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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일기] 일곱번째 지리산-반야봉
    등산일기 Hiker_deer 2024. 5. 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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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4 지리산 반야봉


    금요일 밤, 사당역.
    연휴 전의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하철이 유독 안 왔고(무려 15분이나 기다려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사람이 엄천 많았다.
    온갖 체취에 시달렸던 사당역 가는 길.

    알레버스 1호에 올라탔다.
    오늘 지리산 가려는 사람이 많았어서 무려 두대나 배치되었던 지리산행 알레버스.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게, 성삼재 갈 때까지 버스에서 꿀잠을 잤다.
    완전 꿀잠.
    중간에 잠시 들르는 휴게소에서도 잠시 눈을 떴다 다시 잠들어버리는 버스 최적화된 몸뚱이.

    잠이 슬쩍 깼을 때 잠시 창밖을 봤는데 교통체증이 엄청났었다.
    - 어라??
    하다가 다시 잠들었었는데 성삼재 도착한 시각이 4시였다.
    4시라고요????
    지리산 갈 때 안내산악회, 고속버스 모두 타봤는데 보통 3시 전에 도착하거나 늦어도 3시 반 전에는 도착하곤 했는데 연휴를 앞둔 밤, 얼마나 많은 차량이 서울을 탈출하는지... 그 체증에 뒤섞여 4시에 도착하는 기록을 세웠다.

    블랙야크 간판(?)을 단, 달라진 성삼재 휴게소

    결론적으로는 늦게 도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던 지리산행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느긋하게 준비를 했다.
    알레는 늘 시간을 여유롭게 주니까 급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무려 일곱 번째 지리산이었다(이걸 또 다 세봄🤣🤣🤣)
    그래서 모든 것이 참 익숙하고 변화도 금세 눈에 띈다.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성삼재 휴게소는 블랙야크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성삼재 등산로 입구에는 화장실 두 개가 나란히 있는데 늘 첫 번째에는 사람이 줄을 서 있다. 그러니 두 번째 화장실을 이용하면 편하다🤣🤣

    4시 15분, 산행을 시작했다.
    빠르게 걸을 필요가 없었다.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려면 적당한 속도로 걸어야, 해가 뜨기 전의 추위를 오래 겪지 않는다.

    사진만 보면 보름달인줄..

    손톱달이 참 예쁘게 뜬 밤이었다.
    해 뜨는 시각이 5시 35분.
    늦게 시작한 덕에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을 불빛에 의지하여 걸어야 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통체증 때문에 늦게 도착하고 늦게 출발한 것이 즐겁기만 한 산행이었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시작하여 노고단 대피소까지 가는 길엔 갈림길이 몇 번 나오는데 모두 편안한 길과 지름길로 나뉜다.
    우린 당연히 빠른 길로만 걸었다.
    노고단 대피소까지의 길은 편안한 길이 아니라고 해서 썩 어려운 길이 아니라서 굳이 편한 길을 택할 이유는 없을 듯 하지만.. 실은 편안한 길을 걸어본 적은 없다

    10분을 올라오니 노고단 탐방로 입구가 나온다
    5시가 넘으니 하늘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버스 예약하자마자 노고단 탐방로도 함께 예약했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QR코드를 찍고 노고단 탐방로에 들어섰다.
    내가 참 좋아하는 목가적인 풍경! 완만한 언덕에 나무 계단이 펼쳐진다.

    탐방로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다.

    붉은빛을 머금은 하늘에 떠있는 달은 늘 신비롭고 아름답다.
    잠시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탐방로 입구의 불빛 너머로 운해가 가득하다.
    팔영산, 팔공산에서 운해를 실컷 봤음에도 여전히 감동적인 운해!

    게다가 지리산이지 않은가.
    첩첩산중을 둘러싼 운해,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하늘,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 뭐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송전탑마저도 멋지게 보이던 지리산의 위엄!!

    노고단 탐방로를 빙 둘러 정상으로 간다.
    오르는 길은 빙 둘러 가고 내려오는 길은 지름길로 내려오게끔 설계되어 있었는데 몇몇 등산객들이 일출 시간이 다가온다며 내려오는 길로 올라갔다.
    시계를 보니 급한 것은 아니라 우리는 노고단을 다 둘러보고 오르기로 했다.

    지리산을 여섯 번 오르는 동안 노고단 탐방로는 가 볼 생각을 못했다.
    이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을 일곱 번 만에 알게 되었다.

    지리산 노고단-블랙야크 100플러스 인증

    빙 둘러 도착한 정상은 신비로운 색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이 선사하는 빛과 색은 언제나 감격스럽다.
    산에서의 일출을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울타리를 따라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계획대로 5시 20분에 노고단 정상에 도착했다.
    성삼재가 1,100m 정도의 고도였고 노고단은 1,507m이다.
    400m 정도만 오르면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비경을 볼 수 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는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고작 400미터, 1시간 반정도만 오르면 지리산의 품에 포옥 안길 수 있는 노고단! 안 오를 이유가 없지 않아요?
    라고 엄마와 동생을 설득해 볼까?

    살짝 쌀쌀했지만 많이 춥지는 않은 해뜨기 직전의 시간이었다.
    일출시각이라는 5시 35분이 조금 지났는데도 해가 얼굴을 내밀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야 했는데 기다림이 고되지 않았다.
    일출을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 저 뒤에 구름 때문에 해가 이미 떴는데 보이지 않는 건가 봐
    라며 웅성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마지막 동영상을 촬영하고 내려갈까 하던 순간,
    -뜬다!!! 뜬다!!!!
    기대와 흥분이 가득 찬 소리가 들려와 얼른 카메라 렌즈의 방향을 돌렸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2024년 5월 4일의 떠오르는 해를 맞았다.

    많은 사람이 함께한 일출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고 마음 졸이고 기뻐하던 순간!

    그렇게 모두가 함께 오늘의 태양을 만났다!

    노고단의 일출이 너무 아름다워서, 떠오른 태양 아래의 지리산의 첩첩 쌓인 산줄기가 눈이 부셔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시간이 여유로운 게 어찌나 좋던지.
    노고단을 오롯이 느끼며, 느린 걸음으로 내려왔다.

    산행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사위가 밝아졌고 헤드랜턴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지리산행 일곱 번 만에 밝은 하늘 아래 지리산을 걸었다.

    완연한 봄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지리산을 이른 아침, 상쾌함을 느끼며 걸었다.
    해가 쨍한 시각 걸어보는 등산로는 생각보다 험해서 대체 이 길을 오밤중에 어찌 간 건가 싶었다.
    눈에 보이는 위협은 생각보다 사람을 쫄게 한다.
    뭘 모르니까 걸었지~ 싶달까!

    헤드랜턴 아래의 좁은 시야 덕에 길이 이렇게 너덜너덜한지 모르고 참 잘도 걸어 다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태양빛은 눈을 찌르듯 따가웠다.
    선글라스를 쓰니 걷기 딱 좋은 환경이 됐다.

    안내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천왕봉 24.5km라니..
    종주할 때 저 표지를 봤으면 그냥 포기할까 싶음 마음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숫자이다.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주변 돌아볼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걷기만 하던 길이었는데 이렇게 느긋하게 걸으며 하나하나를 눈에 담자니 감회가 새롭다.

    여러 번 걸었지만 눈으로 보고 걷자니 참으로 생소한 길.
    아마도 이 길들은 어둠 속에서 걸으면 더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성능 좋은 우유거품기로 거품을 내어 얹은 카푸치노의 우유거품처럼 짙게 쌓인 운해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그리고 구름 위에 있다는 기분은 늘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만들어준다.
    나는 구름 위에 있으니 근심 걱정 따위 다 훌훌 털어버리고 한없이 가벼워져야 할 것 같다.

    걷다 보면 금세 돼지령

    나무의 정령이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 것 같은 지리산의 길들. 삼도봉까지는 늘 어두웠기 때문에 오늘 걷는 길을 밝을 때 걷는 것은 처음이다.

    큰 산이 주는 위엄은 늘 감동적이다.
    이렇게나 대단한 산을 내가 걷고 있다는 것도 늘 신기하다.
    나는 어쩌다 등산을 시작하게 되어 이렇게 위대한 곳에 오게 된 걸까.

    알레에서 알려준, 지리산에서도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임걸령 샘. 이곳 물을 꼭 마셔보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 물통에 물을 채울 수 없었다.
    아쉽네.

    종주할 때는 전혀 몰랐던 임걸령 샘의 존재도 알게 됐으니 물맛을 보지는 못했어도 오늘의 산행에 깨알 같은 지식 하나를 더한 것으로 매우 보람차고 신난다😝

    이른 아침 산속엔 새소리가 얼마나 영롱하고 아름다운지, 걸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자박자박 우리의 발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 그리고 새소리로 가득한 길을 걷는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한 단어이다.

    임걸령 쉼터에서 잠시 쉬며 첫 끼니를 먹었다.
    노루목까지 1km 밖에 안 남았대. 우리 어떡해. 더더더더 천천히 걸어야겠다~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었다.
    오래오래 쉬다 가자며 앉았는데 추워서 빨리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7시 50분. 노루목에 도착해 버렸다.
    노루목까지는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길이었다.
    천천히 가자, 충분히 즐기자며 느리게 걸었음에도 어쩐지 조금 빨리 도착해 버린 것 같다.
    팔영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큰 미션은 '느린 산행'이었다.
    하산해서 오래오래 기다리느니 산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 훨씬 좋으니까요~

    노루목에서 반야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본격 등산의 시작이다. 1km라고 하는데 2km로 느껴질 정도이니 좀 힘들긴 했나 보다. 직선거리로 1km일 테니 분명 더 긴 거리임에 틀림없다. 쑥덕쑥덕-

    고도가 높아질수록 운해가 더 잘 보이고

    고도가 높은 곳의 식생이 눈을 사로잡는다.
    8시 45분. 반야봉에 도착했다.

    지리산 반야봉-블랙야크 100대명산 예순네번째 인증

    해발 1,732m.
    바래봉 두 번, 천왕봉 세 번, 천왕봉을 들르지 못하고 끝낸 성백종주 한번. 그리고 일곱 번째 지리산-반야봉에 왔다.
    어쩐지 뭉클하고, 엄청 감동적이다.

    반야봉 전망대는 명품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특등석이다.

    다들 넋을 놓고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는 곳.
    우리도 이곳에 앉아 30분여를 쉬었다.
    간식도 먹고 재잘재잘 수다를 나누다 또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노루목에서 올라오기 전, 즐비하게 늘어선 가방을 보고 우리도 가방을 두고 올라갈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오늘은 가방이 가벼우니 그냥 올라가자며 길을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내려오다 보니 노루목에 가방을 놨음 길을 한참 돌아갈 뻔했다.

    알레에서 알려준 가방을 두고 가도 되는 곳은 노루목이 아니라 반야봉 삼거리였다.
    올라갈 땐 노루목에서 올라가지만 하산할 때는 반야봉 삼거리에서 천황봉 쪽으로 꺾어져야 한다.

    물론 우리는 시간이 너무너무 많아서 길을 좀 돌아갔어도 되는 거였지만... 그래도 알바는 좀 슬프잖아.

    전라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가 만나는 삼도봉.
    밝은 날 만나는 삼도봉은 처음이라 참으로 새삼스럽다.
    정신없이 산을 오르다 어둠 속에서 마주친 삼도봉에서는 늘 대충 사진을 찍고 지나갔었다.

    삼도봉에 새겨진 세 개 도의 글자를 보는 것도 처음.
    일곱 번째 지리산인데 모든 것이 생소하다.

    높디높은 산인데 산등성이는 부드럽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이 한없이 유려하다.
    이것이 바로 지리산!

    삼도봉에서 화개재까지 가면 본격 하산의 시작이랬는데.. 실은 삼도봉에서부터 하산이 시작된다.
    종주하다 보면 한숨 돌리게 되는 곳이 삼도봉이다. 하지만 삼도봉에서 끝도 없이 내려가는 길을 만나면 처음에는 수월함에 방긋 웃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진다.
    이렇게 내려가기만 하면 또 올라가야 할 텐데... 앞이 막막해진다.
    그럼에도 끝이 나지 않는 내리막에 지옥으로 내리 꽂히는 기분이다.

    삼도봉에서의 내리막을 걷다 보니 지난 종주 때 느꼈던 오싹함이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그렇게 미친 듯이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고도를 보니 고작 100m 낮아졌더라.
    괜한 호들갑이었나 싶은 기분

    날씨가 너무 좋아 20km를 걷는 동안 고작 두모금 먹은 물;(

    화개재 도착.
    종주였다면 삼도봉에서부터 내려온 만큼의 고도를 다시 올라가야하는 시작점이 화개재이다. 하지만 오늘은 뱀사골로 하산!

    뱀사길 하산은 9.2km.
    이제 고작 10시.
    버스 탑승까지 6시간이나 남았다.
    그 어떤 재주를 부린다 해도 9.2km를 6시간 동안 걸을 수 없다.
    진지하게 재밌어서 웃음이 났다.

    화개재에서 하산을 위한 정비를 했다.
    이틀 걸러 한 번씩 산행을 했더니 오늘은 살짝 무릎 쪽에 신호가 있어 무릎보호대를 착용 했고 스틱도 꺼내 들었다.

    - 지겹다, 하산이 진짜 지겨워.
    내가 반야봉 갔다가 뱀사골로 하산하는 지리산행을 간다고 하면 다들 건네는 말이었다.
    각오를 단단히 했다.
    얼마나 지겨운가 보자.
    내가 지겨운 하산길은 또 엄청 경험해 봤잖아.
    오대산 노인봉에서 소금강 하산길을 산꼬맹이 시절, 꽤나 일찍 경험한 이후로 그 어떤 하산길도 무던히 지나갔었다.

    뱀사골 너는 어떨까?

    뱀사골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하산길.
    계곡길 특유의 너덜길이다.
    계곡물소리가 시원하고 새소리가 명랑하다.
    하지만 소리에 홀리면 안 된다.
    잔뜩 긴장하고 발밑을 보며 걸어야 하는 너덜 터덜 너덜길.

    4km 정도가 엄청난 너덜길이다.
    중산리 하산길은 뛸 수 있었는데 뱀사골 하산길은 뛰면 큰일 날 것 같은 길이다.

    계곡물이 길을 따라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예쁘다.
    너무 예쁘다.
    와! 어쩜 이렇게 물이 맑고 깨끗해!!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소금강 하산길에 겪었던 현상이 반복된다
    데자뷔.
    예쁘다.
    예뻐.
    너어어어어어무 예쁜다 예쁜 게 끝이나질 않네.
    예쁜 건 알겠는데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계곡을 따라 하산한다는 것은
    예쁘디 예쁜, 시리도록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끝이 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것.
    예쁜 것은 이만큼 봤으면 됐으니 그만 끝나도 좋을 것 같은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지겨워질수록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늘의 미션은 성공하기 틀린 건가 싶을 때즈음.. 쉬어가기로 한다.
    맑디맑은 계곡물이 한데 어우러져 흘러내려가는 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물멍을 때리며 바라본 풍경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한참을 앉아 물을 보고 하늘을 보고 5월의 연두를 한껏 펼쳐내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잠시 발을 담가 본다.
    발이 얼어버릴 것 같아 바로 거두어야 했다.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찬 물에 발을 잠시 담그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피로가 풀린다.

    하루종일 바람이 딱 좋을 만큼 불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멈추면 쌀쌀해질 정도의 바람이라 계곡에 쉬어갈 일이 없겠다 생각했는데 하산이 너무 빠르기도 했고 해가 중천에 떠오르며 기온이 살짝 올랐던지라 계곡에서 잠시 쉴 수 있었다.

    화장실 문제만 해결됐음 하염없이 쉬어도 좋았을 곳인데 긴 시간 산행을 하다 보니 물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화장실이 그리웠다 ㅠㅠ
    땀을 좀 흘렸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땀도 나지 않게 쾌적한 기온이었던지라 화장실이 필요했다.

    물멍 명당이었던 계곡을 떠나 하산을 계속했다.
    목적지인 반선까지 4km가 남았단다.
    이때부터는 꽃길이다.
    약 5km의 너덜길이 끝나고 하산 꽃길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주할 때처럼 쫓기는 걸음이 아니었고 흥에 겨워 빨라진 발걸음이었다.

    평화로운 길, 자연이 주는 좋은 것은 다 누리는 길.

    5월의 푸르름을 한껏 누렸다.
    싱그럽고 상쾌하고 상큼한 공기를 한껏 마셨다.

    콘크리트가 보인다.
    오늘의 산행이 끝났다.

    일곱 번째 지리산.
    일곱 번째 만에 노고단 탐방로를 걸어보았고
    일곱 번째 만에 밝은 성삼재 등산로를 걸어
    늘 짙은 어둠 속, 희미한 헤드랜턴 불빛으로만 보던 임걸령, 피아골삼거리, 노루목, 삼도봉 등을 만났다.

    노고단 일출은 모두의 목소리가 연출해 준
    -뜬다 뜬다!!!!!
    덕분에 어쩐지 감격적이라 뭉클했고
    돌풍도 아닌 바람이 내내 불어 주어 세상 상쾌하고 쾌적한 산행이었다.

    반야봉에서 천왕봉과 장터목대피소가 보일 정도로 하늘은 맑고 청명했으며
    오늘 걸은 코스는 노루목에서 반야봉까지의 1km 정도만 "아.. 이제 좀 산을 타네" 느낌이었고 나머지 기나긴 길은 산책로 수준이었다.
    그래서 또 20km를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상콤하게 걸었네!

    뱀사골 하산은 명불허전 지겹고 길었지만 내려오는 내내 5월의 색과 우렁찬 계곡물소리가 함께해 주어 순간순간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출 보느라 30분, 반야봉에서 명품 경치 감상하며 30분, 뱀사골 계곡에서 물멍 때리며 30분을 늘어져 있었고 가는 걸음걸음마다 산행을 너무 빨리 끝내면 안 된다고 애써 속도를 늦춰봤지만 내려오니 12시 40분.

    버스 출발시각인 4시까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뱀사골 계곡 하류에서 신선놀음을 했다.
    산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것도 좋고 내려와서 소중한 지리산이 품어주는 지역의 경제에 작게나마 한몫하는 것도 좋다.

    이래저래 참 행복했던 하루.
    지리산을 이렇게 느긋하게 걸어본 게 얼마만인지... 지리산 곳곳에 내 애정을 담뿍 뿌려두고 왔다.

    🎯지리산 반야봉 오르기🎯
    ✔️산행시간 : 8시간 25분
    ✔️산행거리 : 20.3km
    ✔️산행코스 : 성삼재휴게소 - 노고단대피소 - 노고단고개 - 피아골삼거리 - 임걸령 - 노루목 - 반야봉 - 삼도봉 - 화개재 - 뱀사골계곡 - 뱀사골탐방안내소
    ✔️늘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지나쳤던 게 미안할 정도로 참 예쁜 등산로였다. 해가 있을 때 만나니 더욱 반가웠던 지리산의 이곳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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