 태백산의 문수봉.

    정상석 표지석이 없는데 누군가가 흔적을 남겨놓았다.

    소문수봉 역시 별다른 표지는 없었고 커다란 바위만이 우리를 반겼다.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될 즈음 나는 잠들지 않기 위해 애쓰며 걸어야겠다.
    산행을 하다 어떻게 졸 수 있어?
    라며 생각해 왔었는데 졸 수 있다.
    졸리다.
    길가에 있는 나무 둥치가 승려처럼 보이기도 했고
    너덜길을 내딛는 발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둥실둥실한 느낌이면서 또 비틀거리기도 했다.

    너덜길이 끝날 때까지 졸음에 시달리다가 고운길, 예쁜 길이 나오며 잠이 깼다.

    요정의 계곡

    요정의 산책길

    비밀의 화원 출구.

    해가 나오지 않아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멋진 풍경, 저 멀리 시야가 탁 트인 초록은 보지 못했지만 멀리 보지 못하는 대신 가까운 초록을 실컷 만끽했다.

    예쁘고 웅장하며 마음이 푸근해지는 태백산 등산이 끝났다.
    힘든 길이 없었고 예쁘지 않은 길이 없었다.
    오랜만에 찾은 태백산은 명불허전.
    소중히 갈무리해 찾으면 위로받을 수 있는 산의 망태기에 넣어둬야지!

    나의 태백, 당분간 안녕

    🎯태백산 오르기(당골코스)🎯
    ✔️산행거리 : 13km
    ✔️산행시간 : 5시간 20분
    ✔️산행코스 : 당골주차장 - 반재 - 천제단 - 장군봉 - 부쇠봉 - 문수봉 - 소문수봉 - 당골광장
    ✔️ 소풍 오듯 찾아오면 위대한 품으로 나를 품어줄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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