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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독서기록
    독서생활 2023. 9. 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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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현관_요코야마히데오


    엄청나게 두꺼웠던 64를 도서관에서 빌려 순식간에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작품이 너무 대단했어서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이름은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와 함께 오래도록 머릿 속에 남았다.
    두 작가의 공통점이라면 신작이 참.. 안나온다는 것.
    그래서 강남구전자도서관에서 발견한 빛의현관이 참 반가웠다.
    64와 같은 스릴러는 아니지만 재미난 미스테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소소하고 따스한 사람냄새나는 이야기였다.
    장인과 프로들의 이야기는 늘 가슴 웅장하게 울림이 있고 나에게도 있었을 법한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마법이 있다.
    물론 그 열정이 꿈틀 하고 만다는 것에 문제가 있지만.

    건축사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건축물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쪽으로는 문외한이다보니 감동이 찌르르 하고 와야할 묘사에도 그걸 되새겨보기에 바빴다.
    이 소설이 삽화와 함께 출간되었다면 읽는 내내 엄청 행복했을 것 같다.
    등장인물과 같은 감동을 훨씬 수월하게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만에 접한 번역이 매우매우 훌륭했던 소설.



    마당이 있는 집_김진영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등장인물이 한명도 없다.
    마당에서 시체냄새가 날 지경인데 무엇이 정상이려고.
    본인이 망상증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 현실과 망상의 경계 어딘가쯤에서 살아가고 있는  같은 주란은
    인간은 모두 평범하게 불행하다고 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는 평범한 불안속에서 평범하게 미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되게 진지한 문체가 끝까지 이어지지만 어쩐지 블랙코미디 냄새가 모락모락 나서 좀 유쾌했다.

    가끔 미쳐버린 세상속에서 친구들을 통해 제정신이라면 행할 수 없는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 난 걔들이 커서 사람 죽였다고 뉴스에 나와도 진짜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아이에게 그럴수가 있어!!!!!
    라며 분노했는데 내가 경악하며 외쳤던 그 말이 소설을 덮자마자 머릿속에 맴돌았다..



    당인리_우석훈

    영상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쓰여진 시나리오 같은 책이었다.
    딱 영상으로 만들기 좋게 한정된 장소와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년 폭우로 강남지역 일부가 정전이 됐었고 나를 걱정하던 친구에게 정전되어도 어차피 티비 못보는 불편쯤이야~라며 가볍게 이야기 했더니 친구가 정색을하며 정전되면 화장실도 못싼다며 넌 애가 왜이리 태평하냐고 난리였다.

    그때 알았다.
    정전이 되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당인리는 정전이 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대한민국 관료사회가 얼마나 똥통인지도 잘 보여준다. 이건 잘 안보여줘도 내가 너무 잘 알지 ㅎ
    열불터지는 정치질인데 그또한 너무 현실적이어서 욕을하면서도 처참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다.
    그래도 착한 사람들이 노력한 사람들이 결국엔 해피엔딩을 맞았다.
    - 대한민국에서 공을 세우면 삼대가 가난하대. 난 그런거 안할꺼야.
    라던 등장인물의 말이 현실일지인데 소설이니까 이정도 행복감은 느껴도 되잖아.

    긴박하게 현실을 비판하면 무섭게 물아붙이던 이야기가 끝에가서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형부가 그 자리에서 등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었으니까, 우리 모두 길을 잃지 않은 거예요. 흔들려 본 사람이라야 가만히 있는 사람의 고마움을 알죠]
    세상 모든일에 마음이 공명하며 흔들리는 나는 그래서 늘 등대같은 사람이 좋았다. 내가아무리 흔들리고 지랄병이 나도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사람이 좋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의무는 그냥 버티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즐겁게 그리고 재밌게 사는 것이 먼저떠난 사람들을 위한 의무일지도 모른다]
    아빠, 그래서 나는 더 재밌게 살려고 해. 아빠가 나에게 준 생을 재미나게, 소풍처럼 가볍게 나부끼며 살다갈꺼야.

    정치사회드라마에서 개인감상이 차올라 울컥하며 마무리 했는데 좋았다.
    내삶을 짚어볼 수 있었다.


    행복배틀_주영하


    행복배틀에서 이기는 길은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복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물에 잉크 한방울만 떨어뜨리면 의심과 불안은 알아서 커질것이라고.

    기묘한 죽음은 일그러진 현실을 예쁘게 포장하여 SNS에 올리는 행복배틀의 패배였다.
    그리고 불행배틀을 벌이던 어린시절, 자신의 실수로 말미암아 죽게된 사람을 잊지못해 기억을 왜곡하고 행복을 멀리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닮은 듯 다른 사건을 해결하며 과거의 잘못과 마주했다.
    그리고 뒤늦게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그게 뭐?
    그런다고 실수가 죽음이 무마되는 것은 아니잖는가.


    미래_미나토 가나에


    현실은 쓰레기 같은데 어린아이가 글을 어찌나 잘 쓰는지… 어린아이 다움을 한뜩 머금은 글이 어찌나 정갈하고 마음이 와닿던지.
    그래서 그들의 외침은 어른다운 어른에게 와 닿았을런지…
    엄마는 결국 이번에도 사건을 해결했을지..
    모든것이 너무 궁금한데 열린결말을 가진 소설의 마지막을 영원히 미래를 향해 열어두고 싶어서 섣불리 궁금해하면 안될 것 같다.
    슬프고 답답한데 아련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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