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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기] I'm back!!! 용늪 그리고 대암산등산일기 Hiker_deer 2024. 9. 8. 21:10반응형
6월 14일 월출산.
마지막 산행이었다.
그 이후 천마산 일출산행 2회, 대모산 야등을 다녀왔지만 이건 등산이라고 보다는 활동(?), 운동에 가까운 행위였다.
그리하여 무려 3개월 만의 산행재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3개월 만에 봄산행에 복귀했고
또다시 기나긴 여름을 보내고 3개월 만에 가을산행에 복귀했다.
아무리 봐도 1년에 6개월만 등산하고 나머지는 쉬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될 것 같다.
추위에 너무 취약해서 겨울엔 다른 나라 가서 살고 싶다던 춥찔이는 더위에도 취약해져서 삶이 상당히 팍팍해졌다.
복귀산행으로 덥썩 신청한 것이 설악산 서북능선.
하아... 설악이를 사랑하지만 3개월 만에 첫 산행으로 가기엔 걱정이 물밀듯 밀려온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걱정인형 버릇 남 못주고 걱정탑을 쌓아가다가 결국 미리 다른 산행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또 주말 출근이 불쑥불쑥 잡히니 알레버스 신청도 섣불리 못하고 잠복만 하고 있다가 가입만 하고 활동은 안 하던 산모임에서 대암산과 용늪산행이 올라왔다
블로그 이웃분의 용늪이 개방되자마자 다녀온 산행기를 보고 그때부터 2년 넘게 용늪을 짝사랑했었는데 어쩜 이리 갈 기회가 안 생기던지...
그러다 본 산행글에 오랫동안 묵혀오던 짝사랑히 폭발하여 덥썩 신청을 했다.
3개월 만의 복귀산행이 오매불망 그리던 용늪이고, 10km대의 초중급 난이도니 딱 좋지 않은가.
뭐... 처음 활동하는 모임에 혼자 간다는 것이 좀 겁이 나긴 했지만 어차피 난 혼자 잘 다니니까 여차하면 "혼자 왔어요"놀이를 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실은 그런데도 너무너무 걱정이 됐다.
그간 러닝도 꾸준히 하고 웨이트와 요가도 열심히 했지만
3년 등산하면서 너무나도 잘 알게 됐지.
등력은 등산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을.
다른 운동이 쬐끔 도움이야 되겠지만 등산근육은 등산으로 단련해야 한다.
3개월 만에 등산을 가려니 짐을 싸는 것도 어색했고(결국 아주 많이 빼놓고 대충 싸버린 짐이 되었다)
쌓여가던 걱정은 탑을 넘어 빌딩이 되어갔고
혼자 왔어요 놀이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단체 속의 혼자는 진짜 오롯이 혼자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웠다.
3개월 만에 우주최강 쫄보가 되어버렸더라.
그래서 사설이 이렇게나 길다.
5시에 눈을 떴다.
준비하고 6시에 집을 나선다.
사당역 6시 50분.
-닉네임이?
-밤...비요
다 꺼져가는 모기 같은 목소리로 수줍게 닉네임을 밝히고 버스에 올라탔다.
용늪은 20명 단위로 투어(?) 팀이 꾸려진다. 25명까지는 한 번에 받아주는 듯했다.
28인승 버스에 신청자는 22명이어서 난 매우 운 좋게 2인석에 혼자 앉았다.
휴우~ 넘나 다행이고 운이 좋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버스에 앉아 짐을 정리하고 있자니 눈에 익은 얼굴이 버스에 올라탄다.
M언니!!
역시 산동네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흐흐흐~ 순간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다.
여튼 아는 사람 한 명 있음 됐지 뭐~
가을의 주말, 교통체증을 예상해 일찍 모이자고 했다는 대장님은 뻥 뚫린 도로에 당황.
결국 휴게소에서 40분을 쉬었음에도 9시 반에 도착해 버렸다.
우리 팀 탐방은 11시였다.다행히도 주민 안내자 분께서 조금 일찍 오실 수 있다고 하셨고 탐방팀엔 우리 모임 말고 개별참가하신 2분이 더 계셨는데 이분들도 생각보다 일찍 오신다고 하여 10시 반, 탐방로 앞으로 출발했다.
뭐.. 탐방지원센터에서 11시에 만나 탐방로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던 우리 팀은 10시 반에 만나 탐방로로 이동했다.
안내자분의 설명을 듣고 인사를 나누고 출입증을 받았다.
11시 10분. 산행을 시작했다.탐방팀은 개별행동이 금지된다.
주민 안내자에 절대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초반에는 잘 가는 듯했는데 모임에서 컨디션 안 좋은 분이 한분 나타났다.
안내자분은 그분을 선두에 세웠고 누구도 이 사람을 앞지르지 말라고 부탁했다.
산행길은 완만해서 그리 힘든 길은 아니었다.
코로만 여유 있게 호흡하며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언젠가부터 유산소의 힘든 기준은 코로만 호흡할 수 있느냐!! 가 됐다)649M 고도에서 시작해 1280M 용늪까지 약 5.5km를 이동한다.
550M 고도를 5.5km 동안 올라가는 것이니 경사가 가파르지도 않고 길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매우 완만한 길을 오르다가 출렁다리가 나타나는데
안내자분 말로는 이제부터 고생시작이라고 하셨다.역시 계곡물은 산중 계곡이 최고시다!!!!
9월이지만 여전히 더웠고
준비가 엉성한 나는 손수건도 팔토시도 챙기지 못했다.
그냥 바싹 굽기로 하고 땀도 다 흘려보내기로 한다.
다들 부채를 들고 왔더라.
요즘 여름산행 트렌드는 부채인가봉가.출렁다리를 지나서의 길은 돌이 너덜너덜 널려있는 너덜길이었는데 경사도가 심하지 않다 보니 크게 힘든 길은 아니었지만 선두에 선 분이 점점 더 힘들어하기 시작했고 자주자주 쉬어갔다.
일행 내에서는 걱정의 말이 들려왔다.
우리끼리라면 상관이 없는데 다른 곳에서 온 분들이 우리 때문에 대암산까지 못 가게 되면 큰 민폐가 아니냐며.
휴... 선두에 선 그분은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너무 더운데.. 계곡물은 시원하게 흐른다.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은데 계곡은 빨리 지나쳐버림 ㅋ더위가 느껴지는 사진.
더웠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나자 바람이 불어오고 시원해졌다.바람은 살랑살랑
울창한 나무가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었다.
와... 이게 산이었지!!!
뜨거우면 가려주고
더우면 바람골을 내어주고
이게 산이었네.
오랜만에 산에 오니 모든 것이 반가웠다.
용늪은 1200M 고지에 있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습지라고 한다.
그래서 용늪 가는 길엔 예쁘고 희귀한 들꽃들이 많았다.
산동무님들이 다들 꽃 사진 찍는데 열심이었다.
난 아직 꽃이 좋을 나이는 아니라서...꽃을 향한 그분들의 감탄을 받아 흙과 나무와 태양과 바람에게로 찬사를 돌렸다.
뷰 없는 숲길을 쭉~~~~ 오르다가 하늘이 뻥 뚫리면 드디어 용늪에 다 온 것이다.
약 5km. 536M의 고도를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용늪.
이름이 용늪이라니!
세상 시크하고 멋있고 웅장하고 클래식하고 무게 있어라!!!와아!! 오늘 날씨 뭐야!!!
계속 숲 속에 있어 몰랐는데 날씨가 정말 돌아버리게 예쁘다.
3개월 만의 복귀산행이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용늪은 산림청의 해설사분이 따로 탐방안내를 해주신다.
고도고 높은 곳에 있는 습지인 용늪은 일 년 중 대부분이 안개 낀 날이라고 한다. 어제도 안개 때문에 시야가 매우 안 좋았는데 오늘은 정말 날씨 운이 좋다며 운을 띄우신다.잠시 설명을 듣다 뒤를 돌아보니
어우 어우!!! 오솔길에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모아 높은 풍경이 반겨준다.그렇게 조심하고 지키려 해도 자꾸 외지식물이 들어온단다.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신발을 털어달라는 해설사님 말씀에 따라 거대한 안내판 앞의 신발솔이 신발을 벅벅 문질러본다
영영 다시 못 올 곳일지도 모르니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고 풍경을 담아본다.
용늪을 향해 데크길을 걷는다.
데크 보호를 위해 스틱 사용은 금지다.
해설사님이 내딛는 걸음마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네 사람 뒤에만 있어도 들리지 않는다 ㅠㅠ
지적 호기심이 가득했음에도 다들 처음 본 사람들이라 인파를 뚫고 앞자리로 가기가 안 내켜서 뒤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 보지만 간헐적인 단어들이 들릴 뿐 내용을 상상해 낼 수도 없었다 ㅎㅎ설명하시는 동안 냅다 하늘이나 바라보고
해설사님이 설명을 하고 이동하시면 뒤에 남아 안내판 사진이나 찍어본다.
구멍이 숭숭 뚫린 생태 데크를 따라 걸어가게 되는데 주변이 잔디밭 풀밭 같지만 늪이다.
사초과의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물을 뒤덮고 있다.
이 또한 다른 습지들과는 다른 점이란다.아... 오늘 날씨는 그저 사랑이에요.
이렇게 푸르고 멋진 하늘인데 덥지도 않아요.
산행 시작할 때는 분명 엄청 더웠는데 습지에 가까워지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습지 탐방할 때는 최적의 날씨가 되었다.풀 사이로 아련 아련 가녀린 빨간 꽃잎을 활짝 펼친 꽃이 제비동자꽃이란다.
혼자만 쨍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어 간만에 꽃사진을 찍어봤다.지상낙원 같다.
천국 같아.
이 좋은 산을 어쩜 3개월이나 잊고 지냈을까.군데군데 풀이 비켜주어 물이 보이는 곳이 있다.
이런 물을 다 뒤덮은 풀의 생명력.생태데크는 생물이 이동하기 용이하게 늪이 숨을 쉬게 만들어진 데크라고 한다.
구멍 뚫린 사이로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무엇보다도 데크 색이 참으로 정갈하고 곱다.
맘에 들어!!작게 드러난 습지에 하늘이 비춘다.
물그림자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조금 오래 머무르고 사진도 찍으면 참 좋은데 우리는 이미 이곳까지 오면서 다른 팀들보다 40분이나 늦어버렸다.
그래서 대암산 정상까지 가려면 시간이 없었기에 용늪 탐방을 빠르게 진행되었다(실은 원래 이런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민안내자님도 해설사님도 우리에게 많이 늦었으니 남은길을 어서 가라고 재촉하셨다)예쁜 데크.
걸어가다 자꾸자꾸 뒤를 돌어본다.
언제 또 오게 될지 이토록 기약하기 어려운 곳은 또 처음이다.
대개 이런 생각을 하는 곳들은 별로여서 다시는 안 와야지. 또 올일이 없겠지~ 하는 곳들인데 용늪은 너무 좋았음에도 다시 올 일이 있을까... 하는 희한한 생각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아쉬움이 뭉클 올라왔다.그래서 사진을 왕창 찍다 보니 풀이 다 누워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도 평온한 날씨였어서 풀이 누워있는 것이 의아했다.
보통은 바람이 센 곳에서 풀이 눕고 나무가 눕는다.
탐방이 다 끝나고 해설사님께 여쭤보니 1200 고도인지라 대개는 매우 센 바람이 분다고 한다. 그래서 풀이 다 옆으로 누워 자란다고.그렇게 호기심도 해결하고 경고가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는 대암산 가는 길로 들어섰다.
컨디션 안 좋았던 일행분은 여기서 하산을 했고 남은 우리는 늦은 40분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전투산행을 시작했다
대암산 가는 길은 좁다.
좁은 길 옆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줄이 쳐져있다.
지뢰조심 팻발이 곳곳에 붙어있다.
안내자분 말씀으로는 그분이 태어난 이래 이곳에서 지뢰사고는 없었지만 대암산 뒤쪽 펀치볼 지역에서는 지뢰사고가 왕왕 있었다고 한다.
전투산행을 시작하자 서늘하고 시원한 바람이 온 데 간 데 사라졌고 찌는듯한 더위가 찾아왔다.
더위가 찾아온 건지 우리가 과한 산행을 했는지 잘 모르겠...;;;
게다가 용늪까지 그늘진 숲길을 걸었다면 용늪부터는 땡볕길이다.
나무가 가려주는 곳 없는 길 위로 태양이 강렬한 빛과 열기를 쏟아부었다.
우왕... 나 녹아버리려나 봐...800m를 쉬지 않고 이동하여 전망대에 도착!
800m를 가는 동안 오르락내리락 경사의 변화가 아주 극적이다.전망대는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하지만 그래도 꼭 올라가 보길 권한다.
사방팔방 안 예쁜 곳이 없다.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도 끝없이 예뻐서 한도초과 직전이다.
저기 우뚝 솟은 곳이 대암산 정상.
우리는 저곳을 향해 가야 한다
약 800미터가 더 남았다.너무 오래 있지 말라는 안내자분의 말씀에 따라 후다닥 들러보고 내려갔다
그리고 또 전투산행이 이어졌다.
드디어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코로만 호흡하다가는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흡흡 후~
흡흡 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며 빠르게 이동한다.
그리고 정상 아래쪽에 오자 가방을 내려놓고 올라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사족보행을 해야 하니 가방을 두고 다녀오라는 안내자님.
내가 또 사족보행 많이 해봤잖아, 그래봤자 초중급 난이도라고 쓰여있었는데 얼마나 무서우려고!
가방 내려놓으라는 말에 신이 나서 후다닥 배낭을 바닥에 두고 출발했다.
와...
야!!!!
난이도 재조정이 시급하지 말입니다.
찐이다.
찐으로 사족보행이다.
가방을 내려놓은 순간부터 단 한 걸음도 두 발로 옮길 수 없었다.
두 손 두 발로 모든 것을 부여잡고 몸을 끌어올려야 했고 정상 직전에서 몇몇 분은 포기선언을 하고 되돌아갔다.난.. 돌찔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다시 안 올지도 모르는데
그냥 포기하기가 너무 아쉬웠다.
눈 부릅뜨고 이 악물고 매달려본다.와버렸다.
대암산 정상.
도착하자마자 내려갈 일이 너무 걱정됐지만 어쨌든 해냈다.
오르는 내내 햇빛에 잔뜩 구워져서 온몸이 후끈후끈했다.M언니와 기왕 올라왔으니 사진 더 찍어보자며 정상석 뒤쪽의 포토스폿까지 엉금엉금 가서 하늘과 나와 바위의 기념사진도 남겨본다.
그리고 내려오는 내내 끙끙거렸지만
올라가길 잘했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개 무섭지만 개 멋진 곳정상에서 내뤄와 어깨에 다시 가방을 얹어 매고 또다시 전투 산행을 시작했다.
하산은 4km.
오도도도도도도도 하산을 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늦어진 40분을 살뜰하게 채워 넣어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5시간 안에 용늪과 대암산 탐방을 완료했다.너무 좋았다.
지난 초여름 민둥산. 정말 오랜만에 산행을 한 올리브 언니가 산행하는 내내 이렇게 좋은 등산을 어떻게 끊어! 라며 노래하듯 반복하던 말을 오늘 내가 내내 되뇌었다.
이렇게 좋은 산을 어떻게 멀리해.
3개월을 어떻게 참았담!!!
다시 시작!! 3개월 찐~하게 함께해 보자며.
🎯용늪 & 대암산🎯
✔️ 산행거리 : 11.73km
✔️ 산행시간 : 5시간
✔️ 산행코스 (서흥리 탐방코스) : 관리소 - 용늪입구 - 전망대 - 대암산 정상 - 관리소
✔️ 미리 사이트에서 탐방예약을 해야 하며 현장에는 꼭 신분증을 지참해야 함
✔️ 1인당 5천 원의 비용발생(주민 안내원의 안내비용)
✔️ 탐방로 내 취식금지. 안내자분이 지정해주는 곳에서 간단한 행동식으로 점심식사 가능300x250'등산일기 Hiker_de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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