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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여행] 날씨요정은 개뿔(12/16)내가 있던 그곳 2024. 12. 17. 00:32반응형
조식을 먹는다.
오늘도 북적이는 식당.
라마다 앙코르 조식 별로다.
조식 맛있다는 후기 많던데 우리 가족에겐 영 별로다.
식사 후 샤워를 하고 호텔 내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여기저기 마사지샵 해피아워 15% 할인이라는 광고에 낚여 예약한 거였는데.. 우린 역시나 띄엄띄엄 본 것이다.
엄청 비싼 패키지만 15% 할인이었다.그래도 90분 딥티슈 마사지가 3명 10만 원 조금 안 되는 돈이어서 받아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받으면 씻기도 준비하기도 편하니까.오전에는 우리 셋이 다였다.
엄마는 1인실, 동생과 나는 2인실.
마사지하는 내내 마사지사 두 분이 쏙닥거리는 대화를 전혀 하지 않은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동남아를 다니며 수없이 마사지를 많이 받아보았는데 엄청 비싼 곳이건 저렴한 곳이건 서로 속삭이는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라마다 마사지는 정말 정숙한 가운데 이루어져 마음이 굉장히 편했다.깔끔한 내부.
마사지 압도 좋았고 80분 동안 살뜰하게 이루어진 마사지도 만족스러웠다.
보통 마사지 시간에는 씻거나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ㅎㅎ
오전 10시 마사지를 받고(해피아워 찬스를 노린 자들의 이른 아침 마사지) 잠시 쉬다가 택시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원래는 Petitenget Beach에 가서 작은 사원을 보고 바닷가에서 브런치를 먹으려 했는데 라마다 픽업포인트까지 데려다줄 차량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남아 리셉션 직원분께 물었다.
우리 오늘 스미냑 마지막 날인데 셔틀버스가 가는 다섯 곳 중에 한 곳을 추천한다면 어디겠냐고.
그리하여 직원분이 추천해 준 비치워크 몰로 계획을 변경했다.
아무 계획 없이 준비도 없이 오다 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발리 교통체증은 지옥이라고 들었는데 청담동이나 신사동에서 삼성동 가는 일이 종종 있는 나에게는 이 정도면 양반이지 싶었다.
잘란잘란 카페에서 많이 본 르기안을 지나 꾸따 비치워크몰에 도착했다.
엄청 커다란 몰이었다!
이런 게 있는지 또 몰랐네.
바로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 바다는 서해바다 느낌이 물씬 풍겼다.바다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관광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침을 늦게 먹어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 가려했다.우연히 검색해 보다 걸린 수플레 팬케이크를 판다는 팬앤코에 가기로 한다.
수플레 팬케이크와 크렘브륄레, 엄마의 양념치킨(이름이 무려 K-Pop 치킨이다 ㅎㅎㅎ)까지 주문 완료.
결론은 수플레팬케이크와 크렘브륄레는 거의 같은 메뉴라고 봐도 되고 양념치킨에서는 라면수프맛이 나서 정겨웠다.
일본에서 먹었던 잊지 못할 만큼 부드럽고 폭신한 수플레 팬케이크에는 못 미치지만 저 두 조각이 오천 원 남짓이다. 이렇게 치면 가성비가 차고 넘치는 수플레 팬케이크 되시겠다.
점심 겸 간식을 다 먹을 즈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쏟아졌다.
오늘 일정을 안 바꾸고 우리가 가려고 했던 비치에 갔음 꼼짝없이 실내에서 멍이나 때릴 뻔했다.
비치워크몰은 쇼핑몰이니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그리고 연말 세일찬스에 엄마 옷을 잔뜩 샀다.
여행 올 때 아니면 옷을 거의 사지 않으니 싸건 비싸건 상관없이 여행 나와 엄마가 옷을 살 때면 내 기분이 좋다.비가 안 그친다.
영원히 안 그칠 것 같다.
지하 코코마트에 가서 저녁에 마실 맥주와 망고 3개를 샀다.
과일은 현장에서 바로 깎아 잘라주는 서비스가 있어 편했다.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여행 갈 때마다 과도를 챙기는데 발리에서는 과도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어제오늘 너무 많이 먹은 터라 저녁은 간단하게 먹자며 미고랭과 나시고랭을 시켰는데 양이 엄청나다.
게다가 맛도 엄청나서 셋다 맛도 가격도 양도 대만족한 식사였다.
한 것도 없는데 숙소 돌아오니 8시가 넘었다.
엄마와 동생은 맥주를 마시고 나는 커피를 마셨다.
망고 세 개를 후다닥 먹어치우고 6km 러닝을 했다.
오기 전부터 인도네시아 카페에 올해 우기는 예년과 다르다고 심상치 않다는 말이 많았는데 정말.. 찐이다.
날씨요정은 개뿔.
스콜이 아닌 비가 하루종일 주룩주룩 내리는 걸.
18일 예약해 둔 동부투어도 취소했다.
여행카페에서 유명한 한국어 가이드를 일찌감치 예약했었고 날씨가 심상치 않아 10일 전에 혹시 취소하려면 언제까지 말씀드려야 하나 물었더니 하루 전까지만 알려주면 된다고 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오늘 취소를 했다.
동부투어 갈돈으로 마사지나 받자고! 엄마가 시원하게 결정을 내려줬다.현지업체를 통해 바투르 산 지프투어도 예약해 뒀는데 아마 이것도 취소해야 하지 싶다.
엄마와 동생이 돌아가고 나서 남은 3일 중 하루는 바투르 산 트레킹을 갈까 했었는데 몽키포레스트에서 폭우로 인한 지반약화로 나무가 쓰러지며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트레킹도 깨끗이 포기했다.
경사도가 심하지 않은 몽키포레스트의 나무도 지반약화로 쓰러지는데 산길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산쟁이의 조심성은 언제나 옳다.
1700여 미터에서 보는 일출이라는데 그 정도 높이에서의 일출은 한국에서도 많이 봤다. 물론 활화산이라는 특이점이 있지만 그래도 안전할 때 갈래. 게다가 야간산행인걸.
이렇게 몇 개 있지도 않았던 계획들이 하나하나 삭제되며 나는 진짜 발리 한량이 되었다.
너무 좋다!!
비가 오니 어딜 가도 그저 그런 풍경이라 관광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장래희망이 한량인 미래의 나의 시간을 빌려 살아보는 기분이다.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일 년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로 죽네사네 했던 올해 마무리는 완벽한 한량으로.300x250'내가 있던 그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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